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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May 30. 2019

나 콩깍지 씌었나 봐

확증 편향의 대표적 사례

“나 그 사람에게 콩깍지가 씌었나 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모든 면이 좋아 보인다. 심지어 남들은 다 못생겼다고 해도 나만은 그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것을 ‘콩깍지가 씌었다’라고 표현한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중 ‘이상형’의 한 대목이다. 


그대 새끼발톱이 날 설레게 해 
그대의 아홉 번째 척추가 날 미치게 해 좋아요 
볼록 나온 뱃살부터 보드라운 턱 선이 
조그맣네 잡히는 손가락 쪼글쪼글 팔꿈치 너무 좋아요


 보통은 새끼발톱이나, 볼록 나온 뱃살 같은 걸 보고 사람을 좋아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은가? 전형적인 콩깍지가 씌인 사람의 가사다. 


 콩깍지가 씌인 상태가 비단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전문적인 심리학 용어까지 따로 있다. 바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확증 편향이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다. 쉬운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가 바로 확증 편향이다. 



 우리 주변에 확증 편향으로 인한 문제들은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내 최애 맛집 혹은 여행지에 친구들을 데려갔는데 친구들이 별로라고 한다. 심지어 비아냥 거린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자연히 이 집이 왜 맛집인지, 이 여행지가 왜 최고의 여행지인지 반박하는 근거들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또 다른 예로, 본인이 인격적으로 존경하는 인물 한 명을 떠올려보자(나는 유재석을 떠올렸다). 어느 날, 그 인물이 신문에 등장한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범법행위를 했고, 그것을 이때까지 숨겨왔다는 뉴스다. 그러면 충격을 받지만 한편으로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이건 음모론일 거야, 신문사가 돈을 받고 모함을 하는 걸 거야’하는 등의 합리화하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까? 그냥 일반 정치인이 똑같은 행위를 했다고 보도가 나오면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되면서. 


 확증 편향이 난무하는 곳은 아무래도 정치판이다. 야당은 여당이 하는 말이라면 일단 반대를 하고 본다. 여당도 마찬가지. 서로가 주장하는 게 일단 틀렸다고 가정하고, 내가 주장하는 것은 옳다고 믿는다. 나에게는 확실한 근거가 있지만, 상대 진영의 근거는 조작됐거나 어딘가 허점이 있을 거라 단정 짓는다. 그렇게 자기주장만 하다가 결국 일이 진행이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국회에서 특히). 



 사람은 누구나 확증 편향을 가질 수 있다. 내 직장의 부장님이 확증 편향으로 되도 않는 일을 추진하려 할 수도 있고, 주변이 다 반대를 하는 결혼을 하려는 청년도 확증 편향을 가졌을 수도 있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반대를 하는데도 ‘나는 자퇴하고 도끼 같은 위대한 래퍼가 될 거야’라고 말하는 학생도 확증 편향에 사로잡혀있을 확률이 높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우리 모두도 확증 편향에 빠질 수 있다. 

내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우리 모두 확증 편향에 빠질 수 있음을 인정하자’ 


 문제의 해결은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 인생이 팍팍한 것은 어쩌면 내가 믿는 것이 절대적 ‘진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럴 때는 한번 심호흡하고 나에게 되물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내가 지금 믿고 있는 것이 잘못됐을 확률은 없을까?’ 그리고 반대 주장의 근거를 차분히 살펴보자. 



 확증 편향이 안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정 스님은 사랑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의 연속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한 바 있다. 상대방과 상관없이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믿고 싶은 대로 믿기 때문에’ 사랑이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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