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낯빛에 대하여

by 포포

검게 그을린 얼굴과 어두운 낯빛의 얼굴은 다르다. 검은 얼굴과 어두운 낯빛의 미묘한 차이를 인간들은 어떻게 딱 알아볼까. 분석하고 연구해서 알아내는 게 아니라 그냥 딱 알아보는, 알게 되는, 사람의 눈은 신비하다.


낯빛과 표정은 다르다. 낯빛은 그냥 드러나 있는 것이고 표정은 관리되거나 제어가 가능한 것이다. 감정을 짓는 게 표정이라면, 낯빛은 감정이 새는 것 같다. 그래서 표정 관리라는 말은 해도 낯빛 관리라는 말은 하지 않는가 보다.


날씨와 기후의 관계도 비슷하다. 얼핏 보면 한글과 한자어의 어감 차 같지만 깊이 새겨보면 차이가 크다.

날씨는 오늘내일 체감되는 현상으로, 기후는 장기적인 흐름이나 패턴으로 읽힌다. 사전 정의를 찾아보니 날씨는 ‘(그날그날의) 기상상태’로, 기후는 ‘(장기간 반복되는) 대기상태’로 표기돼 있다. 기상과 대기를 다시 음미하려니 머릿속이 하얘진다.


‘기후 위기’라는 말은 있어도 ‘날씨 위기’라는 말은 없다. 기후는 구조적이고 장기적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인간과 생태계에 위기의식을 주는 듯하다. 날씨는 기후에 비해 즉각적이고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날씨 탓은 비교적 가볍고 기후 탓은 무겁고 막연하다.

폭염이나 장마 시즌에는 늘 농산물 가격이 도마 위에 오른다. 농산물 가격은 물가의 핵심요소이고, 물가는 경제 체감도가 드러나는 사회적 낯빛이다. 그 낯빛이 어둡다.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가 구성요소는 12개인데 첫 번째가 식료품이다.


물가 구성 핵심 품목군(2024년 기준)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주거, 수도, 광열/교통/보건/교육/식당 및 숙박/가정용품 및 서비스


식료품 중 물가에 영향을 주는 1순위는 농산물이다. 농산물 가격은 어디에서 영향을 받을까. 시대적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다음 10가지가 우선순위로 꼽힌다.


농산물 가격의 영향요소

①기후 및 자연재해 ②생산량(작황) ③재고량 및 저장능력 ④유통구조와 물류비용 ⑤소비수요 변화 ⑥수입량 및 국제시세 ⑦정부 정책 및 시장개입 ⑧환율 ⑨국제분쟁·전쟁 ⑩생산비(원자재, 인건비, 에너지 등)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나름대로 관리 가능한 것들이 많다(단순하게 구분하면 ① ②는 관리가 어렵고 ③ ④ ⑤ ⑥ ⑦은 관리 역량이 크게 좌우된다. ⑧ ⑨ ⑩은 국제관계 영향으로 고난도 관리가 필요하다). 정치와 정책의 영역이 의외로 넓은 것이다.


날씨는 날마다 바뀌기 때문에 날씨다. 하루하루 다른 씨의 날이 싹튼다는 암시형 단어 같다. 인간이 지휘하거나 관리할 수 없는 자연의 낮빛을 얼마나 잘 수용하고 응용하느냐가 관건인 산업이 농업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소한 오해를 피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