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절대적으로 분명하거나, 본인의 생계와 안위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 위협이 있을 때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높은 수준의 합의에 도달하지 않는다.” _에릭 와인스타인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 과연 ‘정답'이라는 것이 있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 시험문제가 아닌, 일상 혹은 업무에 있어서 정답이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바로,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정답이 존재한다’라는 사고방식이 만연해있는 것 같다.
‘정답'이 있다는 것은 반대로 ‘틀림’도 존재한다는 말이다. 틀림을 두려워하는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는 어디서 온 것일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다수가 동의하듯 일본에서 들여온 주입식 교육문화에 그 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틀림을 두려워하고(정답이 있다는 전제 하에) 하나의 답을 추구하면서 다양성을 말살시키는 사고방식은 때로는 위험하다. 자유사회와 양립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다.
유시민의 저서 중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책이 있다. 현대 사회 자유의 시작은 프랑스 대혁명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는 시민이 먼저 계몽되어 왕을 죽이고 자유사회로 변모했다. 우리는 반대로 제도가 먼저 들어오고 시민의 의식 수준이 제도를 조금씩 추격하는 형국이다. 결국 처음부터 대가를 치르지 않아 지금까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의사결정을 할 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많은 다툼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의사결정의 문제가 남아있다. 결국에는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어떤 한 가지 방안(여력이 된다면 창의적인 방식으로 여러 가지를 할 수도 있겠다만)을 선택해야 한다. 사실 나도 아직은 마땅한 방법을 모르겠다.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그때그때의 임기응변으로 대처해나가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생각하는 것만이 절대적 진리라는 착각은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집단 지성이라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다양성을 인정하고 거기서 다수가 동의하는, 바꿔 말하면 대다수가 책임을 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