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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Dec 13. 2019

20대로 올라가는 10년 전의 나에게

서른을 한 달 앞두고

 이제 한 달 뒤면 서른 살이 된다. 서른이 된다고 삶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낀다. 문득 스무 살로 올라갈 무렵에도 이런 막연한 두려움과 고민이 있었는지 떠올려 본다. 스무 살의 나는 아무런 꿈도 목표도 생각도 없이 살아왔다. 그래서 나의 20대를 돌아보는 지금, 후회가 많이 남아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삶은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어렵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사회 경험도 많이 없는 내가 인생을 논하는 게 가당찮다. 하지만 인생은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고민하고 실험하며 살아간다. 답을 정확히 모른다는 이유로 조언을 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조언을 듣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보며, 곧 스무 살이 되는 10년 전의 나에게 조언을 주고 싶다. 성공을 위한 방법은 나도 잘 모르지만 내가 10년 동안 터득한 인생을 더 충만하고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나누려 한다.


(�지나간 삶에 대한 후회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인생의 선배로서 20대, 30대가 되는 후배 혹은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생각난다면 같이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짧은 경험과 지식에 더 지혜로운 댓글이 더해지길 기대하고 부탁드립니다.�)



1️⃣세상에 정답은 없다.

내가 가장 후회되는 것은 20대 대부분을 ‘모든 것에 정답이 존재한다’는 사고방식에 갇혀 살았던 것이다. 어쩌면 학교에서 ‘정답’만을 찾는 교육의 부작용 일지 모르겠다. 학교 시험에는 정답이 있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조금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 성공의 확률이 높은 선택지는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다. 모든 선택에 ‘정답'이 존재한다는 사고방식은 ‘틀림’도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학창 시절 숙제를 해야 하는데 정답을 모르겠고 납기일은 다가오면 결국 친구 숙제를 베끼게 된다(아니면 아무렇게나 적어 내던지). 마찬가지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우리가 하는 일은 주변 사람과 비교하고 무난한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특이한 사람’ 취급한다. 나도 이 프레임에 갇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눈치 보며 살아왔다. 그렇게 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알 기회를 갖기 힘들다. 이 사회가 유독 획일적인 분위기인 것도 사실이지만, 개개인이 선택지를 제한하는 사고방식을 갖는 것도 본인의 인생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2️⃣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았던 것이 두 번째로 후회된다. 어떻게 보면 1번과 연결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많은 실패를 했다.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실패자의 삶으로 비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실패를 하다 보면 이게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음 도전의 허들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 실패가 나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니체의 명언인데,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 하지만 거듭된 실패로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는 것만은 경계해야 한다. 작은 성공들의 누적으로 자신감을 쌓아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실패가 두려워 도전을 피하는 것이다.


3️⃣무엇을 하든 여유 힘을 남겨두라. 

어떤 계획을 세울 때, 예를 들어 여행 예산을 짜든, 공부 계획을 세우든, 약속 시간에 맞추어 이동 시간을 예측하든,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계획하는 것이 좋다. 본인의 역량을 잘못 평가해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삶이 지니고 있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 누구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예측한 결론에 따라 미래를 계획하고, 예측하지 못하는 부분은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 좋다. 공부 계획을 세운다면 20퍼센트 정도의 시간은 여유 시간으로 두자. 예산을 세울 때 10-20퍼센트 정도는 예비비로 책정하자. 약속 시간에 딱 맞춰 출발하기보다 20분 정도 여유 있게 출발하자. 그러면 예상치 못하는 사태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 없는 데 있는 것이, 필요한데 없는 것보다 낫다(Better to have, and not need, than to need, and not have)" _프란츠 카프카


4️⃣보이는 모습보다 자신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자.

sns를 많이 안 하려 노력한다. 그 이유는, sns야 말로 비교와 자랑, 자괴감과 회의감의 온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sns의 순기능이 많다. 타인에게 인정을 받는 것 또한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sns가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크기 때문에 피하려 애쓴다. 예전에는 남들에게 잘 보이고 내 능력보다 더 크게 보이기 위해 애를 썼다. 힘만 들고 의미는 크게 없었다. 그 시간과 노력으로 실질적인 성장에 힘을 쏟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를 증명하기보다 내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

공자 왈,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걱정해야 하며,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남이 알아줄 만하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5️⃣이기려 하면 지고, 지고자 하면 이긴다.

어릴 때는 유튜브에서 ‘토론 레전드 영상’ 같은 것을 많이 찾아보았다. 나도 그 사람처럼 말을 잘해서 말로 사람을 이기고 싶었다. 말솜씨와 논리가 있으면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겪어보니 사람은 말로 설득되지 않는다. 말을 잘해서 상대방을 꺾으면 오히려 그 사람을 잃는다. 반대로 내가 먼저 내 것을 내려놓고 경청하려 노력하고 양보하고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비슷한 맥락으로, 내 이익만 챙기려는 것보다 이익을 나누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 것만 챙기면 그것만 얻지만 베풀면 남의 것을 얻을 수 있다. 

“이기적인 집단에서는 성공이란 제로섬(zero-sum) 게임이지만 베푸는 사람이 모이면 전체가 부분의 합계보다 더 커진다.” _애덤 그랜트


6️⃣당연한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

군대에서는 사람을 때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역할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크면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생각했던 당연하던 것들이 지금은 당연하지 않다. 그리고 지금 당연한 것이 나중에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될지 모른다. 사회는 차별과 반칙, 정작 본인들도 깨닫지 못하는 부조리가 만연하다. 학벌이나 연봉으로 서열을 나눈다던지, 야근과 성실함을 동일시하는 분위기 등.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현실에 항의하고 그 관성에 반대로 행동하는 것은 곤욕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가끔이라도 당연함에 대해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로 넘어가버리면 고통받는 사람은 계속해서 고통받는다. 이런 사회에서 당장 내가 그 피해자가 아니라도 언제든 내가, 혹은 내 소중한 사람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


7️⃣힘겨운 일상 속에서도 사소한 것에 감사하자.

삶은 고되다. 매일 공부해야 하고, 돈도 모아야 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사내정치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목표를 두고 살아가는 것은 좋지만 자칫 하루하루가 성공과 실패로만 규정지어질 수 있다. 살다 보면 실패도 할 수 있고 목표한 것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통은 지나가고 새로운 날이 온다. 이미 실패한 것에 자책하고 전전긍긍하는 것은 고통을 더 증폭시킨다. 그보다는 ‘어쩔 수 없었네. 다음에 더 잘해야지’하고 털고 일어나는 편이 훨씬 낫다. 불안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이 순간의 좋은 일에 감사하는 것이다. 나를 괴롭히는 외부 환경은 내가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그저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규칙적으로, 의도적으로 내 주변의 것에 감사하면 훨씬 견딜만한 하루,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 수 있다.




내가 겪은 인생의 경험과 거기서 얻은 교훈이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조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글을 올려본다. 개인적으로 글을 구상하며 내 20대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고, 아주 의미 없는 10년은 아니었구나 스스로 위안을 하게 된다. 이 글을 읽고 연말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살면서 얻은 귀한 교훈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면 좋겠다. 집단지성의 힘을 빌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교훈을 거저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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