졸라 꾸준하면 이긴다
책은 요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요리에는 취향이 있다. 남들은 다 좋아해도 나는 싫어할 수 있다.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있다. 누구는 짠 음식 누구는 싱거운 음식이 맞다.
그리고 요리에는 몸에 좋은 음식이 있고 몸에 나쁜 음식이 있다. 먹을수록 환경호르몬이 쌓이고 인슐린 분비가 늘고 살이 찌는 음식이 있는 반면, 먹을수록 몸이 건강해지고 살이 빠지고 근육이 생기는 음식이 있다(단, 적당히 먹을 때만.. 많이 먹으면 뭐든 살찐다. 질량 보존의 법칙!)
때로는 맛없는 음식이 몸에 좋다. 입은 즐거워도 건강에는 안 좋은 음식이 많다(거의 대부분이지 않을까..).
여기에 책을 대입해보자.
책도 취향이 있다. 아무리 베스트셀러 라도 나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가 있다. 내가 재밌는 책이 다른 사람은 재미가 없을 수 있다. 그래서 책 추천이 자주 실패하는 것이고 베스트셀러라고 맹신하면 안 된다.
책도 정신에 좋은 책이 있는가 하면, 읽으면 읽을수록 안 좋은 영향만 받는 책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좋은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정신에 살이 찌지 않는다.
재미있고 쉬운 책만 보면 당장 만족감은 얻지만 깊게 사유하기 힘들다. 고전이나 검증받은 양서는 읽기 힘들지만 깊은 사유의 숲으로 우리를 데려가 준다.
책을 읽는 이유는 뭘까? 글을 다 읽기 전에 곰곰이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생각이 났는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내가 독서를 시작할 때만 해도 막연한 목적으로 독서를 했기 때문이다. 다들 책이 좋다고 하니까, 책을 읽으면 멋있으니까, 책을 읽으면 인생에 도움이 되니까 라는 정말 막연한 이유로, 어쩌면 깊게 생각하지 않은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다 보니 그냥 아무 책이나 읽으면 될 것 같았고 책에 재미를 붙이지도 책에서 강렬한 통찰을 얻지도 못했다.
주변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1주일에 3-4권씩 읽기도 한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은 1년에 1권 읽을까 말까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1년에 책을 1권도 안 읽는다는 통계가 나왔다(출처: 문화관광체육부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중간 정도로 읽는 사람보다는 압도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책을 거의 안 읽는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다. 이렇게 지식의 ‘빈익빈 부익부’는 심해져만 간다.
성급하게 일반화해서는 안되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독서의 재미를 깨우친 사람이냐 아니냐가 다독가와 무(無)독가를 나누는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잘 골라서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사람. 먹기는 다소 불편해도 다 먹고 나면 (정신이) 건강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 독서에 빠져들어 현실을 잊게 해주는 강렬한 느낌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은 다시 한번 그 느낌을 맛보기 위해 책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나도 그런 경험을 몇 번 겪은 후로는 독서의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요즘은 재미를 넘어 ‘생존’을 위해 독서한다. 생존은 바꿔 말하면 ‘성장’이다. 성장하는 것이 곧 생존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세상은 새로운 지식이 쏟아져 나오고, 그만큼 많은 소음들 속에서 적절한 신호를 골라내는 것은 보통 내공으로는 불가능하다(나도 안된다. 그래서 더 공부하고 배우려는 것이다). 이 생존(혹은 성장)을 위한 독서도 지속 가능하려면 재미를 느껴야 한다. 나는 내가 배운 지식을 직접 적용해보고 관찰할 때에야 비로소 지식을 체화시킬 수 있었고, 책에서만 읽은 지식이 실전에서 적용이 될 때 희열을 느꼈다.
‘크레이빙 마인드’와 ‘습관의 힘’을 읽고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더 효율적인 방법을 고안해냈다. ‘타인의 영향력’, ‘기브 앤 테이크’를 읽고 인간관계가 왜 힘든지, 더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실험하고 관찰하게 됐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딥워크’를 읽고 최신 기술들이 우리의 집중력과 주의력을 앗아 가는지 배우고,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다.
‘블랙 스완’을 읽었을 때는 정말 지적 충격에 빠졌다. 내가 알던 세상의 이면을 배우게 됐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때의 기분은 잊을 수가 없다.
더불어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조금씩 발전하는 글쓰기 능력과 논리력, 합리적인 사고이다. 독서를 통해 나의 세상을 넓히고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을 보게 됐다. 내 우물 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난 후 내가 아는 또 다른 이면을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겨났다.
독서를 하고 서평을 쓰려면 책의 핵심을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히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올라갔고, 내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향상됐다. 자연히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도 여실히 드러나게 됐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게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됐다.
이렇게 매주 1편씩 글을 쓰고 서평을 올리는 것은 나를 위한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함도 있다. 분명 처음 서평을 썼을 때와 지금의 글을 보면 느낌이 많이 다를 것이다. 나는 내가 점점 성장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이 시간이 쌓이고 쌓여 내 변화를 지켜본 사람에게 희망이 되고 싶은 작은 기대가 있다. '매주 빠지지 않고 글을 올리더니 정말 일취월장했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리고 내 글을 보고 ‘나도 저 정도는 적을 수 있겠다’라고 희망을 품고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족한 글이지만 꾸준하게 올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