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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Feb 14. 2020

아이폰을 만들면 뭐하나. 연결을 못하면 헛수고인데..

콘텐츠의 미래 - 바라트 아난드

 아이폰이 나오기 전, 애플의 대표 제품을 말하라 하면 단연코 ‘아이팟’을 꼽을 것이다. 미쳤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사용성과 디자인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8년 한 해에 5800만 대가 팔린 기록을 가지고 있으니 말 다했다. 아이팟은 큰 용량과 디자인, 사용성 등 많은 강점을 지닌 제품이다. 하지만 아이팟을 위협하는 MP3 플레이어는 너무나도 많았다. 아이팟보다 가볍고, 아이팟보다 싸고, 아이팟보다 예쁜 기기는 많았다. 그런데도 왜 애플이 다른 회사를 꺾고 정상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을까? 제품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걸까?  


아이팟 연도별 판매량 그래프


 애플은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아이튠즈(i-Tunes)’라는 음원 구매 및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하는 곡을 싸고 편하고 빠르게 구매해 아이팟에 넣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였다. 애플이 하드웨어도 모자라 이제 음원시장에도 뛰어든 것일까. 사실 아이튠즈에서 파는 음원 수익은 크지 않았다. 음원을 판매해 얻는 이윤은 0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돈도 안 되는 이 서비스를 지속한 이유는 아이튠즈의 존재가 아이팟 판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보완재’의 개념이다.  


 보완재란, 따로 판매할 때보다 결합해 판매할 때 그 가치가 커지는 제품들을 보완재의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보완재 관계는 핫도그와 케첩, 베이글과 커피와 같은 관계다. 핫도그와 케첩을 따로 먹는다면 만족도가 10, 10 일 수 있지만 둘을 함께 먹는다면 만족도는 20이 아니라 50이 될 수 있다. 애플도 이와 같은 전략으로 보이지 않게 두 제품을 연결시켰다. 아이튠즈를 통해 음원 가격을 낮추고 쉽고 빠르게 음원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은 아이튠즈를 이용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아이튠즈로 다운받은 음원을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기는 바로 아이팟이었다. 다운받은 음원을 또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해 MP3로 옮기기보다 아이튠즈에서 구매해 클릭 한 번으로 곧바로 아이팟에 옮기는 것이 가장 편했다. 음원에 대한 가치를 떨어트려서 오히려 보완재 관계에 있는 아이팟의 가치를 올린 것이다. 이것이 콘텐츠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연결’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하나의 제품(아이튠즈)을 사용하기 쉽게, 싸게,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그 제품의 보완재(아이팟)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p.242) 



 사업을 하거나 단순히 어떤 제품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고 하더라도 가장 먼저 고민하는 부분은 ‘제품이 얼마나 좋아야 하는가’이다. 제품의 퀄리티가 얼마나 좋은지에 따라 대박이 터질 수도 있고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돼도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제품이 뛰어나다고 해서(스티브 잡스의 표현에 따르면 ‘미치도록 뛰어난’) 그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애플이 1984년에 출시한 매킨토시는 퀄리티가 ‘미치도록 뛰어’ 났지만 출시 5년 후 시장 점유율은 10퍼센트도 안 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는 최소 30퍼센트, 최고로 70퍼센트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모든 제품이 뛰어났지만 매킨토시는 제품을 연결시키지 않고 오로지 제품의 질에만 신경을 썼고, 다른 세 제품은 모두 연결관계에 신경을 썼다는 차이가 있다.  


제품 하나에만 집중하면 제품들 간의 관계를 보지 못하고, 따라서 다른 곳에 있는 큰 가치를 지닌 기회를 놓치게 된다.(p.42) 


 모든 답은 ‘연결’에 있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아무리 사람들이 좋아해도, 아무리 좋은 전략을 쓰더라도 ‘연결’을 모르면 기껏해야 반짝하고 사라진다. 연결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사용자 연결 

2. 제품 간의 연결 

3. 기능적 연결 


사용자 연결

 간단히 설명하자면, 사용자 연결은 다른 말로 '네트워크 효과’라고도 말한다. 네트워크 제품은 사용자들이 더 많을수록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대표적인 예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나 카카오톡 같은 채팅 어플이 있다. 페이스북 이전에 싸이월드가 있었다. 지금은 싸이월드를 아무도 하는 사람이 없다. 나 혼자 추억에 젖어 싸이월드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곳에 사용자들이 많이 없다면 메리트가 없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매력적인 것은 기능이 차별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용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능을 따라 하려면 일주일 만에 따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네트워크를 따라 할 수는 없다. 카카오톡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탤래그램이 좋아’라고 해도 이미 전 국민이 카카오톡을 쓰는 이 상황에 탤래그램을 쓰는 메리트가 떨어진다. 텔레그램의 기능이 독보적이라고? 카카오톡이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도 따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 간의 ‘연결’이다. 


제품 연결

두 번째로 제품 간의 연결을 생각해야 한다. 제품 간의 연결은 도입부에 언급했던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튠즈 간의 관계를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보완재’의 관계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한 예로, 종이 신문을 만드는 여러 회사들이 인터넷 뉴스의 등장을 위협으로 바라봤다. 인터넷 뉴스가 종이 신문을 ‘대체’할 ‘대체제’로 바라본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뉴스를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로 바라본다면, 인터넷 뉴스에서는 속보를 무료 보완재로서 전달하고 더 깊은 내용을 읽고 싶다면 종이 신문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연결 관계를 설계할 수 있다.  


기능적 연결

 마지막 기능적 연결은 내가 이해하기로 ‘전략-전략’의 연결을 의미한다. 전략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한 전략의 결과가 다른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연결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기능적 연결을 아주 잘 해낸 회사가 바로 ‘이코노미스트’이다. 다른 종이신문 회사들은 인터넷 시장으로 진입해 빠르고 값싸게 제공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는데, 이코노미스트는 오히려 반대로 가는 듯하다. 업데이트도 느리고 반응 속도도 느리고 종이 잡지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기자들의 토론을 통해 집단의 소리를 기사에 싣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선별하고 읽는 독자로 하여금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전달했다. 이 전략들은 각각 따로 떼어놓고 보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른 신문사에서 따라 하기도 쉽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연결관계를 보지 않은 채 무작정 따라 하기만 하면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개별적인 전략들을 유기적으로 잘 연결했기 때문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하라’, ‘전문성을 갖춰라’, ‘독점하라’라는 말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더 자주 성공을 거두는 쪽은 제품에 집중했을 때가 아니라 연결 관계에 집중하는 쪽이다. 그렇다고 제품의 퀄리티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콘텐츠의 질을 높이면 무조건 잘 팔릴 거라는 생각은 조선시대 장인이 살던 시대에나 맞는 철학이다.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보다 ‘연결’의 질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공 전략은 자기가 만드는 콘텐츠가 아니라 자기가 활동하는 상황 또는 맥락을 인식하는 데서 온다. 성공 전략은 선택을 따로따로 보지 않고 선택들 간의 연결 관계를 깨닫는 데서 온다. 성공 전략은 무리를 따라가거나 마주치는 모든 기회를 붙잡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거절할 줄 아는 데서 온다.(p.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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