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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Jan 26. 2020

소통을 잘해야 일도 잘해요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 대니얼 코일

 ‘너는 진짜 일을 잘해’

예전부터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든 알바를 하든 봉사를 하든 군대에서 삽질을 하든, 일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본질이 같다면 결국 그 본질만 잘 파악하면 어떤 일을 하든 잘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이 말에도 동의한다. 그렇다면 그 하나의 본질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해서 일의 본질은 (개인의 역량) x (소통 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일을 하는 데 개인의 역량은 중요하다. 보통 ‘일 잘하는 사람의 $$가지 특징’이라는 글을 보면 대부분 개인의 역량에 치중되어 있다. 그만큼 한 사람 분의 능력을 감당하지 못하면 일을 잘하기는커녕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내 일까지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역량이 받쳐준다면 나에게 주어진 일을 확실히 해냄과 더불어 남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한 명의 천재가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세상에 영향을 주는 시대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더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나아가지 못한다. 함께 일 하는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일의 본질을 설명할 때 말했듯이, 개인의 역량을 어느 정도 키우고 소통 능력을 함께 키운다면 퍼포먼스는 몇 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 1+1이 2가 아니라 3, 4가 되고 10이 되는 ‘시너지(synergy)는 개인의 역량을 기반으로 한 소통 능력에서 온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즉 사람과 그 사람이 갖춘 기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p.10)



 저자 대니얼 코일은 최고의 팀이 가지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 나는 이곳에서 안전한가
- 당신은 얼마나 취약한가
- 우리의 이야기가 있는가

제목만 봐서는 알기가 힘들다. 각 특징들의 구체적 방법론을 자세히 알아보자.



나는 이곳에서 안전한가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자 휴전 국가이다. 언제 전쟁이 있었냐는 듯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정전협정을 했을 뿐 전쟁 상황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두었을 뿐이다. 6.25 전쟁 당시는 듣기만 해도 참혹하고 두려운 시기였다. 다른 사람을 죽여야 내가 살고, 내 소중한 사람을 일순간에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전쟁. 하지만 그런 전쟁 시기에 적군과 파티를 벌였다면 믿어지겠는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겨울, 크리스마스이브에 사건이 발생한다. 연합군과 독일군이 불과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 갑작스럽게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온다. 이에 화답하듯 상대편 진영에서도 캐럴로 화답하고 중간지대로 나와 서로 먹을 것을 나누고 함께 어울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에게 총을 겨누고 내 동료를 죽인 무시무시한 적군과 어떻게 극적으로 화해를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우리는 안전하고 서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 상대편의 웃음소리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심지어 밥 짓는 냄새까지 맡을 수 있었다고 한다. 거기다 축축하고 춥고 고된 늪지에서 함께 고생하는 동질감을 얻었고, 같은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비슷하게 행동하면서 적군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머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이런 작은 ‘소속 신호(belonging cue)’들을 주고받으며 서로 이어져 있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정말 리마커블 한 사례 아닌가!?


 소속 신호는 언어가 필요 없다. 작은 비언어적인 교감이, 예를 들어 밀착도, 눈 맞춤, 에너지, 목소리 크기 등이 더 영향을 많이 준다. 그래서 우리는 말로는 호의적이지만 작은 행동들이 그러지 못한 사람의 패턴을 단번에 캐치한다. 반대로 말은 무뚝뚝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작은 행동들이 그것을 보여주는 사람을 알아보고 호감을 가지게 된다. 밀착도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실험이 있는데, 책상 사이 간격이 50미터 이상 떨어져 있으면 소통이 거의 0에 수렴하는 반면 6미터로 줄이면 소통 빈도는 폭등한다. 사람과의 거리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당신은 얼마나 취약한가

