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온다 - 임정훈
알리바바와 마윈. 중국 IT 시장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알리바바와 마윈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실제 알리바바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아마존과 라이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대체 알리바바가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 그전에. 알리바바는 대체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일까? 처음에는 나도 알리바바가 알라딘 굿즈 파는 회사고 Jack Ma(마윈의 영어 이름)라는 이름은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는 사람이 지은 이름인가 정도로만 생각했다. (실제로 마윈은 마이클 잭슨 분장을 하고 회사 18주년 창립일에 춤을 췄다고 한다…)
알리바바는 처음에 B2B 쇼핑몰로 시작했다. 중국의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을 전 세계 기업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중개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 이후 B2C 쇼핑몰 사이트인 ‘타오바오’가 추가됐고, C2C 거래도 가능하도록 사업을 계속 확장해가고 있다. 시작은 쇼핑몰이었지만 알리바바의 꿈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온라인 쇼핑몰에만 집중하던 초기 사업과는 달리, 어느 순간 오프라인에 눈을 돌려 ‘유통’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한다. ‘유통’, ‘물류’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아직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객, 상품의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합해져 오프라인 유통에 날개를 달아줬다. 상품의 재고 관리부터 위치 추적, 배송의 최적화로 중국 전역에서 빠르면 배송 후 30분 안에 물건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알리바바가 ‘데이터’에 미래가 있다고 보고 시행한 전략의 승리이다.
알리바바의 행보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 중국에서는 현금 대신 모두 QR코드로 결제를 한다. 심지어 검지조차 QR코드로 구걸을 하는 세상이라고 하니… 이것이 가능했던 배경은, 중국인의 신용카드 소지율이 한국(90%)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는 것이다(중국은 20%가 안 된다). 그 허들을 낮추기 위해 ‘알리페이’를 등장시켰고, 스마트폰의 QR코드만 찍으면 어디서는 간편하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샤오미의 스마트밴드를 차고 다니는데 알리페이가 들어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지원이 되지 않아 참 아쉽다. 지갑 없이 밴드의 QR코드만 찍으면 지하철도 타도 물건도 다 살 수 있을 텐데)
결제뿐 아니라 알리바바 그룹은 중국의 생활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의 정부는 국민의 자유를 통제하고 정보를 손쉽게 취득한다. 알리바바는 정부와 뒤에서 손을 잡고 그 정보를 마음껏 이용한다. ‘데이터’가 귀한 자원이 되는 이 시대에서 합법적으로 전 국민의 데이터를 취할 수 있으니 중국을 잠식할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짐작할만하다. 다른 나라 같으면 나라가 국민 개개인의 정보를 얻어 남몰래 이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중국이라 가능한 얘기다. 알리바바가 과연 미국에서 탄생했더라면 자유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런 점을 볼 때,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자유와 규제를 기존의 방법으로 계속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해봐야 할 것이다.
알리바바의 손길은 쇼핑과 결제뿐 아니라 동영상 플랫폼, 음악, 클라우드 서비스, 독서 시장, SNS, 온라인 게임 등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큰 플랫폼과 신 유통 혁명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각종 분야를 선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공산당 일당 독제 체제인 중국에서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리바바가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네이버와 카카오를 필두로 세계와 경쟁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크게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 않다. 알리바바의 행보를 주목하며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점들을 배우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