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력탐구생활 : 서귀포시 중앙동 모두의 골목 올림픽
도시를 오래 들여다보면, 눈에 보이는 변화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결이 먼저 느껴질 때가 있다.
서귀포를 알고 중앙동을 보면 더욱 그렇다.
올해로 세 번째 맞은 ‘모두의 골목올림픽’ 모니터링을 하며 현장을 구석구석 살피고 사람들의 반응을 따라가다 보니 특히 두 개의 장면에서 오래 발걸음이 붙잡혔다.
중앙동 주민들의 삶을 담아낸 사진전과 서귀중앙초 아이들의 동네 탐색 결과물이다. 둘 다 골목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한 목소리로 들려왔다.
특히 중앙동은 상점보다 주택가가 많은, 고전적인 원도심의 형태를 갖고 있다.
빠르지도, 완전히 멈추지도 않은 속도로 사람들의 일상을 조용히 품은 채 시간 위를 흐르는 곳이다.
골목에는 오래된 집과 새로 올린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문을 닫은 가게도 있지만 오래된 집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산다.
반듯하게 뚫린 도로는 오히려 상업적 침묵을 더한다.
그럼에도 등하굣길 아이들의 목소리는 종종 골목 벽을 울리며 이 동네가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이 아이들의 발걸음은 중앙동의 심장이 아직 뛰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골목의 시간성은 쇠퇴가 아니라 ‘겹침’이다
많은 이들이 고령화된 지역을 이야기할 때 ‘쇠퇴’라는 말을 쉽게 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곳에서‘겹쳐진 시간’의 풍경을 봤다.
어르신들의 느린 시간,
오늘을 살아내는 세대의 리듬,
아이들이 만들어낼 미래의 속도.
이 세 가지 시간이 같은 골목 위에 살고 있다는 건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이 독특한 시간의 결이 바로 중앙동이 가진 가장 큰 잠재력이 아닐까.
문제는 정책의 속도가 이 골목의 속도와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곳만의 일은 아니다.
정책 주도 사업은 짧은 기간, 빠른 성과, 확실한 지표를 요구한다.
반면 지역은 습관, 기억, 관계라는 보이지 않는 느린 리듬으로 움직인다.
이 둘이 부딪히면 좋은 공간을 만들고도 사람은 남지 않고, 반짝 살아나는거 싶다가도 쉽게 사그라든다.
그래서 특정 구역만 먼저 살리는 전략이 도농복합 지역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들 지역은 도시처럼 ‘블록 단위’로 나누어 움직이지 않고 생활권과 기억권이 결로 이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가능성을 본다.
왜냐하면 여기에 아직 세대가 함께 사는 ‘생활의 리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그저 거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골목의 온도를 지킨다.
오늘을 살아가는 세대는 아침마다 출근길을 걷고 종종 동네 상점 문턱을 넘는다.
아이들은 감기처럼 번지는 활기로 동네의 공기를 바꿔놓는다.
이 무심한 일상들이 전체의 미세한 온도를 올린다.
지역은 그렇게 아주 천천히 회복된다.
골목은 건물로 살지 않고, 사람의 시간으로 살아난다. 로컬리라 부르는 영역의 결과물은 결국 시간의 싸움에서 얻어진다.
대단한 개발이 없어도, 멋진 건물이 없어도, 세대의 시간이 서로를 지탱해줄 수 있다면
골목은 살아남는다.
골목의 가장 큰 경쟁력은 ‘빠르게’가 아니라 ‘겹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느린 지역’에서 느린은 그래서 안되는 이유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시간을 건네는 방식이다.
정책이 그 시간을 존중하고,그 리듬을 세심하게 번역할 수 있다면 이곳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단단해질 것이다.
골목의 시간은 사람이 흐르는 속도로 움직인다.
사람이 있는 골목은 죽지 않는다. 그저 느리게 움직일 뿐이다.
그 시간의 결을 이해하는 순간 지역은 비로소 방향을 갖는다.
그 것을 어딘가에서 한 빛나는 성과나 ‘남들처럼‘으로 대충 재단해서는 안된다. 당장은 보이지 않아도 골목에서 새로 길이 나고 있다.
사진 속 어르신들의 등은 굽어 있지만 여전히 이 곳에서의 삶을 아낀다. 쉬는 날 없이 종일 일하거나 무례한 사람들 때문에 힘들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행복한’삶이 있음을 찬찬히 살필 수만 있다면…길은 그렇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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