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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Aug 12. 2019

인생은 '여행'이라고 할까

“우리는 학교 다닐 때 입시 준비하고,
대학에서 취업준비하고,
취업하면 결혼 준비하고,
결혼하면 노후 준비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삶은 여행하는 것이지
준비하는 게 아니다.”
_작자 미상


어떤 사람의 인스타 게시글에 있었던 사진 내용이다.  출처도 불분명하고 누가 한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아니, 그렇게 살고 싶다는 희망 섞인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글이다. 희망이라 함은, 정작 내가 저 글대로 살지는 못한다는 말이겠지.


 나도 학교 다닐 때는 오직 대학을 위한 공부밖에 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많이 방황하기도 했지만 제일 비중을 많이 차지했던 건 취업준비였다. 그 이후의 과정도 삶에서 꼭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처럼 준비하며 살아갈 것이다. 인생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저 네 가지뿐이랴. 차도 사야지, 내 집 마련해야지, 몇 살이면 얼마 정도는 모아 놨어야지, 재테크해야지, 뭐 해야지. 남 눈치보기 좋아하는 대한민국에서 남들 다하는 것 안 하고 살기가 아주 힘들어 보인다.



 인생은 여행과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여행의 기본은 목적지 설정이다. 마음 가는 대로 가는 자유여행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여행은 목적지 설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인생도 어떤 목표가 있다. YOLO니 뭐니 해도 목표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욜로도 내 인생을 즐긴다는 큰 목표에서 출발해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여행에도 준비과정이 있다. 목적지를 정하고 구체적인 준비를 해나간다. 밥집, 숙소, 교통편, 언어, 문화 등을 조사한다. 하지만 여행의 목적은 준비하는 것이 아닌 준비한 것을 즐기는 데 있다. 즐기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지 ‘준비’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여행의 목표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또는 조사했던 것을 즐기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목적지만을 향해 달리지는 않는다. 여행을 계획하는 설렘부터, 출발 전 날 잠 안 오는 밤, 출발 당일 가벼운 흥분,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는 피곤하지만 뿌듯한 밤, 다녀온 다음 날 찍은 사진을 보며 추억하는 것 까지 모두 여행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목표를 위해 준비하는 것은 준비하는 것일 뿐. 준비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여행은 준비과정 자체가 즐겁듯 인생의 준비과정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어떻게 결과를 즐길 수 있겠는가. 단지 다음 퀘스트를 깨나 갈 뿐일 텐데.

목적지를 가는 과정을, 그리고 도착해서 계획한 것들을 즐기는 여행처럼, 목표가 있고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하더라도 인생의 과정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목적지로 가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배를 타든 비행기를 타든 기차를 타든 걸어가든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다. 여행의 목적지 또한 중간에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물론 출발 전 계획이 다 망가지겠지만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이고 여행의 과정을 즐기는 방법 아니겠는가.

‘여행의 이유’를 쓴 김영하 작가는 가장 실패한 여행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렸다.

"진짜 실패한 여행이라는 것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기 때문에 그 여행이 실패했는지조차 모르는 여행이 정말 실패한 여행이다. 너무나 매끄러웠기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 그런 여행은 작가한테 시간 낭비이다.”

한 번 사는 인생 즐기며 살아도 짧고 덧없는데, 준비만 하다 정작 노년에 기억에 남는 의미 있는 일들이 많이 없다면 어떨까. RPG 게임 캐릭터처럼 공략대로 레벨을 올리고 스탯과 스킬을 찍고 만렙을 찍고 사라지는 인생이 얼마나 부질없는가.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인생을 여행에 비유했다고 해서 무작정 즐기기만 하자는 메시지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 여행의 출발로 돌아가 보자. 여행은 기본적으로 ‘목적지’가 정해져 있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그에 따라 나에게 맞는 여행 방법을 ‘계획’하게 된다. 인생은 여행과 같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건 아니다. 목표와 나의 성향에 잘 맞는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지 그 걸음을 걷는 순간순간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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