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겐 축복만 있기를

아침 기도

by 아직은

비가 억수로 쏟아질 때 버스를 타러 나갔다.

방수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가방은 쏟아지는 비에 대책이 없었다.

종이 노트의 끝은 살짝 젖어 울었지만 아이패드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정거장에서 사계절을 말없이 견뎌내고 이겨낸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수히 흔들리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피할 수 있는 일은 피하며 살고 싶다.

자식의 일에 관해서는 특히 그런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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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반려견 희망이는 몸을 전혀 움직이질 못한다.

디스크 증상이 있어 수술을 했고, 수술 후 1년. 재활 치료를 받고 있으나 13살의 희망이는 힘들어했다. 치료를 받고 오면 2-3일은 잠만 자거나 눈만 돌리며 본다.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2주 넘게 재활치료를 안 갔더니 앞다리로 버티던 것이 무너졌다.

몸을 세우지 못하다 보니 배 쪽으로 피부가 짓물러 버렸다. 그 아픔이 대단할 텐데 그저 소리 죽여 끙끙대는 것이 유일한 표현이다. 대변은 몸에 묻지 않도록 하는 놀라움을 보여주지만 소변은 배가 고스란히 젖는다. 쉬를 쌌으니 치우라는 건지 또 끙끙거리는데 이녀석,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기싸움을 하다, 애원을 하다, 서로 망연히 바라만 보다.. 힘으로 제압을 하고 닦아주는데 그것도 곧 한계가 온다. 아픈데도 힘은 여전히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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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도 안 된 희망이를 데려오며 나이가 들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장군 체력을 가진, 매일 나가야 하는 산책, 귀가 쩌렁쩌렁 울리는 목청, 하루가 멀다 하고 뿜어내는 털들이 버겁다고 생각을 할 뿐 디스크가 걸릴 수도 있다는 것도, 뒷다리를 쓰지 못하고, 앞다리 마저 근력이 없어져 몸을 지탱할 수도 없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반려견도 사람처럼 나이가 들면 똑같다는 것을 겪고야 알게 되었다.

그저 눈물을 흘리며 희망이의 배를 소독해 주는 것이 전부인데 그마저도 강한 입질에 해내지 못한다. 입질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자기를 지키고 싶은 본성일까?


쏟아지는 비가 아이의 출근길에는 잠시 멈춰주기를.

출근했던 아이가 돌아와서 "엄마! 비가 날 피해서 오는 것 같았어! 놀랍지?" 하고 웃으면서 말해주면 좋겠다.

희망이의 아픔이 멈춰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오늘의 소박한 바람이고 기도다.


사람은 참...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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