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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 Apr 13. 2022

꽃길 넘어 화성가는 그날까지 ‘달려’

스밥 6기, 에디터가 되다 4:  영화 마션, 그리고 '화성장'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뭐냐면 ‘화성에서 홀로 남겨졌을 때 죽음을 예상했나요?’였어. 그야 당연하지. 자네들이 겪게 될지도 모르니 잘 알아둬. 우주에는 치명적인 위험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어. 어느 순간 여러 문제가 동시에 터져서 ‘이제 끝났구나’싶을 때가 오지. ‘이렇게 끝나는 구나’ 그냥 이대로 죽기 싫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일을 해야지. 그게 전부야. 일단 시작해. 잘 생각해서 문제를 하나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또 해결하고. 그렇게 계속 해결하다 보면 살아서 돌아오게 돼. 이상이다. 질문 있나?”


 

 

영화 마션 중 한 장면

SNS를 타고 불쑥 날라온 초대장 하나가 몇 년 전 눈과 귀를 번쩍 뜨게 했던 영화 속으로 이끌었다. 2015년 작품인 영화 마션(The Martian)’이다. SF라고 하기에는 모험과 드라마가 어우러진 ‘우주’영화 쯤으로 분류해 본다. 연기 잘하는, 좋아하는 배우(맷 데이먼)가 등장하는 탓에 줄거리에 집중했는지 인물에 꽂혔는지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2시간 반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던 디스코 선율은 지금 생각해도 엉덩이가 들썩 거린다. ABBA와 David Bowie나 Donna Summer 등등의 목소리를 턴테이블에 얹어 들었던 기억도 꺼내 본다. 나이가 아니라 연세를 물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일부러 구해 듣는 것도 흔해진 참 좋은 세상이라 슬쩍 넘어간다.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마션은 어쩌다 화성에 남겨진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잘 알고 또 익숙한 표류기의 포맷을 가지고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우주를 헤집는다.

인류 역사 최초 화성 유인 탐사 작전인 아레스3 탐사대에 식물학자 겸 기계 공학자로 참여한 마크 와트니는 거센 모래 폭풍을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고 대원들로부터 고립된다. 그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동료들이 떠나간 뒤 화성에 남은 유일한 지구인이 된 와트니는 살아남기 위한 모든 것을 총동원한다.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 없어”.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해 식량을 만들어 내고, 지구와의 교신을 위해 갖가지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는 상황은, 코끝 시큰한 영웅씬이다.

영화 마션 중 한 장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와트니 구출 작전에 동원되고 전 세계 사람들이 그를 응원하는 상황은 전혀 낯설지 않다. 멀리 전쟁에 휘말린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돕기 위해, 가까이 동해안 산불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해 나선 이들의 마음씀은 선거 바람에 휩쓸려 이래저래 상처받은 마음에 반창고가 됐다.

영화 속에도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남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등산객이 산에서 조난을 당하면 수색대를 보내고, 지진으로 도시가 폐허가 되면 전 세계가 구호품을 보낸다. 이런 본능은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고 예외란 없다”. 영화 마션을 떠올리며 2016년 ‘화성에 100만 명이 살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겠다’, 2020년에는 ‘2026년까지 화성에 가겠다’고 말했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만 연상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얼마 전 3년을 늦춘 것까지 포함해 화성 유인(有人) 탐사가 2029년쯤 이뤄질 전망이다. 2029년은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던 1969년 이후 60년이 되는 해다.      

영화 마션이 위대한 것은 대단한 우주 과학이 현실에 가까워진 것보다 그 과학 위에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휴머니즘과 희망에 대한 시선에 있다.

영화 마션 중 한 장면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로 포장한 화성판 ‘어쩌다+나혼자+삼시세끼’는 문제와 끊임없이 씨름하는, 스타트업의 속성과 맞물려 특별한 감정선을 만든다. “포기하고 죽을 게 아니라면 이 악물고 살아남아야지”는 대사에 울컥했다는 얘기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리라.

