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네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햇살이 좋은 날
희망이는 거실 깊숙하게 들어오는 햇살을 즐긴다.
그 옆에서 나는 양말에 붙어있는 털을 떼내며
건조대에 양말을 널면서
한 번씩 툴툴거린다.
"아후~~~ 이 털 어떡해~~"
유난히 털이 많이 빠지는 희망이는 웰시코기.
다 자라야 30cm라는 말이
귀에서 발까지의 정면을 말한 거였고
다 자란 희망이는 측면 길이가 7-80cm가 된다.
다리만 짧을 뿐 대형견 사이즈.
어느 날 희망이의 송곳니가 불그스름하게 변했고
늘 이를 닦아주던 작은아이가 발견했다.
치주염.
아... 개들도 치주염을 앓는구나.
병원에서는 약으로 치료해 보고
안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 시간이 벌써 3주째.
바나나에 약을 섞어 주는데 희망이는 이걸 별식으로 아는지
시간이 되면 "뭐 줄 거 없어요?" 하고 쳐다본다.
의사는 약이 쓴데 잘 먹나요? 하고 물어보는데
엄청 잘 먹어요. 하니 뜨악하는 표정으로
"잘 먹어요?" 하는데..
맞아요. 식탐도 많고, 배는 늘 고프며
그래서인지 산책을 나가면
수놈인데도 불구하고 지나는 분들은
"임신했어요?"하고 묻는다.
그런 희망이도 벌써 11년.
천하장사 같던 힘으로 우리를 끌고 다니더니
언제부턴가 힘이 약해짐을 느끼게 하고
산책시간을 15분을 넘기지 말라는 의사의 이야기가 와닿는다.
희망아.
털이 우리를 감싸더라도 괜찮아
조금만 더 건강하게 오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