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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 Dec 11. 2021

살아있는 해녀 공동체 중심 잠수회 또는 해녀회 1.

한바당해녀 이어도사나-신물질로드

해녀 공동체는 생명을 가지고 있다. 철저하게 개별 작업을 하면서도 흩어지지 않는다. 지난 경험을 축적해 필요한 것(민속지식)을 만들어 내며 오늘까지 그 형태를 유지했다. 자율적으로 만든 규약과 관습을 중요히 여길 줄도 안다. 그 중심에는 '잠수회'가 있다.


‘잠수’ 대신 최근에는 해녀회로 정리됐다.


그 사정은, 꽤 흥미롭다.


잠수어업인을 포함 해녀·잠녀·좀녜·좀수 등 다양하게 불리는 명칭을 통일해야 한다는 주문은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됐었다. 학문별로,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팽팽했다.

사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전까지 해녀에 대한 관심이 일부에 집중되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11년 '제주 잠(아래 아)녀'이름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민 청원까지 나오면서 반짝 관심을 끌었다. 논의가 이어질수록 여러 의견이 충돌하며 쉽게 답을 내지 못했다.


당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논란 끝에 '표준어로 수록됐다'는 점, 그리고 가장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의견으로 '해녀'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는 '법령 용어' 사용을 목적으로 한 것일 뿐 제주어와 제주 문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제주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직도 이런 도의회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맞고 틀리고는 없다는 점이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세계에서 통용되는 우리 표준’이라든가 ‘제주.제주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성을 여는’기준으로 본다면 수긍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이미 5년 넘게 ‘잠녀’라는 이름을 불렀던 터라 당시 도의회의 결정이 솔직히 아프고 섭섭했다. 잠녀.잠녜.잠수라는 표현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었고, ‘수산업법상 나잠어업인’이라는 제약 하나는 벗기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한발 물러섰다.


이후 제주 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과정에서 ‘일본의 아마(海女·あま)’등재 시도가 맞물리며 다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유네스코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있어 유사 성격의 유산에 있어 한 쪽이 먼저 등재할 경우 다른 종목을 등재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2009년 이전 등재된 인류무형문화유산에는 ‘명작’이란 타이틀이 하나 더 있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와 함께 ‘명작’대열에 올랐지만 정작 어떤 방식으로 보호하고 전승할지에 대한 고민은 생각보다 활발하지 못했다. ‘살아있는’과 ‘지속가능한’이라는 다른 유산들과 다른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형의 것들과 같은 접근으로 자칫 ‘박제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가치있는’의 함정 역시 고민이 됐다.


2009년부터 대표목록으로 인류의 삶과 밀접하면서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던 저력에 의미를 부여했던 유네스코는 유사 문화권을 가진 국가들의 피비린내(?)나는 물밑 경쟁에 직면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비슷한 자연 환경에서 활발한 문화교류가 있었던 동북아시아 국가 간 다툼이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기 시작하면서 유네스코는 ‘공동 등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동안 ‘등재 유산 *개’를 경쟁력으로 생각했던 국가들에서는 ‘가급적 먼저’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제주해녀문화 등재에는 이런 배경으로 인한 수혜가 있었다.

‘일본이 아마 등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 한 마디가 우리나라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리스트의 순서를 바꿨다. 10년 가까이 등재 필요성을 외쳤던 입장에서는 표정관리를 해야할 일이었다. 반갑기도 했지만,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과정에서 걸림돌로 꼽혔던 것이 '해녀'라는 명칭이다. 일본어로는 '아마'지만 한문 표기는 제주와 일본 모두 '海女'로 동일하다.


그리고 다시 ’뭐라 부를 것인가‘를 얘기하던 그 때로 돌아갔다. 주장 중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잠녀.잠녜, 여기에 아래아 발음까지 더했을 때 영문 표기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해녀나 잠녀.잠녜 등으로 부르는 Sea Woman이 있다는 설명보다 ‘제주에는 해녀가 있다’고 정의하는 것이 공감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 등재 이후 꾸준한 홍보를 통해 ‘Sea Woman’의 자리 상당수에 ‘Haenyeo(해녀)’가 들어가 섰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사진 1978년 제주 해녀(국립기록원)

* 귀덕1리 해녀들이 물질 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예테보리에서 열렸던 해녀전시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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