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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Nov 04. 2019

슬럼프 극복은 서점에서

 얼마 전 번화가에 나간 김에 책 구경하러 대형 서점에 갔었다. 아마도? 부산에서 제일 큰 서점이 아닐까 싶은데(서면 교보문고), 사람도 많고 구경거리도 많다. 그런데 일반 번화가 거리랑은 다른 느낌이다. 서점이라 그런 걸까. 우선 느껴지는 분위기가 차분하다. 그리고 방문자 대부분의 목적은 ‘책’에 있다는 생각이 분위기를 그렇게 느끼도록 더 부추기는 것 같다.  


 그냥 돌아다니면서 베스트셀러를 슬쩍 들여다 보기도 하고, 관심 있는 분야가 있는 코너에서 책 제목만 스윽 훑어보기도 하고, 고전 문학 코너에서 괜히 독서가인 척해보기도 했다. 그중에 제일 흥미롭고 즐거웠던 일은 아무래도 내가 평소 보고 싶었던 책을 직접 보는 것이었다. 평소 보고 싶었던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목차나 책 소개로만 보면 독서욕구가 실제에 반 밖에 차오르지 않는다. 형태가 없는 것에서 감성을 느끼기란 참 어렵다. e-book 시장이 클 거라느니 해도 종이책 시장은 줄으면 줄었지 절대 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 내용을 떠나 책 만이 주는 어떤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은 좋은 인테리어 소품이기도 하다.  


 이번에 가서 구경한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딱 세 권이다. ‘유럽 도시 기행’, ‘더 히스토리 오브 퓨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유럽 도시 기행’은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가 쓴 책이다. 최근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었던 터라 여행에 동기가 차있었고 마침 유시민의 신작이 도시 기행이라 관심이 더 많이 갔다. 다른 글에서도 밝혔듯, 나는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지식을 아는 것은 매우 좋아한다. 특히 그 지식이 ‘텍스트’로 된 정보라면 더더욱! 그래서 여행을 갈 욕구는 그렇게 높지 않아도 다른 도시에 대한 정보는 궁금해서 이 책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내년에라도 기회가 되면 재미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두 번째 책은 ‘더 히스토리 오브 퓨처’. 이 책은 VR에 관한 책이고 연대기 같은 책이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시중에 많다. 내가 예전에 읽은 ‘해커스’라는 책도 HACKER(악질적인 블랙해커가 아니라 컴퓨터를 기술적으로 깊게 이해하고 매우 잘 다루는 사람을 뜻함)들의 이야기를 시간 순으로 나열한 책이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이 책도 VR의 발전과 미래의 전망을 다룬 책이라, IT 분야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흥미가 안 생길 수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서점에서 유튜브로 듣고 있었던 방송이 신박사 TV에서 저 책에 대한 리뷰였기 때문에 저 책을 더 주의 깊게 살펴보았던 것이다.


 세 번째 책은 사전보다 두껍기로 유명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이다. 페이지가 1400페이지나 된다는 괴물 같은 책이다. 이 책을 다 읽으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릴 것 같다. 애초에 들고 다니며 읽기란 불가능한 책의 두께다. 예전에 이 책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인간이 어떤 선한(혹은 악한) 본성이 있는지 치밀하게 설명해준다고 한다. 무려 1400페이지에 걸쳐서! 독서를 즐겨하는 사람 입장에서 도전 정신이 일어나는 책인 데다, 주제가 평소 내 관심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빨리 읽고 싶었다. 가격은 60,000원… 책을 훑어보면서 ‘이 책은 e-book으로 스윽 한 번 읽고 다시 재독 하면서 밑줄 치면서 읽어야겠군’ 이런 생각을 했다.


1,400 페이지 짜리 책 ㄷㄷ


 예전부터 도서관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짐과 동시에 왠지 모를 설렘이 차올랐다. 책이라는 물질에 대한 개인적인 감수성의 발현일까. 그게 아니면 그 책이 지니고 있는 정보에 대한 기대감일까. 셀 수도 없는 도서의 규모에 압도될 것일까. 아직 잘 모르겠지만 도서관이나 서점에 갔다 오면 기분이 좋았다. 거기다 읽고 싶은 책을 사거나 대출해 나오면 그 책을 읽고 싶은 충동으로 가득하다. 하루는 책을 빌려 나오면서 빨리 읽고 싶어서 걸어가며 그 책의 서문을 읽은 적도 있었다.


 다들 책을 읽는 동기나 이유는 각자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예전에는 책을 ‘동기부여’의 수단으로 활용했었다. 지금은 동기부여를 넘어서 새로운 사실을 접하고 그것을 내 삶에 적용해보는 재미에 빠졌다. 내가 아는 지식을 활용해 내 삶을 더 풍성하게 채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그저 책을 킬링타임이나 정서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변화될 내 삶을 생각하면 빨리 독서하고 공부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렇게 다른 의미에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가끔 슬럼프가 오면 서점에 가서 평소 리스트에 넣어두었던 책을 훑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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