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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Feb 04. 2020

누군 임마 회사 경영 안 해본 줄 알아?

하드씽 - 벤 호로위츠

 창업 혹은 스타트업. 일확천금의 꿈을 꾸고 나만의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씩은 하게 되지 않을까.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업을 보며 막연하게 기술이 좋으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개발 공부를 하면 나만의 독자 기술로 떼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라는 꿈을 꿔봤다. 하지만 창업은 기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기술보다 중요한 요소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사람, 비즈니스 모델, 자본’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혁신적 기술과 비슷한 뉘앙스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비즈니스 모델도 기술과는 다르다. 기술을 포함한 상위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어쩌지… 나는 자본도 없고 사람을 리딩 해본 적도 없고 비즈니스 모델도 없다(그렇다고 기술은 있는가…?). 나는 창업을 할 인재가 아닌가 보다.


 ‘하드씽’의 저자는 타고난 CEO는 없다고 말한다. 그저 어느 순간에 경영에 대한 원리를 익히고 역량을 키우게 될 뿐이다. 책은 1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회사를 차리며 겪은 ‘악전고투’에 대해서 아주 긴박한 문체로 써내려 간다. 2부는 악전고투 속에서 배운 경영자로서의 자세와 경영 원리들을 나눈다.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에릭 슈미트 등과 함께 일했던 빌 캠벨이 ‘함께 일한 최고의 CEO’라 평가한 저자가 밑바닥부터 겪는 우여곡절을 보며 다시 자신감을 찾는다. 위대한 CEO들의 성공 비결은 ‘끝까지 그만두지 않는 것’이다!


누군 뭐 회사 경영 안 해 본줄 알아~?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CEO는 타고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 나는 다른 벤처 캐피털리스트들과 이사진이 어떤 창업자를 보고 순식간에 CEO 재목이 아니라고 결론짓는 광경을 자주 봐 왔다.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 내에 모든 것을 단정할 수 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창업자가 CEO로서 기량을 발달시키려면 적어도 여러 해는 걸리는데 말이다.(p.321)


 저자 벤 호로위츠는 인터넷이 상업적 용도로는 활용되지 않을 무렵, 거기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넷스케이프에 들어간다. 넷스케이프는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게 물러나고 말지만, 그곳에서 쌓은 역량으로 ‘라우드 클라우드’라는 클라우드 회사를 차린다. 이때부터 경영자로서의 전쟁이 시작된다. 비즈니스는 말 그대로 전쟁이다. 적을 먼저 죽이지 않으면 내 가족이, 내 동료가, 그리고 내가 죽는다. 그러한 살벌한 전장에서 역경을 뚫고 살아남는 얘기는,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책에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1부는 한 번에 후루룩 읽을 정도로 몰입감과 긴장감이 있다.


 4장부터는 CEO로서 겪고 배운 주옥같은 경영론을 알려준다. 막연하게 창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적이 있기는 하지만, 경영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관심이 없는 내가 봐도 흥미로운 대목이 많았다.


 누군가에게 ‘사람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채용이 80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저자 또한 채용을 중시하며, 채용 과정에서 콩깍지가 씌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입사 후 교육도 강조한다. 5장의 제목이 ‘사람이 먼저, 제품은 그다음, 수익은 맨 나중이다’라고 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기업 문화를 꽤 많이 강조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원을 뽑고 교육하는 방법부터 팀장급, 임원급, CEO를 교체하는 문제까지 상세하게 적고, 거기서 있을 수 있는 문제들을 본인의 경험담에 녹여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디테일이 CEO 지망생 혹은 현역 CEO나 작은 회사 사장님에게 공감을 얻고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들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이 너무 CEO의 관점, 대기업의 관점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물론 원리를 이해하면 작은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다. 하지만 책의 사례는 직원 규모가 꽤 많고 직위나 업무가 세분화되어있는 기업의 경우가 많아서 ‘대기업 CEO는커녕 대기업에도 못 가봤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흥미롭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 정도로 읽은 대목도 많다. CEO가 아닌 사람, 혹은 창업의 꿈이 없는 사람은 책을 읽으며 경영자의 고충을 이해하는 정도 이상을 느끼기는 어려울 듯하다.




 비단 CEO만 힘들까. 경영자만 회사 생활하는데 힘이 들고 밑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악전고투를 겪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저자도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설명한다. 능력 있는 직원이 그만두면 회사가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갖게 되고, 경쟁 업체의 등장이 당장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두려움도 느낀다. 오히려 CEO보다 자율성이 없어서 위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저자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다. 졸라 꾸준하게 졸꾸! 


위대한 CEO는 고통을 직시한다. 그들은 잠 못 이루는 밤, 갑자기 흐르는 식은땀, 그리고 ‘고문’과도 같은 지독한 고통을 상대한다. (…) 하지만 위대한 CEO들은 열이면 열 모두 이렇게 말한다. “그만두지 않았을 뿐입니다.” (p.297)


 경영서라고 경영 기술만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 이 부분이었다.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벼랑 끝의 상황들을 여러 번 겪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낸다. 주저앉고 싶을 때도 한 통의 전화라도 더 해보고, 다수의 사람들이 반대하는 일이라도 용기를 내어 결단한다. 자존심, 평판, 자책감이 두려워 포기한다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두지 않았기 때문에 고문과 같은 지독한 고통에서 살아났고, 거의 10,000km 떨어진 한 청년에게 감화를 주는 책을 쓸 수도 있게 되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을 보며 오늘 한 걸음을 더 내디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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