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음식과 첫 대면할 때
맛을 연구하는 학자를 만났다(그들이 반드시 미식가는 아니다). 음식 연구자인지, 인체 연구자인지 헷갈릴 정도로 ‘몸’과 ‘뇌’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우리는 맛을 혀로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코와 눈, 뇌와 가슴, 귀와 손은 물론이고 주변 환경, 함께 먹는 사람이 누구냐에 이르기까지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끼칩니다.”
맛은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고, 분위기가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지만 그의 얘기는 남달랐다.
“낯선 음식과 첫 대면할 때, 그것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무척 중요합니다. 어떤 음식인지, 어떤 맛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뇌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몸의 반응이 크게 달라집니다.”
‘걱정’하는 사람과 ‘호기심’을 갖는 사람 사이, 맛있을 거라고 상상하는 사람과 맛없을 거라고 상상하는 사람 사이, 첫맛은 극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맛 연구가는 그런 인간의 입맛을 오묘한 섭리로 해석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비슷할 겁니다. 새로운 사람과 첫 대면할 때, 설레며 기대감을 갖는 이가 있고, 경계심과 거부감을 미리 갖는 이들이 있죠. 한 사람을 오래 깊이 사귀는 사람이 있고, 금세 싫증을 느끼고 이별을 반복하는 사람이 있고, 어디에도 정을 못 주고 끝없이 부유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가 맛에서 찾아낸 오묘한 섭리는 그런 거였다. 이 세상의 음식은 오감으로 느껴도 부족해서, 육감 칠감 팔감을 다 동원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칠감 팔감 구감이란, 시간에 따른 時感, 장소에 따른 空感, 자기 컨디션에 따른 體感 등을 말하는 것으로 그가 마구 갖다 붙인 용어들이다).
“그런데 말이죠. 맛에서 정말 중요한 건 먹기 전이 아니라 먹은 후입니다. 음미란 그런 거예요. 과정이 어떻든, 먹고 난 후 어떻게 음미하고 해석하고 즐겨 가느냐. 그것이 사람의 운명을 가늠한다면 믿을 수 있겠어요?”
질문인지, 대답인지 알 수 없는 말맛이 침샘을 자극했다. 아, 말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