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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Sep 28. 2021

오징어게임을 봤다

인생은 게임?

오징어채를 씹으며 ‘오징어게임’을 봤다. 무슨 내용인지 사전정보가 전혀 없이, 넷플릭스에서 가장 핫한 드라마라는 풍문만 듣고서였다. 보는 내내 이상했다. 다음은 왜 이상했는지에 대한 보고서다.     


#1

딱지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게임(어렸을 때는 오징어가위생이라고 불렀는데 왜 게임을 가위생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같은 추억의 놀이들이 등장했다. 

주인공 이정재가 굵직한 목소리로 오징어게임을 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독백하는데, 말도 못하게 진지했다. 마치 전쟁을 앞둔 군인처럼 비장한 목소리였다. 

아니, 추억의 놀이 얘기를 왜 저렇게 비장하게 꺼내지? 


#2

게임의 법칙에 대한 진지한 설명들이 계속되자 문득 그 시절이 떠올랐다. 어린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탈락하는 그 순간 ‘죽었다’고 표현했다. 너 탈락, 이라는 정확한 단어가 있는데, 너 죽었어, 라는 살벌한 용어를 사용했다. 게임이니까, 극적인 단어로 실감나게 놀려는 심리였을까?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매번 놀이를 할 때마다 우리는 죽었다 살고 죽었다 살고를 반복했으니. 


#3

‘오징어게임’을 보며 오징어채를 씹는 맛이 남달랐다. 덕분에 맥주캔도 자주 비워졌다. 똑같은 오징어채인데 왜 지금 더 맛있을까? 오징어란 단어가 주는 주술적 작용인지, 드라마의 흥미가 만든 아드레날린 효과인지, 쓸데없는 가늠을 해봤다. 


#4

이정재가 왜 그렇게 비장하게 말했는지 금세 이해가 됐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가 시작이었다. 실제 게임에 들어간 사람들이 총알에 맞아 진짜 죽어나갔다(물론 영화 이야기다). 헉, 게임은 게임이다, 가 아니라 게임은 목숨을 건 현실이 아닌가. 

아드레날린이 푹푹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건 영화의 한 장면일 뿐인데, 왜 이리 흥분되고 어린 시절의 놀이가 자꾸 떠오를까. 정말 이상했다.      


#5

이상한 것은 그 외에도 많았지만 생략해야겠다. 


얼마 뒤 정론직필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는 언론인을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기레기 이야기가 나왔다. 다음은 그날의 대화 요지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다 쓰레기 아냐?”

“우리는 정론직필을 해.”

“우습군. 10억짜리 광고를 준다는데도?”

“(잠깐 뜸을 들이더니) 고민은 되겠지만, 언론사도 회사니까... 그래도 정론직필을 버릴 수는 없어. 우리 인생살이가 그렇게 가벼울 수는 없지.”


갑자기 그에게 미안해졌다. 세상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산 듯 반성을 하게 됐다.

그때 하필 오징어가 떠올랐다. 

“456억짜리 기사광고가 들어오면 어떨 것 같은데?”

……(묵묵부답) 갈등하는 듯, 답이 없다. 


그런가? 그런 건가? 

그가 대답을 안 하고 밍기적거리는 것이 사실 고마웠다. 그나마 철판이 아닌 증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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