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라톤 종주 후기
작년 이맘때 시작한 서평 마라톤의 대장정에 끝을 맺었다. 서평을 처음 쓰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인생공부’라는 자기 계발 팟캐스트를 듣게 된 것이었다. 독서를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비전을 가진 그들이 강조했던 것은 독서만 하는 것을 넘어, 핵심을 요약해 기억을 더 단단히 굳히고 요약을 토대로 내 생각을 글로 써봄으로써 비판적 사고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화려한 말발에 넘어가 서평을 써보았지만, 글쓰기라는 작업 자체가 인지적 부하가 굉장히 드는 작업이라 혼자서 꾸준히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 나를 가두고 매주 인증하는 방식으로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인스타, 페이스북 두 군데서 시작을 했고 도중에 인스타는 그만두었지만 페이스북에서 끝까지 마칠 수 있었다.
힘든 점이 꽤 많았다. 대여섯 줄 넘어가면 잘 읽지도 않는다는 sns에 1000자 내외의 서평을 써서 올린다는 일 자체가 도전이었다. 아무도 안 볼 거라는 생각에 좋아요나 댓글 같은 건 기대하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고 욕심은 끝이 없었다.
어느 순간 나 혼자와의 싸움이 되었다. 예전에는 sns에 자기 생각을 주절주절 적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그래도 독서가 주는 즐거움이 아니었을까…ㅎ
문학보다 비문학을 상대적으로 많이 읽어서 문학에 대한 서평을 쓸 때는 많이 힘들었다. 비문학처럼 원인-결과, 서론본론결론이 명확하지 않고 결말도 흐지부지 끝나거나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거지?’하는 때가 많았다. 그래서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잘 안 오지 않았다. 반대로 작가의 생각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은, 정보 전달을 위한 정보 전달에 의한 책도 서평을 쓰기 까다로웠다. 책에 대한 요약을 하고 나면 딱히 쓸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어떻게든 책에 있는 정보를 실생활에 접목해 내 생각을 넣으려고 쥐어 짜내곤 했다.
초창기에는 세이브 원고를 3-4개 정도 만들어 놓고 시작했다. 갑자기 책을 못 읽게 되는 경우가 있을까 봐 미리 준비를 해두려고. 실제 독서에 슬럼프가 왔을 때 한 달가량 한 페이지도 못 읽었을 때가 있었다. 그때 세이브 원고를 다 까먹고 엄청 짧은 책이나 예전에 읽었던 책 재탕하고 영어로 된 동화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도 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때는 6월 한 달 동안 “죽음”에 관한 책을 계독 했을 때였다. 그때 죽음에 대해 많은 고민과 성찰을 하고 역설적으로 더 나은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제일 지우고 싶은 서평은 ‘신호와 소음’이라는 책의 서평이다. 아니 서평이라 부를 수도 없는 글이다. 책을 이해조차 못해서 포기하고, 그래도 서평을 써서 올리기는 해야 하니까 말도 안 되는 글을 써서 게시했다. 서문만 읽고도 쓸 수 있는 글이 반이고 나머지는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 책은 내공이 쌓이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책이다.
한 권의 책에 대해 한 가지 주제의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려면 먼저 핵심을 파악하고 요약을 잘해야 한다. 요약하는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향상되지 않았나 싶다. 이 능력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느껴질 때가 있다. 예전보다 대화가 명료해진 느낌이다.
요약만 한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잘 써내야 한다. 아직도 글 솜씨가 서투드고 중언부언 말이 길어지지만 매주 글을 쓰다 보니 글 솜씨도 향상되었다. 객관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주관적으로 느낀 부분이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앞으로도 계속 독서를 하고 글을 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읽고 싶은 책 위주로. 한 권의 책에 한 서평 밖에 쓰지 못해서 아쉬울 때가 종종 있었다. 어떤 책은 잘게 쪼개어 꼭꼭 씹어 소화시켜야 할 책도 있었다. 그런 책은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 동안 서평도 3-4개로 나누어 쓸 수도 있을 정도이다. 좋은 책을 만나는 기쁨은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읽은 책 TOP4를 적고 끝마치겠다(top3를 하려 했으나 좋은 책이 많아서 엄선하기 어려웠다).
기브앤테이크 - 애덤 그랜트
: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 내 것도 챙기면서 남을 돕는 사람이 성공한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폴 칼라니티
: 죽음을 앞둔 36살 의사가 생생하게 들려주는 삶의 의미.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매슈 워커
: 더 이상 잠 줄여가며 공부하던 시대는 갔다. 최소 7시간씩은 자야 공부도 일도 사랑도 잘한다! 이 책은 베개로 쓰기에도 좋다.
평균의 종말 - 토드 로즈
: 우리가 흔히 쓰는 평균은 사실 전혀 실체가 없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삶을 방해하는 사고방식이 평균주의적 사고방식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