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조용한 석가탄신일'
어떤 후배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다.
“스님들은 왜 한결같이 동글동글할까요?”
오잉? 숨이 턱 막혔다. 스님들이 한결같이 동글동글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당황, 그것을 확인할 길이 없어서 또 당황,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 이유를 분석해 놓은 문서나 자료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에 더욱 당황했다.
“누가 그래? 스님들은 다 동글동글하다고?”
“지금까지 만나본 스님들은 다 그렇던데요? 동글동글, 둥글둥글. 동자승도 노스님도 다 그랬어요.”
후배의 놀라운 관찰력에 감탄하며 사는 동안 접해본 스님들을 떠올려 봤다. 동글동글한 모습들만 떠올랐다. 세상에 이럴 수가.
어쨌든 질문이 있는 곳에 답변이 있어야 하는 법. 열심히 머리를 짜내 답을 내놨다.
“착시 아닐까? 펑퍼짐한 승복이 몸을 가리니까 전체적으로 둥글게 보이고, 머리카락이 없으니(사실은 없는 게 아닌데) 얼굴이 둥글둥글해 보이고, 구두나 힐을 신지 않으니 몸이 납작 가라앉아 보이고…”
후배는 고개를 끄덕일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
“착시가 아니라 팩트라면… 체형의 후천적 원인은 식생활이 결정적이니 그걸 한번 보자. 스님들은 채식을 하고, 술 대신 차를 마시지. 그게 몸을 동글동글하게 만들 리는 없는데? 술 고기 많이 먹는 사람이 살찌고 둥글어지지.”
“그건 뚱뚱해지는 거고요. 스님들은 뚱뚱하다기보다 동글동글하다니까요?”
흐흠, 또 당황. 사실 남자들은 뚱뚱과 둥글을 구별하지 못하거든? 하고 답할 뻔하다가 다른 논리가 떠올랐다.
“에또, 스님들의 주된 업무는 참선 수행이지. 평생 가부좌 틀고 생활하다 보니 몸이 둥글둥글 가라앉나 보다. 또 다른 업무는 포교. 자비심을 널리 전파시키는 건데, 그러다보면 둥글둥글해지지 않을까? 아, 불교의 윤회사상도 둥근 것이니 평생 그걸 공부하다 보면 둥글둥글~~”
후배는 고개를 딱 세우고 눈을 말똥거리다 술이나 마시자고 잔을 들었다.
보는 눈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정신이 확 깨인다. 잠자던 에너지가 기지개를 켠다. 휴식을 취하고, 여행을 하고, 문화 예술을 접하는 것들, 또 봉사를 하거나 기도를 하는 것도 정신을 깨우게 만든다. 그것들 모두 시들어가는 생명 에너지를 깨우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을 많이 확인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발견은 대한민국에서 잠자고 있던 에너지들이다. 알고 보니 ‘우리가 세계 최고’인 게 정말 많았다. 각각의 분야에서 ‘이건 우리가 최고’라고 자부하던 것들이 하나하나 발견되고 연결되고 쌓이는 걸 본다. 뭔가 놀라운 힘들이 결집되는 느낌이다. 생애 최초의 ‘조용한 석가탄신일’, ‘담담한 어린이날’을 지나는 동안 움츠러 들었던 삶의 에너지가 용솟음치면 좋겠다. 그런 에너지가 모이면 경제 살리기도 그닥 어려운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