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 타임 - 제이크 냅, 존 제라츠키
몇 달 전, ‘카톡이 불편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글의 요지는 네 가지로,
온라인 소통은 대화의 흐름이 연속적이지 않다
비언어적 표현에 한계가 있다
언제든 연락할 수 있다는 생각이 실제 만남의 중요성을 떨어트린다
스마트폰 알람으로 인한 주의 분산은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교류와 소통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불필요한 소통은 생산성을 좀먹는다. 그래서 공부를 할 때나 업무를 볼 때, 웬만하면 카톡이나 sns 확인을 하지 않으려 하고 알람은 다 꺼두었다. 심지어 퇴근 후 7시~11시까지 ‘집중 모드’로 공부를 하려고 핸드폰에 ‘다운 타임’ 설정을 했다. 이 시간 동안은 정해진 어플 외에 다른 활동을 하지 못한다.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환경을 통제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우리 주의를 빼앗기 굉장히 쉽고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대학교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정확히는 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일을 하기까지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주변에 함께 공부하고 정보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 오로지 혼자(그것도 대학은 졸업하려고 학교 다니며 틈틈이) 자기 통제를 해가며 공부를 해야 했다. 20대 중후반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늦었다는 생각과 남들에 비해 시간이 더욱 부족하다는 생각에 효율과 생산성을 고려해 주변 환경을 철저하게 통제해야 했다. 물론 혼자 공부하다 보니 슬럼프가 오고 진전이 안 되는 순간이 오면 털고 일어나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해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스마트폰을 버리고 2G 폰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쓰던 폴더폰을 개통해 사용했고 연락은 카톡 대신 전화나 문자로 했다. 당시 내가 맡은 일이 있어서 단톡방을 확인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노트북에서 확인을 했다. 그렇게 두 달을 살았더니 방해되는 것을 차단한 것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훨씬 건강한 삶을 살게 되었다. 나는 그 뒤로도 계속 스마트폰 없이 살고 싶었지만 나보다 오히려 주변인이 더 불편해했고, 당시 여자 친구가 통화 음질이 너무너무너무 안 좋다는 불평을 계속했던 터라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불과 5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음질은 일반 전화기와 종이컵 전화기 정도의 차이였다고 할까.. 기술 발전이 정말 빠르다!).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잘 사용하는 사람이 부럽다. 나는 아무리 잘 쓰고 싶어도 지도나 은행 앱 등 기본적인 어플 외에 생산성 앱은 1-2개뿐이고 나머지는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앱이 대다수다. 스마트폰이 나에게 생산성을 올려주지 못하는 이유는 ‘인피니티 풀’ 효과 때문이다. 인피니티 풀과 함께 ‘비지 밴드왜건’ 효과도 소개할 것인데, 이 두 가지는 현대 사회에 우리 주의와 집중력을 빼앗고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주범이다.
‘비지 밴드왜건’이란, 다른 사람들이 바쁘니 나도 따라서 바쁘게 지내는 현상을 말한다. 퍼레이드 등에서 악대차가 탄 마차를 사람들이 우르르 쫓아가는 모습에서 착안한 것이다. '인피니티 풀'은 끝없이 새로운 내용이 올라오는 앱과 그 외 정보원을 의미하는데, 물이 하늘과 연결된 것처럼 설계되어 시각적으로 경계가 없어 보이는 수영장에서 유래했다. 현재 우리는 넘치는 정보와 끊이지 않는 알람 속에서 살고 있다. 더 이상 정적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당장 내가 없는 인터넷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초조해하며 sns 뉴스피드를 새로고침 한다. 항상 일정표가 가득 차있고 바쁘다는 ‘느낌’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실제로 명확하게 성취된다는 느낌보다는 할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번아웃에 빠지는 이유가 바로 ‘비지 밴드왜건’ 때문이다. 남들처럼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우리의 주의를 빼앗는 많은 요소들이 ‘디폴트’로 설정된 것이다.
