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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오해를 피하는 방법

by 포포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자주 한다는 농담 하나.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피를 흘리며 운전석에 앉아 있는 한국 교포에게 미국 경찰이 다가와 묻는다.

“하우 아 유?”

이 교포, 웃으며 자동반사적으로 답한다.

“파인 댕큐, 앤유?”

미국 경찰이 당황했다가, 곧 감동한다. 아, 한국인들은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구나. 아, 감동적인 오해다.


미국에서 초급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를 소설로 쓴 작품 속 이야기다. 한국인으로서 실감나는 대목들이 많기도 하지만 역으로 외국인이 한국인을 보는 시각들에서도 반전이랄까, 아무튼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대표적인 예가 시간을 말하는 방식이다. 외국인이 한국어로 시간을 말하거나 숫자를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10:10 (열 시 십 분)

→ 똑같은 10인데 왜 앞에는 “열”이라는 한글로, 뒤는 “십”이라는 숫자로 말하는가? 삼겹살 3인분을 세 명이 먹었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왜 음식은 숫자 “삼”으로 말하고, 사람 수는 “세”라는 한글로 말하는가. 3과 세도 그런데 셋, 석, 또는 4와 네, 넷, 넉의 구분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이해 만빵이다. 여러 가지 이유와 원리를 설명하는 문법이 없지 않지만 그걸 가르치다 보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기 십상이고 수강자의 머리는 혼돈의 도가니에 빠질 게 뻔하다. 그러니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처럼 방법은 하나. “이유를 묻지 말라. 그냥 외워라.”

위 초급 한국어 강사도 결국 “그냥 외워”를 주문했다고 한다.


<초급 한국어>를 공부하는 와중에 삼양 불닭면에 관한 불길한 기사가 나왔다.

불닭면 봉지에 적힌 ‘암 경고(buldak cancer warning)’ 문구가 전세계로 확산 중이라는 기사다.

이 경고는 캘리포니아주 법령에 따라 상당 수 식품에 부착되는 문구이고, 건강에는 악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며, 다른 식품에 붙어있는 것은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 형식적 문구라는 게 요지다. 불닭볶음면이 지구 최강 화제의 상품이다 보니 유난히 집중해 보게 되고, 그로 인해 일어난 사소한 오해라는 게 요지다.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오해, 사실은 (오해라는 점을 깨우치는) 저 기사도 오해를 확장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소한 오해가 세상을 바꾸는 원인이 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가족이나 부부 사이, 심지어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전쟁도 그렇다. 이데올로기나 신념이 아니라 사소한 오해가 파장을 일으키고 미래방향을 바꾼다.


사소한 오해를 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진실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과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는 자세’다. 무엇이 더 쉬울까. 야간 초병 수칙에도 그런 항목이 있다. 한 곳에 집중하지 말라(한 곳을 집중적으로 보다 보면 무엇이든 사람으로 보인다나).


※참고로 한국어는>> 동아시아 남한과 북한의 공식 언어이며 세계적으로 약 7700만명이 사용한다. ‘맛’, ‘집’ 같은 고유어가 35%, ‘식품’, ‘음식’ 같은 한자어가 60%, ‘커피’, ‘주스’ 같은 외래어가 5%로 분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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