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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Jan 11. 2020

설명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디자인이다.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마 - 스티브 크룩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웹 & 모바일을 사용하기 편하도록 디자인하는 실용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쿠팡’에서는 이 책은 가히 바이블과 같은 입지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만큼 디자인과 사용성 면에서 매우 실용적이고 시간이 흘러도 스테디셀러로 유지가 될 만큼 변치 않는 철학이 담겨있다. 디자인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수많은 세월 동안 검증되고 더군다나 ‘짧은’ 이 책이 너무나 고마웠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완독을 하였지만, 책장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면 좋을 것 같아 구매를 했다! (부디 내 4-5일의 밥값을 투자한 가치를 뽑아낼 수 있기를)


 웹사이트나 모바일을 끄적여 본 적은 있지만 실제 사용성을 고려하며 ‘제대로’ 디자인을 해본 적은 없다. 그저 시중에 나와있는 사이트들 중 본능적으로 보기 편하고 여러 세월을 거치며 검증된 방법을 생각 없이 차용해왔을 뿐이다. 거의 경험이 없다시피 한 나에게 이 책의 내용의 모든 것이 새로웠다. 지금은 꽤나 사용성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하고 합의가 이루어져서 웬만한 사이트를 그저 따라 하기만 해도 이 책에서 말하는 사용성을 어느 정도 잡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만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론이 그저 이론에 그치게 되기도 한다. 머리로는 알겠지만 실제 만들려고 하면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기 때문에 아직까지 확실하게 감이 오지는 않는다. 여느 자기 계발서와 같이 뻔하고 당연한 말들의 향연이라 딱히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고, 그 뻔한 말을 뻔하게 지켜서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고, 차이는 내용을 숙지하고 실제 사용해보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우리가 실제 웹을 사용하는 방법

 흥미로웠던 부분은 우리가 실제 웹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챕터였다. 이 내용은 비단 웹을 디자인하는 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을 쓰거나 PPT를 만들거나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도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알아야 할 원칙들이다. 나는 웹 디자인보다는 글을 조금 더 많이 써봤기 때문에 ‘가독성이 좋은 글쓰기’에 초점을 맞춰보기도 했다.


1. 사용자는 웹페이지를 읽지 않고 훑어본다.

: 웹은 그저 도구에 불과하다. 웹 페이지를 정독하기 위해 인터넷을 켜는 사람은 없다. 나에게 필요한 정보, 내가 찾는 ‘단어’가 눈에 띄면 다른 요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자신들이 만든 사이트를 꼼꼼히 읽고 비교하며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아무리 한가한 사람이라도 사이트를 정독하는 일은 재미가 없다. 그냥 내게 유용한 정보만 찾아서 또 다른 유용한 정보를 주는 곳으로 떠날 뿐이다. 


2. 사용자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 않는다. 최소 조건만 충족되면 만족한다.

: 사용자는 페이지에 있는 여러 가지 링크 혹은 버튼을 모두 살펴본 후 내가 찾는 정보라고 생각되는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대충’ 추측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틀리면? 그저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것저것 비교하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재미있기도 하다.


3. 사용자는 작동방식까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적당히 임기응변한다.

: 사용자는 물건이 작동되기만 하면 구동 방식을 몰라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 바쁜 사회에서 작동 방식을 아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사용자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사용자의 관심은 웹브라우저와 검색 엔진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것에 있는 게 아니다. 그저 네모칸 안에 궁금한 내용을 적어 엔터키를 누르면 유용한 페이지가 제공된다는 정도만 알면 된다.



사용성은 기본예절이다

 왜 우리는 사용성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 책에 저자가 직접 경험한 한 가지 사례가 나온다. 비행기를 예약하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도착해서야 그 날이 항공사와 노조 간 단체교섭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행기가 언제 출발하게 될지 몰라 한 시간에 한 번씩 구글 뉴스를 확인하고 항공사 웹 사이트에 들어가서 공지사항을 확인해보았다. FAQ 목록이나 공지사항 전체를 꼼꼼히 스크롤해보았지만 원하는 정보는 없었다. 저자는 그 일로 인해 사이트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항공사 전체의 이미지 또한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호감 저장고가 줄어드는 과정


 사용자에게는 각자 ‘호감 저장고’라는 게 있다고 상상해보라. 사람마다 그 크기는 다르지만, 사이트에서 사용자에게 적절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주지 못한다면 저장고의 호감도는 점점 내려갈 것이고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떠나게 될 것이다. 글을 쓰든 영상을 편집 하든 웹 사이트를 디자인 하든 사용성(혹은 가독성)을 신경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보용 팝업창을 산만하게 띄우고 필요한 정보를 숨겨두고 기본적인 디자인 자체가 아마추어 틱 하다면 사이트만이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 자체를 깎아먹는 결과를 불러온다.


 책에서 소개하는 저장고의 호감을 올리는 간단한 방법들이니 참고하면 좋겠다.

1. 사용자가 여러분의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을 알아내서 그 부분을 명확히 드러내고,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라
2. 사용자가 알고자 하는 정보를 공개하라
3. 사용자의 수고를 최대한 줄여주어라
4. 노력을 쏟아부어라
5. 궁금해할 만한 사항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라
6. 인쇄용 페이지처럼 편의성을 높여주는 요소를 제공하라
7. 오류가 발생했을 때 쉽게 회복할 수 있게 하라
8.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때는 사과하라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단어는 ‘사용성’이다. 저자의 '사용성'에는 유용하고 실제적이고 또한 세심한 철학이 담겨있다. 그저 실용서로의 가치로도 충분히 제 값을 하는 책이지만, 웹을 만드는 태도나 사용자를 생각하는 상식을 배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IT분야에서 15년간 스테디셀러를 유지하고 지금도 쿠팡에서 널리 읽히는 책이 된 데는,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상식’을 바탕으로 저술하였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웹 디자인, 모바일 디자인, 개발자, IT회사의 경영자,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협업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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