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팔할은 친구에게 배웠다
남자의 친구는 여자의 친구와 많이 다르다.
남자는 친구를 통해 세상을 공부한다. 친구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사랑을 알아가고, 기쁨을 즐기는 법과 슬픔을 삭이는 법을 알아간다.
어떤 장례식장에서 나는 망자의 친구가 말하는 이별사를 들었다.
"친구여, 너무 아쉬워하지 말게. 자네가 못내 안쓰러워한 쌍둥이 딸과 막내는 내가 기꺼이 보살필 것이니...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흐뭇해 해주게나."
아, 저것이 바로 남자의 친구구나, 저런 친구 한둘쯤 누구에게나 있지 않겠는가... 싶었지만 그야말로 막연한 기대였다.
세상을 일찌감치 떠난 형님에게도 그런 친구들이 더러 있었다. 형님의 사업자금을 기꺼이 빌려주었던 친구, 사업이 실패해 끝내 돌려받지 못할 처지인데도 "너는 충분히 재기할 수 있으니 나는 그 돈 걱정 안한다"고 웃음 지었던 친구를 나는 보았고 부러워했고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형님은 어느 날 어렵사리 구한 돈 기백만 원을 들고 벗을 찾아가 "친구야, 일단 이 돈만이라도 먼저 받아라.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마음이라도 편해야겠다"며 건넸었다. 그때 형의 친구는 기겁하며 손을 내저었다.
"나는 너를 믿는데, 너는 나를 믿지 못하는구나. 온전히 일어서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러면 안 된다."
형의 친구는 참으로 멋졌고 대범했고 존경받아 마땅했다. 남자의 친구란 저런 것이다, 하고 나는 그런 친구를 둔 형을 부러워했다. 끝내 재기하지 못한 형은 세상을 떠나며 이런 유서를 남겼다.
-내 친구 중호에게 진 빚을 이러저러하게 갚아 달라. 친구야, 미안하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죽은 뒤에야 빚을 갚게 돼서.
모든 남자에게는 '불알친구'들이 있다. 불알을 맞대고 자란 친구를 통해 면도하는 법, 때 미는 법, 여자 꼬시는 법, 섹스하는 법, 고기 잡는 법, 옷 입는 법, 맛있게 먹는 법을 배운다. 돈을 떼이거나, 여자에게 버림받거나, 코뼈 부러지거나, 실패를 반복하거나 할 때 대처하는 비법을 배운다. 우는 법도 배우고 울음을 참는 법도 배운다. 그리고 '짜식, 오죽했으면' 하고 혼술을 하기도 한다. 불알친구란 그런 것이다. 보고 싶다 친구야, 같이 가자 친구야, 미안하다 친구야. 기꺼이 같이 가고자 하는 친구들이 숱하게 있지만, 스스로 떳떳지 못해 나서지 못하는 친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 친구들을 하나둘 소환해 여기 옮길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