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력 탐구 생활 : '로컬 브랜드'에 거는 기대
“잘 하고 있습니다”라고 쓰고.“제대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읽는 일. 내게 로컬은 그런 의미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5월 창업생태계포럼n낙낙데이에 참여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대표 프로그램 두 가지가 하나로 연결된 특별한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마침 인생에 중요한 결정했던 참이라 쉬고 싶다는 간절함과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에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각오 비슷한 것에 우선순위를 뒀다.
‘제주 로컬 브랜드 상권사업의 가능성’을 주제로 한 자리는 생각보다 후끈했다.
‘로컬브랜드’란 테마를 앞세웠지만 일단 상권 사업이다. 정리하자면 지역 고유의 자원과 특색을 기반으로 지역 상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와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바닥을 다지고 틀을 세워 ‘색’을 입히는 일이다.
지난해 공정 초콜릿을 만드는 제주 로컬기업 코코하를 앵커로 구좌읍 세화리에 이어 올해 또 다른 로컬 기업 일로와가 제주 원도심 무근성길에 판을 깔고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역 > 마을 > 동네를 기반으로 자리잡은 로컬크리에이터들의 도전과 조율,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봤을 때 최소 20인21각, 그 것도 덩치나 다리 길이, 체력, 성향 등등이 각기 다른 개성 넘치는 조합이 합을 맞추는 작업이다. 심지어 제한 시간과 중간 장애물(?) 미션이 깔려있다.
‘이렇게 할 수 있다’보다 ‘(**보다) 잘 한다’를 만들기까지 관계한 모두의 ‘내 일’같은 수고와 희생과 배려가 요구된다. 열정은 물론 디폴트값이다. 그 결과물이 모두 ‘잘 했다’로 끝나지 않는다. 정작 잘 하고 있음을 보이기 위해 애를 쓰다 힘과 방향을 잃는 경우를 자주 봤다. 로컬 현장들에서 제대로 봐주기를 바라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그런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다.
로컬의 시작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어쩌면 균형발전이란 명분으로 지역별로 특화한 산업을 만들고 살기 좋은 거점을 만드는 시점부터 로컬은 있었다. 다만 그 것이 농산어촌에 맞춘 정책과 예산으로 제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접근이 가능하다. 일종의 복지성 접근으로 로컬의 노력이나 가치가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을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많은 사업과 비용을 들여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을 펼쳤지만 여전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중, 빨대효과, 그리고 전국적인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막지 못했다.
지금 심화하고 있는 군 단위에서 거점도시로 다시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인구유출의 원인은 직장, 교육, 의료서비스 등 사회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 인구감소가 시작된 위기 지역과 이미 인구가 줄어 소멸 위기에 놓은 지역은 꾸준히 늘고 있다. 어느 순간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서로 필요 인구를 끌어당기는 제로섬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1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국고보조 사업 선정 때 가점을 주는 등 집중적으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해 인구 소멸 위기를 막는 데 주력했지만 결과는 씁쓸하다.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정책들의 틈바구니에서 적절한 해법을 찾기는커녕 늘어나는 피로감과 성과에 대한 부담감이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유행처럼 만들어진 **길이나 %%마을 같은 이름이 엉덩이가 무거운 코끼리처럼 지역을 짓누르고 있는 경우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니 할 수 있음의 기준을 지역에 맞추고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들에서 먼저 글로컬상권창출사업을 시작해 한 해를 채우고 있는 수원 행궁동 박승현 대표의 발표는 유의미했다. 특히 ‘쾌적함’이란 키워드를 찾고 무릎을 탁 쳤다.
지난해 통역 옵서버로 참여했던 대전 제1회 건물주 학교에서 만난 일본 큐슈 DIT팀 (DIY 리노베 Week)의 메시지와 연결된 무엇 때문이다.
부동산, 건축, 커뮤니티, 시공, 디벨로퍼 등 메인 영역은 다르지만 필요와 역할에 따라 모여 입체적으로 일본 지방도시의 적정재생을 주도하는 이들이 강조했던 것이 ’쾌적함‘, 그러니까 긍정적 경험이었다.
풀어 설명하자면 DIT(Do It, together). 기획 단계에서부터 로컬크라에이터와 주민간 유대와 지역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생겨난 '관계'가 협업으로 이어지며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단단한 일상을 만드는 과정이 사업이란 단어 안에 녹아 있어야 한다.
눈 번쩍할 대단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수치로 인정받을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수긍하고 적당하다고 느끼는 ‘다시 찾을 이유‘를 다지고 쌓고 물들게 하는 것들의 얘기다.
‘쾌적‘에는 몸과 마음이 알맞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아직 진행형이지만 그 단어를 꺼낼 수 있음..은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로컬크리에이터‘라고 부르는 새로운 경제인류의 출현이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질만도한데 현실은 아쉽다.
그나마 달라진 건 중앙집중식의 시혜성 사업(국비 받아서 지방비 매칭해 창업자들에게 보조금 형태로 나눠주는)이 로컬 대표 그룹들에 맡겨지고 있다는 점 정도. 그 마저도 일부는 ‘좀 더 영향력있는‘이나 ‘성과를 빨리 낼 수 있는’ 등등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그 역시 지역에 맞는 생태계로 설명하면 그럴 수도 있어 보이는..의 영역이다.
완수해야할 것 만큼 관련 예산이 늘면서 기회를 틈 탄 손과 입이 이미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 가운데 로컬 브랜드 맞춤 금융 시스템이나 지식과 통계, 페이 잇 포워드 문화 같은 것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사정들도 생긴다.
그러니 그 안에서 ‘제대로 해야 할 것‘을 고민하고 방향을 유지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가야 한다. 다양한 사례는 그 안의 인적 구성이나 가지고 있는 지역 자원, 활용 여력, 합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들이다.
오늘 제주를 애정하는 로컬크리에이터 한 팀과도 비슷한 주제를 공유했다. 보이는 것, 보여지는 것 말고 봐야할 것을 좀 더 챙기면 어떨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