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최고의 순간을 선물할 수 있을까

나의 소소한 제주 일상 : <놀라운 환대> 그리고 불편함 곱씹기

by 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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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늦출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보지 않는다면 결코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 없다.
속도를 늦추는 것은 단순히 현재의 순간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더 단단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윌 구이다라 #놀라운 환대_중



상품성 보다 힘이 센 환대에 대하여


저자인 윌 구이다라(Will Guidara)는 26세에 뉴욕의 평범한 레스토랑이었던 ‘일레븐 매디슨 파크(EMP)'의 경영을 맡는다. 그리고 11년 후 EMP는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하며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거듭난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가능하게 했을까. 실력 좋은 요리사와 훌륭한 메뉴, 효과적인 마케팅 같은 것이 맞물렸을 거란 보통의 생각에 저자는 조금 생뚱맞게 ‘놀라운 환대’를 1순위로 들었다. 그것이 이른바 상품성, 경쟁력이라고 말하는 것들에 우선했다는 얘기다.

여기서 ‘놀라운 환대(Hospitality)’는 진정성 있는 경험이다. 이 안에는 또 무수히 많은 ‘기회’가 포함돼 있다.

공급자는 고객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방법을 찾아내 고객과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기회가 있다. 반대로 수요자는 자신이 지불한 비용 이상의 만족감과 예상하지 못했던 잊지 못할 경험을 얻은 감동, 돈으로는 환산하기 어려운 기회를 챙긴다는 얘기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서비스에 접목하는 것은 일정 정도의 의도와 치밀한 관찰, 무엇보다 진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의도를 읽히는 순간 ‘그럴 수도 있는 일’이 되고, 아무리 좋은 서비스도 상황에 따라 불편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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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쾌락 만드는 동력


이 책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최고의 순간을 선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행위 자체는 이타적이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이기적인 쾌락이다. 즉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면 자신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이보다 더 좋은 쾌락이 있을까’라고 환대에 대한 행위를 정의한다.

투자나 마케팅 관점에서 그 선택은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기적이라는 것이 꼭 부정적으로만 해석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95:5 법칙’을 보자. 저자는 최고급 젤라토 출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예산의 95%를 적극적으로 관리한데 반해 젤라토 스푼은 터무니없이 비싼 것으로 골랐다. 이‘어리석게’보이는 선택이 고객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고 했다.

환대의 본질은 사람에 맞춘 경영, 운영, 서비스를 의미하며, 우리가 만든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따뜻한 환대를 경험하도록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많은 기업이 고객 경험을 중시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과의 작은 대화에서 단서를 찾고, 개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감동할 만한 디테일을 추가할 것을 조언한다.

EMP에서 식사 중인 관광객이 뉴욕에서 핫도그를 먹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 것을 들은 직원이 바로 최고의 핫도그를 사 와서 정성스럽게 제공한 일은 제법 입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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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런 케이스는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 소멸 문제 해결과 회복․재생에 집중하고 있는 지역 역시 이런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진행하는 일 중에는 유독‘자랑’이 많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이나 오랜 역사나 지역 특화, 그리고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같은 수식어를 화려하게 사용해 자부심을 드러낸다. 충분히 그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수위가 높아질수록 돌아오는 반응은 긍정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제법 날카로운 비판이나 아픈 지적이 많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이다. 잘 몰라 그러는 것이라고 홍보를 강화하거나 안 좋은 것들을 서둘러 감추고 수정하는 응급처방을 하는 방법도 있다. 저자가 조언했던 것처럼 ‘이기적’이게 지역이 만족하고 뿌듯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선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 감동과 평생 기억할 경험으로 남을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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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이가 만드는 큰 감동


‘놀라운 환대’는 작은 차이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종종 큰 변화만이 감동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오래 기억에 남는 것들은 사소하거나 섬세한 무엇이다. 거창할 이유도 없다. 따뜻한 순간을 디자인하는 배려와 이를 실천하는 환경 조성이 핵심이다.

거창하게 소리가 요란한 축제는 준비에 얼마를 썼고, 그래서 이 정도 감흥을 줬다, 그러니 내년은 더 얼마나 쓸까로 끝나는 일이 허다 하지만 우연이 들른 작은 미술관의 손바닥 만한 그림엽서나 동네 잔치에서 맛본 소박한 국수 한 상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환대는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하고, 따뜻한 순간을 디자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일상이 축제가 되는 것이나 축제를 일상처럼 즐기는 것이나 모두 공감과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것을 내 일처럼 실천하고 누릴 때 감동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환대의 경험은 평생 기억할 거리이자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소재가 된다.

제주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도 환대라기 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들이 부지기수다. 제주해녀문화만 봐도 그들을 만나고 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들 중 태반이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빙 형태의 물질 체험이나 해녀 공연이다. 신기하거나 바다가 있으면 가능한 무엇을 제외하고 남는 것이 거의 없다. 그 마저도 물을 무서워하거나 보여주기식 공연을 원치 않는 이들에게는 기억으로도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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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에 맞춘 경영, 운영, 서비스


환대의 본질은 사람, 대상에 맞춘 경영, 운영, 서비스를 의미한다. 우리가 만든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따뜻한 환대를 경험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 협력할 수 있는 팀이 필요한데 여기에도 환대의 95 : 5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 정작 서비스를 제공할 이들이 만족하기는커녕 성과에 급급한 운영을 한다면 그저 좋을 일 잠깐 한 것 이상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 지난해 꽤 오래 애를 쓰고 기본 틀을 설계헸지만, 올해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되어버린 소소한 작업을 들추고 싶지는 않지만, 피드백이라는 영역과 작은 습관을 훈련하며 만드는 큰 그림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솔직히 많이 아쉽다.

여기에 다시 피크앤드 법칙(Peak-End Rule)을 얹어본다.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평가할 때, 전체 경험을 평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강렬했던 순간(피크, Peak)과 마지막 순간(엔드, End)에 기반하여 기억하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개념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동료들에 의해 제안됐는데, 인간의 기억과 의사결정 과정이 시간의 흐름보다는 특정 순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서 이 피크앤드 법칙이 적용된다. 대부분의 과정이 즐거웠던 여행이라도 마지막 날 불쾌한 경험이 있었다면 부정적으로 기억되는 것이라던가 평소 자주 쓰던 물건이지만 우연히 마감 상태가 좋지 않거나 부작용 비슷한 것이 발견됐을 때 그동안 익숙했던 것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것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지역이 종종 놓치게 되는 것들은 실수가 아니라 자부심과 전문성 같은 말로 잘 포장한 자만 또는 나태 때문일 수 있다. ‘환대’라고 했지만 그 방향은 ‘나’를 향할 수도, 또 ‘너’ 에 맞춰질 수도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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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과 작은 습관의 힘 | The Power of Details and Small Habits
작은 디테일에 집중하는 습관은 큰 성공으로 이어집니다. ‘1인치 규칙’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태도는 작은 실수 하나가 전체 경험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 Focusing on small details leads to great success. Like the "one-inch rule," staying focused until the very end and completing your tasks is crucial, as even a small mistake can affect the entire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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