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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Feb 18. 2020

햄버거 하나로 조 단위 기업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 - 레이 크록

 맥도널드는 2018년 매출이 5.9 billion U.S 달러 라고 한다. 59억 달러인데 이를 한화로 환산하면 6조를 넘는다. 매출을 따져보지 않더라도 맥도널드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오죽하면 '맥세권'이라는 말이 등장했겠는가. 번화가를 나가더라도 버거킹, 롯데리아, 맘스터치가 없는 곳은 있어도 맥도널드가 없는 곳은 없다. 젊은 청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맥도널드에서 감자튀김을 먹고 생일 파티를 한 '맥도널드 네이티브(?)' 이다. 간단하게 한 끼 떼우고 누군가를 잠시 기다리는 장소로 맥도널드 만한 곳도 잘 없다.


 맥도널드는 알지만 레이 크록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레이 크록이 1955년 맥도널드를 세웠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이 없을 것이다(실제로는 맥 맥도널드, 딕 맥도널드 형제가 지은 이름 없는 햄버거 가게를 프랜차이즈 화 시킴). 레이 크록은 일본의 소프트뱅크 회장인 손정의와 유니클로 회장 야나이 다다시의 롤모델이고, 그의 전기인 이 책은 그 두 사람의 경영 바이블이라고 한다. 맥도널드를 전 세계에 퍼져나가게 만든 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사람들은 레이 크록 말고도 많았다. 그는 어떤 차이가 있어서 지금 시대의 위대한 기업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었을까? 그의 일생 자체가 세일즈와 경영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지만 짧게 몇 가지 인상적인 대목만 언급해보겠다. 




 젊은 시절, 종이컵 회사의 영업 직원으로 근무를 할 때였다. 당시 종이컵 가격이 오른다는 소문이 회사에 돌았다. 레이 크록은 자신이 거래하는 거래처에게 이 정보를 몰래 흘리며 가격이 오르기 전에 종이컵을 대량으로 구매하라고 알린다. 거래하는 종이컵의 수량은 크게 변하지 않을 테고 가격이 오르면 회사에 더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일을 오히려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한다. 물론 상사에게 찍히고 많은 질책을 받았지만 고객을 위하는 마음이 변치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 멀티 믹서와 맥도널드 사업에 이르기까지 고객과 거래처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win-lose 관계를 통해 고객은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내가 작은 이익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서로 win-win 하는 관계를 만들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내가 먹을 조각이 작아져도 파이가 커지면 결국 내 이익이 커진다. 


이런 사업에서 충성심을 만드는 가장 큰 동인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내가 공정하고 정직한 거래를 하면 상대방이 돈을 벌고, 그가 돈을 벌지 못하면 나는 빈털터리가 되는 그런 관계입니다. 나는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할 거예요. 그렇게 하는 한 내가 망할 일은 없어요.(p.290) 


 레이 크록은 당장 통장에 찍히는 현금만 보지 않았다. 고객에게 정직하고 청결을 유지하며 더 빠르고 맛있는 햄버거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연구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 전국의 매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교육과 직원 관리에 힘을 썼다. '15센트 저렴하고 맛있는 햄버거’라는 컨셉을 유지하다 결국 가격을 인상해야 할 시기가 왔을 때, 직원 모두 합당한 근거를 들어가며 20센트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님들은 동전을 받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회사와 가게들도 그 정도의 인상을 한다는 임직원들의 주장에도 오직 고객에게 값싸고 맛있는 햄버거를 제공하려는 레이 크록의 고집으로 결국 18센트로 가격을 인상한다. 오로지 나와 내 회사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이익은 단순히 현금이 얼마나 들어오느냐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이익이 돌아올 수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고객과의 신뢰였다.   


 맥도널드를 운영하며, 아니 그전부터 레이 크록은 주변 사람을 순진하게 믿어 뒤통수를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전 직장 상사에게 계약 내용에 발목이 붙들리고, 맥도널드 형제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발전이 가로막히고 그 권리를 되찾기 위해 무리를 해서 돈을 구하고, 믿고 거래를 하다 배신을 당해 당장 파산의 위기에 맞닥뜨리고. 하지만 그 위기를 모두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보여줬던 신뢰로 맺어진 관계에서 왔다. 배신도 당했지만 그보다 더 자신을 믿고 헌신해주는 직원과 동료가 있었기 때문에 이 한국 땅에서도 맥도널드가 곳곳에 세워질 수 있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본인의 철학을 밀고 나가는 힘.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 정신을 꼭 배우고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밀고 나가라. 세상의 어떤 것도 끈기를 대신할 수는 없다. 재능으로는 안 된다. 재능이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 널렸다. 천재성도 소용없다. 이름값을 못하는 천재가 수두룩하다. 교육으로도 안 된다. 세상은 고학력의 낙오자로 가득하다. 전능의 힘을 가진 것은 끈기와 투지뿐이다.(p.340) 


레이 크록은 돈 때문에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사회를 위해 자선 사업을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큰 꿈을 가지고 목표를 성취해나가며, 거기서 오는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쉽고 빠른 길만을 택하지도 않았다. 주변 사람과 사회를 살리며 다 같이 잘 되는 방법을 강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돈을 벌고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행복한 사람이었다. 돈을 많이 번 기업가는 많지만, 아마 이런 레이 크록의 기업가 정신이 지금도 롤모델로 삼는 사람이 많은 비결이지 않을까. 


성취는 실패의 가능성, 패배의 위험을 맞설 때만 얻을 수 있다. 바닥에 놓은 밧줄 위를 걷는 일에 성취감을 느낄 수는 없다. 위험이 없을 때는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자부심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행복도 없다.(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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