구글의 디자이너였던 저자들은, 디폴트를 재설정하고 주의를 돌리지 못하는 장벽을 만들어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재설계한다면 실제 업무 생산성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고 삶의 만족도도 확연히 오를 것이라 말한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단계를 ‘매일’ 따르는 것이다.
이 책은 미친 듯이 돌진하는 속도를 늦추자고 말한다. 정말로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덜 쫓기고 덜 주의 산만하고 현재의 순간순간을 더 즐길 수 있다고 믿는다.(p.16)
저자들은 네 가지 단계를 위한 87가지 전략을 공유한다. 매일 이 전략 모두를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키는 대로 상황에 맞는 대로 그때그때 바꿔가며 적용을 해나가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갈 수는 있다.
하이라이트는 말 그대로 그날 하루에서 가장 의미 있고 즐겁고 중요한 한 가지 활동을 말한다. 꼭 한 가지가 된다고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날 하루 성취감을 맛보며 일을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것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하이라이트에 집중하면 시간을 쓰는 방식에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렇게 불필요한 시간을 덜어내게 되고 하이라이트에 중점을 둔 하루는 꽤 만족스러운 하루가 될 것이다.
하루가 끝날 무렵 누군가가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뭐였나요?”라고 물어오면 뭐라고 대답하고 싶은가? 하루를 돌아봤을 때 어떤 활동이나 성취나 순간을 음미하고 싶은가? 그것이 바로 당신의 하이라이트다.(p.54)
하이라이트에 도움이 되는 전략 몇 가지 간단하게 소개하겠다.
#1. 하이라이트를 글로 쓰기
#4. 가끔 사소한 일들을 일괄 처리하는 하이라이트를 정하기도 한다. 할 일 목록은 ‘끝내지 못했다는’ 찝찝한 감정을 영구화할 뿐이다.
#8. 하이라이트를 위한 일정 잡기
#13. 하루 설계하기. 일정표를 최대한 세세하게 작성한다.
#16. 완료했을 때는 손 떼기
하이라이트를 위해 빼놓은 시간이 되었으면 이제 집중할 단계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집중을 하고자 하는데 환경을 그대로 놔두면 항상 실패한다. 우리 관심을 끌어들이는 인피니티 풀이 얼마나 많은가(TV, 넷플릭스, 뉴스, 유튜브, sns, 친구의 카톡). 환경을 제대로 설정하고 관심 있는 하이라이트를 설정했다면 집중은 자연스레 될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주의 분산을 물리치려면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5시간을 잤건 10시간을 잤건 꽤 오랫동안 비지 밴드왜건과 인피니티 풀에서 떨어져 있었던 셈이다. 이때가 황금시간이다. 새로운 날이 밝았고 당신의 뇌는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아직 주의가 산만해질 이유가 없다. 스트레스를 받을 뉴스도 마음을 졸일 업무 이메일도 없다. (p.134)
#19. 각종 알림 끄기
#23. 아침의 확인 절차 건너뛰기. 아침의 확인 절차를 뒤로 미룰수록 피로를 해소한 차분한 느낌을 더 오래 유지하고 초집중 모드로 더 쉽게 들어갈 수 있다.
#30. 시간 구멍 조심하기. 작은 트위터 메시지 하나가, 확인하고 답장하고 또 다른 메시지를 올리고 반복에 들어간다. 1분 만에 글을 올려도 30분을 빼앗길 수 있다.
#38. 천천히 답하기. 즉답이라는 미친 짓이 우리 문화의 디폴트 행위가 되었다. 이는 비지 밴드왜건의 주춧돌이다.
#48. 문 닫아걸기. 집중이 필요한 장소에 가서 문을 닫아걸거나 피신할 장소를 구하거나 이어폰을 껴라. 자신에게 초집중모드에 돌입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행위다.
#49. 마감 시간 정하기. 마감 시간보다 더 집중력에 도움이 되는 건 없다.
#58. 막힌 채로 그냥 있기. 집중을 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다고 핸드폰에 손이 뻗지 말자. 계속 그 지루한 순간을 견디면 뇌의 조용한 부분에서 자연스레 문제를 풀어줄 것이다. 집중력이 커지는 것은 덤.
