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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Mar 20. 2023

농협과 삼성, 누가 더 힘이 셀까

그리고 고양이의 봄

우리집 고양이가 베란다에 나가길 즐기는 시절이다. 따뜻한 햇볕 아래서 창밖을 보며 명상을 하는 냥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머릿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 


골똘히 창밖을 내다보는 냥이를 위해 창문을 열어줬더니 킁킁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무슨 냄새가 날까, 봄 냄새가 나는가, 봄 냄새는 어떤 건지 헤아려 보고 또 헤아려 봐도 딱히 손에 잡히질 않는다. 다만 봄 냄새는, 사람보다 동물이 먼저 맡고 동물보다 식물이 먼저 감지하는 것 같긴 하다.

  

냥이는 봄 냄새를 열심히 맡다가 갈갈이에 누워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뒤뚱거리며 행복에 겨워한다. 그러다 문득 사람의 눈길을 감지하고 멀뚱 멈칫거린다. 자기를 보고 있는 사람이 못마땅한 눈치다. 나의 행복을 관찰하지 말라, 제발 좀 냅둬 달라, 아니다. 그게 아니다. 제발 좀 꺼져 줄래? 이런 눈치다. 

네, 알겠습니다, 인사하고 돌아섰다.     


며칠 전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가 끝났다. 최종투표율이 79.6%란다. 대통령 선거보다 높은 투표율이다. 놀랍다. 대통령이나 도지사, 국회의원보다 높은 투표율로 당선된 조합장들, 임기는 4년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들의 임기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봄과 함께 시작된다. 


농협과 삼성, 누가 더 힘이 셀까?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이 있었다. 

당근 삼성, 이라고 대답할 뻔하다가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해 봤다. 답을 맞춘다고 해서 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신중하게 생각해본 이유는, 그저 사람으로 살아온 본능 때문이리라.

  

자본력은? 조직력은? 인력은? 정보력은? 로비력은? 미래가치는?

힘의 잣대라 할 수 있는 각종 항목들을 떠올리며 우열을 가늠해보고 답을 했다. 

“글쎄.”


몇 가지 비교들을 해본 내용은 이렇다.

총자산 규모는 농협이 삼성보다 많다. 간단히 생각해도 전국의 땅값만 고려하면 답이 나온다. 물론 매출과 영업이익은 삼성이 압도적이다. 


조직력은 삼성이 우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농협의 조직은 전국 방방곡곡 실핏줄처럼 연결돼 있고 인원 동원은 물론 작심하고 로비를 해도 삼성에 뒤지지 않을 것 같다. 전국의 국회의원들이 농협 조합원들의 표를 무시할 수는 없으며 특히 지역구 의원들이 전국 각지에 걸쳐 있다. 거기에서 나오는 로비력도 천하의 삼성과 비견될 만하다면 과한 평가일까(다만 투박할 수는 있겠다).


인력은 삼성이 우위일 수 있겠다. 똑똑한 인재가 농협보다 삼성이 많을 테니까. 하지만 인력은 인재의 숫자로만 가늠할 수는 없다. 요즘은 국력도 머릿수가 중요하지 않은가. 농협 조합원수는 200만명이 넘는다. 삼성은 새발의 피다. 


비교의 끝은 미래가치에 있는데, 삼성의 반도체가 갖고 있는 미래가치와 농협의 농업, 땅, 자연의 미래가치를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올 듯, 헷갈리긴 하다.      

조합장들의 힘은 의외로 세다. 그만큼 역할과 의무도 막중하다. 당선된 조합장들에게 그것을 알리고 싶다. 꽃피는 봄, 의미 있는 역할들을 하시라고. 꽃피는 봄날, 별 무의미한 비교를 해봤다. 사람의 조직이 제아무리 힘이 센들 결국 고양이의 집사들일 뿐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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