다만 그런 접점만 있었을까 하는 것이 오늘 이야기의 시작이다. 레드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SNS 초대장을 펼친다. ‘화성장’이다.

제주스타트업협회(Jeju Startup Association 회장 남성준·이하 JSA)가 오는 16일 펼치는 ‘MARS 스타트업 프리마켓’(오후 2~5시, 파커스 1층 라운지)이다.

‘스타트업이 꽃(花)길만 걸었으면 한다’는 심쿵한 설명을 달았다. 제주도내 제조업과 유통업, 유무형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 등이 참여한다. 제주산(産 ) 과일과 수산물 가공식품, 제주도를 담은 굿즈, 환경을 생각하는 업사이클링 제품,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생활용품, 제주를 새롭게 누리는 관광상품들이 나온다.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화성장 TF 김나솔 제주 스퀘어 대표(JSA 사무국장)에게 물었다. 예상대로 우문. 돌아오는 현답에 고개를 끄덕인다. ‘봄이라 제대로 기지개를 켜고 힘내자 자리라고 했다. 코로나19 힘들었던 지난 2년을 서로 격려하고 전장(戰場) 나가기  각자의 매무새를 정리하고  채비해서 “ 기운으로 화성까지 가보자 야망도 담았다. 텐션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전의를 다잡는 이벤트(?) 있다.

프리(한)마켓으로 스타트업 외 일반일들에게 자신들과 접촉할 기회를 만드는 것은 물론 각자 기획한 상품과 비즈니스모델을 꺼내 품평을 듣는 실험적인 자리도 만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최선을 다하는 만큼 보지 못하는 빈틈이란 것도 분명 있다”며 “업계 내부의 쓴소리가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거란 동의 아래 준비중”이라고 귀띔했다. 얘기를 듣는 순간 흥분한 콧구멍이 하트 모양이 됐다. 그리고 이내 직업본능 발동. “꺼내놓고 팔 수 없는 ‘서비스’는 어떻게 하나요”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화성장의 일부입니다”.

제주 스타트업 믹스 2020.

제주 특유의 커뮤니티형 창업 생태계여서 가능한 실험이다. 코로나19라는 터널을 지나는 사이 흐트러진 로컬의 기준과 홍보 마케팅의 기본을 찾는 일이 중요해졌다.

지난해 JSA는 '제주 스타트업 믹스 2020'을 진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했지만 제품과 바우처를 전시하고 알리면서 해야 할 것을 찾았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쉬지 않고 고민하는 것은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은 누군가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알게 하는 방법이다. ‘느닷없는 행운’을 기다리는 대신 지역에서 인정받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자는 생각이 판으로 이어졌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으로 띄울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은 아직 시험 비행 중이다. 머스크의 유인 화성 탐사 목표가 점점 미뤄지는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로 알려진다. 화성 탐사 기회는 약 2년마다 한 번씩 돌아온다. 지구와 화성이 일렬로 늘어서 비행 시간이 가장 짧아지는 시기다. 올해 말과 2024년 말, 2026년 말, 2028년 말~2029년 초다.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없는 그의 계획에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해볼만하다는 분위기를 만든 것 만큼은 분명하다. 머스크만 할 수 있는, 그런 일은 아닌 셈이다.

남성준 JSA 회장(다자요 대표)이 그랬다. “한 번 해보고 잘 안되면 또 해보자 하는 거죠. 스타트업이 원래 그런 거잖아요”

다시 영화 속 한 장면, “우주에선 뜻대로 되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무작정 시작해보는 거지”. 그리고 그 뒤로 Gloria Gaynor의 'I Will Survive’이 슬슬 볼륨을 높인다.

“…And I grew strong

And I learned how to get along

…I've got all my life to live

And I've got all my love to give and I'll survive

I will survive, hey, h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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