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번째 스밥, 이렇게 함께 차렸습니다
처음 열린 ‘제주 스밥’이 와글와글 입소문을 타는 이유가 뭘까. 사실 이유같은 건 없습니다. 원래 그렇기 때문입니다. 제주 스밥이 열리기 까지 ‘내 일처럼’ 마음을 보태준 곳들이 많았습니다. 마치 흑룡만리라고 부르는 제주 돌담을 쌓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제주 돌담은 반듯하지는 않지만 돌이 가진 특성들을 잘 활용해 정교하면서도 섬세합니다. 태풍의 진로가 우리나라를 향한다고 하면 어김없이 제주를 통과하는 그런 상황들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탄탄합니다. 서로를 단단하게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돌담같은 제주 스밥을 위해 성의를 나눠준 모두를 이 자리를 빌어 소개합니다.
· 함께 한 날 : 2022년 7월 29일(금) 19:00
· 모인 곳 : 제주시소통협력센터 1층 질문도서관
· 밥 손님 : 김두원 제주설심당 대표님 김남철 제주애퐁당 대표님 김명은 컬러랩제주 대표님 김가은 소·도시 대표님
· 호스트 : 양경준 대표님 전정환 대표님 외 게스트 김나솔 대표님 이승재 대리님
· 행사 지원 : 제주시소통협력센터 애월아빠들 제주입말음식 아물렝 제주스퀘어 플레이스캠프제주
제주시 소통협력센터는 행정안전부의 사회혁신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 및 운영'사업을 통해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습니다. 제주시 원도심(관덕로 44) 옛 미래에셋대우 사옥을 리모델링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규모는 지하 2층 ~ 지상 5층, 연면적 4,631㎡입니다. 지하 1층은 제작공간으로 활용합니다. 1층에는 질문도서관, 아카이브룸, 카페가 있습니다. 2층에는 어린이 돌봄‧놀이 공간이, 3층에는 회의실과 개방형 공유사무실, 4층에는 구획형 공유사무실, 회의실, 세미나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목적홀, 공유주방이 들어선 5층은 주민들이 함께 관리하는 옥상정원까지 꼼꼼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주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와 지역 갈등 해결을 위한 플랫폼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잇습니다. 현재도 민복기 센터장을 중심으로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밥 장소 섭외 과정에서 “보통의 일반 주민들과 함께 일상에서 겪는 문제나 지역사회의 현안을 ‘문제가 아닌 가능성’으로 보면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해나가기 위한 생태계 기반을 마련하고 문화를 형성하는 곳”이라고 했던 민복기 센터장의 귀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스밥의 취지를 듣고 흔쾌히 장소를 내주셨습니다.
"우주에서 가장 맛있는 계란 '애월아빠들'입니다" 자신감도 우주 최강인 '애월아빠들'은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의 브랜드입니다. 2대째 양계업을 잇고 있는 이욱기 대표를 주축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식탁을 위해 아빠 1호에서 6호까지, 그리고 새로 만든 영역을 책임지는 아빠들까지 하나둘 손을 보태 만들고 있습니다. '동물복지'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396㎡에 2만 마리나 키우던 닭을 3000마리까지 줄이는 엄청난 결정을 했습니다. 지금은 소비자들에게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과 온라인 플랫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머리 속에서 구상하던 것을 실현에 옮기고 결과란 것을 손에 넣기까지만 15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의 먹거리는 아빠들이 책임진다’는 약속은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18개 농가와 손을 잡고 산란계 40만 마리를 동물복지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동물복지인증을 획득했고 지금까지 6개 농가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나머지 농장도 인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래 공들이고, 특히 ‘사람’의 연대와 가능성을 현실로 옮기는 힘에 대한 믿음이 스밥과 통했는지 모릅니다. “뭐든”이라며 손을 꼭 잡아주셨습니다.
입말 음식은 토박이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조리법이 전해지는 음식을 말합니다. 제주 우영팟에서 나는 식재료로 최소한의 조리법과 기구를 통해 제철 재료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제주식 패스트푸드’를 만든다는 취지로 제주시소통협력센터 내에 입점했습니다.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의 활동 지원사업 ‘제주로 만난 사이’의 전문가 기획사업에서 출발했습니다. 요리연구가인 하미현 대표가 제주여성농민회, 서귀포향토음식연구회, 혼디드렁공동체, 올바른농부 등 4개 단체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입말음식을 발굴하고 직접 재배한 작물과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슬로우 푸드로 알려진 제주 음식을 ‘후딱 짓되 천천히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건강한 패스트푸드 형태로 업그레이드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올바른농부장 등과 협업을 통해 식재료를 조달하고 상품화가 가능한 메뉴를 계속 실험 중입니다. 제주 스밥에 차려주신 음식도 직접 개발한 메뉴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여전히 또 항상 고민 중인, 그래요 스밥과 닮았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플레이스 캠프 제주는 숙박시설이지만 숙박만 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공간입니다.
그래서 ‘NOT JUST A HOTEL’을 선언합니다. 마음껏 웃고, 맛있게 먹고, 활기차게 걷고, 음악을 즐기며, 전혀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공간, 그리고 온전히 나일 수 있는 공간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스는 단순히 ‘공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노는 곳을 뜻하기도 합니다. 다채로운 즐거움은 뭔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것을 찾고 싶은 욕구를 자극합니다. 호텔이 아닌 캠프라 부르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문을 열 때부터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무장한’ ‘독특한’이란 수식어를 썼으니까요. 지금도 공간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용 안내 대신 ‘어떻게 또 어디에서 놀 것’을 일러주는 곳이 세상 어디 또 있을까. 직접 찾아가 확인하면 알 일이다. 편집샵 페이보릿이나 도렐커피·스피닝울프 제주본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스밥을 위해 사람을 내어주셨어요. 이런 고마운 일이. “잘 놀다 와” 하시더라고요. 역시.
제주로컬상회 어물랭 건어물연구소를 총괄운영하고 있는 김주호 대표님은, 아 글쎄 스밥 2기 운영진(디자이너)이셨다고 합니다. 마침 제주스밥이 열리는 날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참가하지 못하는 대신 멋진 선물을 챙겨주셨습니다. 원래는 캐릭터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로 디자인 기반 콘텐츠 개발을 했었지만 제주에서는 ‘로컬’에 집중하면서 로컬과 로컬을 잇는 푸드 사업에 도전합니다.
‘어물랭’은 건어물계의 미슐랭을 목표로한 로컬상회의 기획 브랜드입니다. 소비자들에 맞춘 합리적인 가격대를 위해 질 좋은 수입산 건어물를 활용한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제주의 해산물, 오분자기·전복·한치·보말등 다양한 해산물 가공을 시도해봤지만 실패. 제주도 흰다리 새우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로컬상회에서 수입하고 있는 베트남산 왕새우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제주도 마늘과 올리고당을 조합한 미친감칠맛 소스가 로컬 연결의 역할을 맡습니다. 마늘왕새우포는 8마리 8900원. 저옥숙성과 최적 온도에 맞춘 5시간 건조 과정, 장인(?)의 손길이 필요한 중간 작업 등등을 최소 평균 11시간의 제조시간을 감안하면 착한 가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혼술할 때 통통한 식감과 더불어 입 안에 바다를 부르고 싶을 때 제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