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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Jun 04. 2019

알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구!

학습(學習): 배워서 익히는 일. 


 학습은 두 한 자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배울 학’ 자와 ‘익힐 습’ 자. 학습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배우고, 더불어 배운 것을 익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익힌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반복적으로 활용해 몸에 체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론을 넘어 응용까지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학습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암묵지’가 형성되었다고 표현한다. 암묵지란 경험과 학습에 의해 몸에 쌓인 지식을 말한다. 쉽게 말해, 말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수영을 하고 운전을 하는 등의 체화된 지식이다. 


 학창 시절 나는 수학을 못했다. 개념들을 이해 못하지는 않았는데 정작 문제를 풀지는 못했다. 전형적인 ‘학(배우기)’만 하고 ‘습(익히기)’을 게을리했던 것이다. 개념이 이해가 다 되어 문제도 다 풀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개념을 응용한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는 연습을 통해 지식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_매트릭스


 내가 좋아하는 책의 뒤표지에 적힌 문구다. 이는 이론만 알아서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걸어보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언제 호흡하고, 팔을 몇 도 각도로 구부리고, 어느 정도의 힘으로 물장구를 쳐야 하는지 알아도 실제 수영을 처음 하면 물에서는 뜨는 것도 힘들다. 입사각/반사각과 회전의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마찰력과 당구대의 포인트에 대한 이해가 높아도 당구를 처음 치면 50을 넘기기 어렵다.  주변 친구들의 연애 상담이란 상담은 다 해주는 사람도 정작 본인 연애에 힘들어한다(모태솔로인데 이론은 빠삭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배우기’와 ‘익히기’는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 어떤 지식을 배우기만 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실제로 활용하고 몸으로 익히며 개념이 더 단단해지는 경우가 많다. 반복하고 반복해서 어떤 것이 체화가 되었을 때 개념을 다시 보면 ‘아! 이게 이런 거였구나’하고 무릎을 치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학습한다’라고 표현을 하는 것이다. 


 살면서 ‘머리로만 아는 것’과 ‘실제로 걷는 것’의 간극이 안드로메다 정도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비단 공부에만 적용되는 진리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성공하기 위한 방법론에도,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이 진리가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을 일일이 말하기는 힘들 것 같으니, 이 글을 읽는다면 본인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어떤 지식을 실제로 적용해봤을 때 생각보다 어려워서 당황했던 경험이 없었는지. 분명 한두 가지는 떠오를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그런 착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이것을 깨닫고 난 후,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도 똑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실수를 안 하지는 않았다. 항상 같은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머리로 이해했다고 다 안다고 착각하는 실수를! 

하지만 세상에 대한 이해 또한 조금씩 넓어짐을 느낀다. 다른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달라짐을 느낀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이들의 삶을 머리로만 판단하는 일을 지양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되도록 아는 척, 얘기를 꺼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머리로만 알았던 세상을 직접 경혐해보기 위해 애쓴다. 직접 걸어야지만 그 길을 온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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