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독서모임

중구난방 독후토론기ㅡ1

by 포포

등장회원

#1 대포.

격한 성격의 은퇴자. 강력한 언어와 아이디얼 사고가 넘쳐 순간순간 말대포를 쏜다. 뻥뻥 터뜨린다. 인생후반기 준비용 독서모임 주창자.


#2 왕니.

포용력 짱인 왕언니. 격의없고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이고ᆢ 사유체계가 복잡하다. 음악 미술 문학 나라별 문화에 대한 조예가 깊다.


#3 새.

젠틀한 중년. 예의바르고 싹싹한 성격. 차분차분 직장생활을 눈치있게 헤쳐나가 모범적 안정적인 가장이 되었다. 염려와 배려가 많은 그를 가리켜 새(새가슴의 준말)라고 부른다.


#4 늘보.

외모 모든 곳이 둥글둥글하고 말은 어리둥둥하고 행동은 느리다. 하지만 늘 따지고 의구심이 많고 집요한 면이 있다. 나무늘보의 눈을 닮았다.


#5 깐족이.

까탈맞은 박애자유주의자. 소속감을 경멸하면서 늘 소속되어 살아간다.


위의 인간들이 어느날 책을 읽자고 모였다. 5년 전 따뜻한 봄날이었다. 대포가 말했다.

ㅡ이제부터 늙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돈도 필요하고 건강도 챙겨야 하는 건 당근.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책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자.


그리하여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우선 다음과 같은 원칙 ㅡ꼭 지켜야 하는 의미의 원칙이 아니라 가급적 이런게 좋지 않겠냐는 합의의 의미 ㅡ 을 세웠다.


√ 가급적 한 달에 1권은 읽자.


√ 첫번째 책은 소크라테스부터. 이후 고전으로 인정받는 책들 중 만장일치로 합의해 다음책을 정하는 방식으로.


√ 읽는 방식.

첫째, 읽다가 재미없으면 건너뛰기. 너무 공부하듯 보지는 말고 느끼는 대로, 흐르는 대로,


둘째, 지저분하게 읽기. 필 꽂히는 대목 있으면 밑줄도 긋고, 떠오르는 생각 있으면 메모나 낙서를 긁적이며. 책을 아끼지 말고 지저분하게 다루기.


셋째, 독후 토론은 아무렇게나 지껄이기로. 과거에 배웠던 독후감 방식은 무시. 술 한잔하며 읽는 동안 떠올랐던 상념도 좋고 작가에 대한 뒷담화도 좋고 책과 상관없는 얘기도 좋고ᆢ


√기타 이래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자유롭게ᆢ 그냥 읽는 그 자체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위하여ᆢ


그렇게 우리는 나이듦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나온 5년여 모임 동안 일어난 소소한 얘기들을 하나 하나 옮겨놓을까 한다. 누구를 위하여? 무엇 때문에? 그냥 나의 즐거움으로, 지금 나이대를 기록하는 의미 하나 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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