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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Sep 23. 2021

인생 몰라요~

외식업체 경영자가 말했다

“백화점에서 번 돈, 외식업에서 다 까먹고 있습니다.”

한 식품 유통업체 대표의 하소연을 들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에서 고유의 식품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던 그는 작년 여름 외식업에 진출했었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며 외식업계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였다. 그래서 물었다. 


“왜 그랬어요?”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죠. 메르스 사태 때처럼 1년 안에 끝날 줄 알았답니다.”


이해가 됐다. 조만간 사태가 끝나면 막혔던 물꼬가 터지듯 외식업 활황시대가 올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그때까지 최대한 견디며 준비하겠다는 포석 밑바탕에는 뚝 떨어진 매장 임대료, 사라진 권리금 등도 한몫을 했다. 그는 그러나 의기소침하지 않고 말했다. 

“한 번 성공하면 한 번 실패하는 게 시장인 것 같아요. 이제라도 겸손하고 냉정하게 다음을 준비해야죠.”     


그의 사업이 급성장한 시기는 ‘김영란법’ 발효 이후였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4만9000원대 선물세트를 만들며 중저가 상품개발에 매진할 때 그는 20~30만원대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그거, 완전 도박이었네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도박이 아니라 냉정한 선택이 나은 자연스런 결과였다고 했다. 

“김영란법 적용업종이 많지 않잖아요. 공무원과 언론계, 교육계, 해당 인구가 얼마나 됩니까? 일반 기업들이 준비하는 선물 양에 비하면 얼마 안 됩니다.” 


아, 또 이해가 됐다. 사회분위기 전체가 김영란법에 집착해 중저가 선물이 시장을 도배했으니 고급선물세트가 희귀했을 것이다. 

역발상이 아닌 순발상인데, 다만 희귀했을 뿐이라고 그가 자체 해석했다. 


순리적이라 해도 희귀한 것은 남달라 보인다. 그 역시 자신의 판단력이 남다르다고 판단했고, 더욱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된다. 외식업의 불황시대, 남들은 빠져나올 때 그는 진입했고, 그 선택에 지금 책임을 지고 있는 중이다.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지, 판단의 적기는 애매하다.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공이 되고,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실패를 만드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지금은 외식업의 수난시대다. 우리나라의 음식점은 50여만개, 주점 10만개와 카페 10만개를 합치면 70여만개 업체가 외식업으로 생존하고 있다. 이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각종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성에 찰 리 없다. 다만 한 가지 믿을 것이 있다면, 언젠가 반전이 일어난다는 역사적 순리다. 반전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현실을 이겨나가기 힘들다. 1년에 두 번의 명절도 사실은 인생 반전을 도우려는 축제일 것이다. 


작은 성공 한번, 큰 실패 한번, 크게 겪은 그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인생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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