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생각해 보면 식물들과 어렸을 때부터 꽤나 친하게 지내왔다. 주변에 늘 있는 게 잡초와 나무였고 또 집 앞에 작은 동산이 있어 봄과 겨울사이에 계절의 변화들이 나에게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근교 시내에 꽃집이 하나 있었는데 늘 거기서 내놓은 화분들을 구경하곤 했었다. 식물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다. 어린 마음에 작은 화분들이 예뻐 보였을까, 마음에 드는 허브종류나 히야신스 같은 나무들을 종종 데려오곤 했었다. 그중 허브나무는 집 앞 화단에서 여전히 늘 자리를 지켜준다.
따뜻한 무언가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중에도 식물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어릴 적 읽었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서도 제제가 오렌지나무를 사랑하던 그 마음이 기억에 남는다. 보통은 사람이 식물의 집사이지만, 오렌지나무가 제제의 집사가 되어 제제를 돌보아 주었던 게 아닐까
식물을 돌보는 하루의 루틴은 나에게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분무기 뿌려주기, 식물잎이 상하지 않았나 관찰하기, 새로 올라온 새싹 관찰하기, 물이 부족하지 않은지 흙체크해 주기 등 은근하게 손이 간다.
계절마다 물이 필요한 양이나, 흙이 마르는 속도가 식물마다 달라서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는 형태로는 오래 키우기 힘들고 쉽게 식물이 죽는 일이 많아서 식물을 정성으로 돌보다 보면 깨닫게 되는 생각들이 많다.
너무 과하게 사랑을 주어도 어렵고, 그렇다고 너무 무관심하게 대하면 시들어가게 되는 경우들이 있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것과 비슷한 연관성을 가진다고 생각이 든다.
식물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요즘이지만, 내가 돌보고 사랑할 수 있는 만큼 욕심부리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게 작은 바람이다.
식물중독 체크리스트
- 집에 식물들이 점점 늘어난다.
- 집의 공간들이 점점 식물화 되어가고 있다.
- 식물에 관한 하루루틴이 생긴다.
- 꽃집이나 화원을 못 지나치고 습관적으로 들린다.
- 주변에 안 보이던 꽃집이 눈에 밟힌다.
- 식물이 커가는 모습이 점점 사랑스럽게 보인다.
- 식물스폿이 곧 내 힐링 스폿이다.
* 모두 해당된다면 식물중독에 빠진 게- 행복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