 항공기 추락에서 185명을 살린 사람들이 있다. 1989년 7월 18일, 296명을 태운 유나이티드 항공 232편이 덴버에서 시카고로 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기체의 꼬리 엔진이 망가져 항공기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렸고 기장과 부기장은 어떻게든 항공기를 조종하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 항공기에 타고 있던, 비행 장치 비상 상황 대처 교관인 데니 피치라는 남성이 기장실에 들어가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베테랑 기장과 비상 상황 대처 교관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것저것 명령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을 그러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들의 대화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닌 감지한 것을 말하고 그중 하나를 골라내 부각해 맥락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속에는 확신 없는 질문도 들어있고 일관되지 않은 의견 제시도 들어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발성 의사소통의 특징은 자신의 지식과 권위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서로 보완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온 신경을 맞추는 그러한 대화법이었다. 그렇게 항공기를 수동 조종하는 것에 성공하고 모두가 추락해 죽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절반 이상 구해낸 영웅으로 거듭난다.


 이렇게 개인의 취약함을 드러내기도 하고 팀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네이비실의 유명한 교관인 데이비드 쿠퍼는 AAR(After Action Review)를 도입한다. AAR은 사후 평가라고도 불리는데, 각 임무가 끝나자마자 팀원들이 모여 짧은 미팅을 열고 핵심적인 의사 결정을 토론하고 재연하는 과정이다. 훈련을 시행하고 전체 과정을 말로 다시 되풀이하며 무엇이 잘못되었고 거기서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경우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일어난 일의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 불편한 이유는 정서적인 고통이 크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이미 일어난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곱씹어야 하고, 유쾌하지 않은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그런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야 팀은 소속감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가 있는가

 유럽 축구에서 골치를 썩이는 집단이 하나 있다. 바로 ‘훌리건’들이다. 자신의 팀이 축구에서 지거나 이겨도 만족스러운 경기가 아니었을 때는 집단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쇼윈도를 부수고 차를 부수며 사람들을 위협한다. 2004년 유러피언 챔피언십 축구 경기에서 특히 영국 훌리건들이 말썽을 부렸다. 협회는 영국 팀을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 클리퍼드 스토트에 의해 훌리건들은 잠잠해진다. 그 방법은 바로 ‘고목적 환경(high-purpose enviroments)'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고목적 환경은 현재의 상황과 미래의 청사진을 잇는 작고 뚜렷한 신호들로 가득 차 있다. 기존에 경찰이 훌리건을 다루는 방식은 눈에는 눈 전략이었다. 그들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경찰도 폭력으로 그들을 진압하고 연행한다. 하지만 스토트는 오히려 경찰이 무기와 방탄복, 헬멧을 버리고 청색 조끼만을 입고 간단한 통제만 하게 만든다. 통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가십과 수다에 능숙한 경찰로 구성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토트의 청색 조끼를 입은 경찰들을 투입하자 군중과 경찰 간의 소통 2000건 중 무질서로 번진 비율은 겨우 0.4퍼센트에 그쳤다. 그들은 작은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면서 고목적 환경을 구축했다. 훌리건들에게 그들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옷으로 먼저 보이고, 축구공을 가지고 같이 어울리며 대화를 시도하고 함께 축제를 즐겼다. 


 이런 환경을 회사에 만들 수도 있을까? 그렇다면 임직원들이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구호를 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수가 파도라면, 종업원들은 곧 서퍼나 다름없다.’, ‘머리는 차갑게 , 가슴은 뜨겁게.’ 이러한 구호들이 처음 보면 유치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적용을 해보면 단순한 규칙이 모여 조합되면서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아직 일을 잘하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해보지 못했다. 주변에도 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 그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은 많이 보았지만, 팀 전체에 영향을 주는 ‘꿀사과’ 같은 사람은 보기 힘들다. 이런 리더십 가뭄 때문에, 그리고 일 잘하는 것 = 개인의 역량으로만 여기는 인식 때문에 더욱 우리나라가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민을 갈 것이 아니라면 결국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해 나가야 한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조던 피터슨의 말이다. 아무리 불평해도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렇게 영향력을 키워나가면서 팀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가 되면 그때 또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꿔 나가는 것이다. 이런 리더십은 작은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작게는 친구나 사모임에서부터 자신의 부서에서 이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적용하고 먼저 실천하면서 변화를 이끌어 낸다. 그렇게 고목적 환경이 조성이 된다면 동조하는 사람들이 팀을 위해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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