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teBloomer Oct 31. 2019

축의금 문화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세상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문화나 전통은 없다고 한다. 비합리적으로 보이고 없어도 될 것 같은 전통이라도 애초에 만들어질 때의 이유를 보면 납득이 가고는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화, 전통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또 아니다. ‘낡은 문화’는 ‘새로운 문화’로 대체되어야 하고 ‘시대착오적 전통’은 ‘시대에 맞는 개혁’이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린 것’들을 찾아내 시대의 필요에 맞추어 수정해 나가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낡은 전통 중 하나는 ‘축의금’이다. 축의금 문화의 뿌리는 조선시대 혹은 그 이전이라 추측한다. 그때는 현찰보다는 현물을 주로 축하 선물로 주었다. 보통 쌀이나 국수 같은 음식물을 많이 가져왔다. 당시 공동체는 마을 단위로 이루어졌고, 결혼 또한 마을의 경사였다. 농사를 주 업으로 삼던 시대 때 서로 바쁜 시기에 일손을 모아주는 ‘품앗이’가 있었듯,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결혼도 서로 돕는 차원에서 축의금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가 바뀌고 더 이상 마을 단위의 생활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가 1일 생활권이 되고, 직장 때문에 타지로 가는 경우가 생기고 새로운 관계들이 생겨나며 축의금은 현물이 아닌 현찰로 주도록 바뀌었다. 




 결혼은 인생에서 매우 중대한 행사이고 어떤 일보다 축복을 해줄 행사이다. 남편과 아내를 진심으로 축복해주는 마음에서 축의금을 주는 전통은 매우 아름답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축의금 문화는 그 의미가 약간은 변질되었다고 생각한다. 크게 두 가지, 지금의 축의금 문화는 진정한 축하가 목적인지, 돈을 받는 행사인지 모르겠다. 또 다른 하나는 축의금 액수로 그 사람의 우정을 측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은 계좌다’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얼마나 그 사람에게 돈을 쓰느냐(혹은 소중한 것. 우리 사회에서는 돈이 가장 대표적으로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로 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주는 사람은 주는 사람대로 얼마나 축의금을 해야 서운하지 않을지 눈치를 보고, 받는 사람은 기대와 다른 액수로 실망할 수도 있다.


정말 마음에 안드는 축의금 알고리즘...


 물론 다른 사람의 동기를 내가 다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세상에 완벽하게 이상적인 전통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결혼식에 참여하기 전에 얼마를 낼지 고민하고 참석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받는 사람은 받는 사람대로 액수로 서운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심지어 누구 결혼식에 얼마를 냈는지 일일이 적어 놓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친구나 지인에게 밥을 사주거나 커피, 술을 사주고 일일이 장부에 다 적어두면 모르겠다만(적는 사람도 있겠지), 일상적인 호의는 넘어가지만 유독 축의금만 기록해 두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결혼식 축의금과 일상에서의 호의는 어떻게 다른걸까.


 그게 문화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나는 그 문화는 어떻게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크다면 단점을 감수하고 그 일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장점보다 단점이 커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 일은 개혁되어야 한다. 축의금 문화도 예전 마을 단위 생활을 할 때는 서로의 중대사를 돕는 개념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지만(그때도 쌀을 얼마나 들고 가냐 눈치를 보는 일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점점 품앗이가 불가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돈이 우정의 척도가 되고 고민하는 문화는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순수한 선의로 친구나 후배에게 밥이나 선물을 사주고 기억하지 않는 것처럼, 순수한 축복의 마음으로 축의금을 마음 가는 만큼 주고 잊어버려야 한다. 그게 안된다면 축의금 문화 자체를 없애던지.


(뿌려 놓은 축의금들이 아까운 사람들이 많아서 이 문화를 없애기는 쉽지 않겠다… 그러면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걸까. 우울해진다 ㅠ)


독일인 다니엘이 우리나라 축의금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


작가의 이전글 진실은 안전벨트와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