그러니 그냥 막힌 채로 있어라. 포기하지 말라. 텅 빈 스크린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종이에 써보거나 이리저리 걸어 다니되 지금 하는 프로젝트에 초점을 유지하라. 의식적으로는 좌절감이 느껴지더라도 뇌의 조용한 부분들은 일을 진행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결국 막힌 부분이 풀릴 것이고, 그러면 포기하지 않았던 선택이 기쁠 것이다.(p.191)
옛날에 유행하던 사자성어(?) 중에 '4당 5 락’이라는 말이 있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만큼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겠지만, 실제로 잠을 줄이는 것은 전혀 효과가 없다.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우리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고 제때 휴식을 취해주지 않으면 많은 것을 잃는다. 집중력을 잃고 기억력은 떨어지고 자제력도 떨어진다. 우리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들에 저항할 의지력이 떨어져서, 시간을 벌려하다 오히려 쓸데없는 시간을 더 낭비하게 된다.
에너지가 있으면 집중력과 우선순위를 유지하고 주의를 분산하는 방해꾼이나 요구에 반응하지 않기가 더 쉽다는 것이다.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어 있으면 현재에 충실해 명확하게 생각할 수 있고 당신 앞에 있는 디폴트가 아니라 정말로 중요한 문제에 시간을 쓸 힘이 생긴다.(p.199)
#61. 매일 운동하기(하지만 영웅이 되지는 마라)
#70. 잠이 다 깬 뒤 카페인 섭취하기
#72. 카페인 낮잠 자기
#75. 마지막 카페인 주문 시간 확인하기(충분한 숙면을 위해!)
#76. 설탕 끊기. 설탕은 슈거 하이(과도한 당 섭취로 인한 일시적 과잉 흥분 상태)를 일으키고, 슈거 하이는 슈거 크래시(당분이 많은 음식이나 음료 섭취 후 찾아오는 극심한 피로 현상)를 불러온다.
#78. 명상하기
#79. 이어폰을 집에 두고 가기
#82. 화면 보지 않고 먹기
특히 명상은 내가 굉장히 효과를 보고 사랑하는 것이 되었다. 명상이라 부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집중을 해야 할 때 적어도 1-2분은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한다.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뇌를 휴식시켜 차분하고 집중 있는 상태로 만든다. 그러면 실제로 잠을 자고 일어난 것처럼 피로도가 줄어들고 집중력은 올라간다. 명상으로 인해 소비된 시간은 집중력이라는 형태로 보상을 받는다.
마지막 단계는 매일 실천하며 하이라이트를 최적화하는 단계이다. 가장 효과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춰 하루를 기록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전략은 무엇인지, 어느 시간에 내가 집중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지, 나는 아침형인지 올빼미형인지,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운동은 무엇이 있고 얼마나 해야 하는지, 잠을 몇 시간 자는 게 제일 좋은지 내 몸을 통해 실험을 해보라는 말이다.
이렇게 하이라이트를 정하고 오늘 쓸 전략을 하나씩 적어본다. 그리고 그날 하루를 추적하며 실제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평가한다. 그리고 더 나아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성한다. 마지막으로, 그날 하루를 자책하며 끝내지 않도록 하루를 감사하며 마무리한다.
나도 현재 매일 생산성 향상과 시간은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데일리 리포트’라는 것을 쓰고 있다. 매일 30분 단위로 내 행동을 기록하고 몰입도를 1~5점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프레임워크를 잘 활용해 발전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나에게는 어쩐지 잘 안 맞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일상을 적지만 어딘가 모르게 형식적으로 적게 되고,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찝찝함을 가지며 하루를 마무리 한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 나오는 하이라이트 전략을 사용해, 그래도 하루에 한 가지는 성취했다는 느낌을 가지며 시간을 통제하고 늘어난 시간에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 더 이상 바쁜 현실에 끌려다니지 않고 소모적인 알림들에서 통제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을 주체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거절하지 않으면 그럴 수 없죠. 다른 사람이 내 삶을 결정하도록 두지 마세요. _워렌 버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