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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직은 Nov 17. 2021

정말 버리는 것이 맞을까

버리면 무엇을 얻게 될까

이사 온 지 4년.

처음엔 동그란 등받이 없는 의자 위에 TV를 두었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동그란 의자 위에 TV만 있는 것도 시각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비어있고 무소유 같던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비어있던 공간이 의자는 테이블로 변했고 테이블 밑으로 책과 기타 등등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런 공간에 변화가 생겼다. 발단은 통신사의 유혹이었다. 통신사를 바꾸면 TV를 50 인티로 준다는 유혹에 이리저리 계산을 마친 큰아이는 통신사를 바꿨다. 우리 집에 느닷없이 큰 TV가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면서 생각에 잠긴 큰아이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두둥~

TV장이 들어왔다. 거실이 달라졌고 TV주위가 달라졌다. 모든 잘잘한 소품들은 서랍 속으로 들어갔고 버려졌다. 아이는 집을 꾸미고 싶은지 나의 짐들에 대한 질문을 한다. 이젠 앞뒤 발코니에 자리 잡은 나의 짐들을 정리해야 하나보다. 


나의 삶을 보관 중인 책. 더 이상 가지고 있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책들이 거실에서 쫓겨나 발코니 한 벽을 차지하고 있는데 저 책들을 어찌해야 하나.. 한때의 나를 먹여 살린 책들이라 그런 걸까. 몇 차례나 정리를 했음에도 남아있는 저 책들은, 나의 30대이고, 나의 40대이며, 지금까지 소중하게 지나간 시간들이다. 


책만큼 쌓인 옷들도 그렇다. 아직도 너무 멀쩡하고, 좋은 품질이라 그런 건지 아깝다는 생각으로 옷장을 차지하고 있는 지난 옷들. 버리려다가도 다시 서랍으로 들어간 옷들이 나와 같다. 정말 버리는 게 맞을까.


책과 옷, 지나간 삶의 흔적을 버리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얻게 될까?

얻게 되는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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