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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포 매거진 Nov 24. 2019

아마존 고 에서 어쩌다 도둑질

4차산업혁명시대의 블랭크


무인편의점 아마존 고를 둘러싼 여러 테스트. 예컨대 카메라의 사각 지대에서 몰래 물건을 넣으면 인식 못할 것이다와 같은 실험적인 의도는 아니었다.

먼저 아마존고에 입장하려면 앱을 다운받아 개인 정보와 결제 정보를 등록해야 하는데 귀찮았다. 언뜻 봐도 편의점 규모의 작은 매장이고 뭘 사고 싶은 마음도 없어 친구가 쇼핑을 마칠 때까지 앞에서 기다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친절해 보이는, 유니폼을 입고 있는 직원이 현금 결제가 가능하단다. 무인편의점이어도 사람이 있네 하는 호기심. 그럼 구경이나 해볼까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견물생심. 막상 들어가 보니 머신이긴 하나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 2달러가 안하고 좋아하는 요거트 브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커피 맛을 비교해 볼 심산으로 라떼를 한 잔 내리고 요거트 하나를 골라 친구에게 넘겼다. 가입이 완료된 친구가 들고 나가면 결제가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각각 스타벅스 커피 한 잔과 시리얼을 들고 아마존을 나섰다. 20미터쯤 걸었을까 진동이 울렸다. 만약 영수증을 제대로 확인 안했다면 몰랐을 거다. 바로 알람을 확인한 덕에 정확하게 내 몫의 아이템들은 결제가 안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순간 우린 “뭐지?” 당황한 얼굴로 마주했고 다시 돌아갔다.

입구에서 친절한 직원 할아버지를 찾고 있으니 친구 무리로 보이는 남자들이 나온다.
“뭐 도와줄까?”
“내가 좀 전에 들고 나온 게 결제가 안되서 돈 내러 왔어?”
“돈을 내러 왔다고? 너 진짜 어니스트하구나!”
하면서 고객인지 관계자인지 누구인지 모를 이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을 무렵 진짜 관계자 할아버지가 등장했다.

다시 또 설명
“아까 등록 안되서 현금으로 계산해도 된다고 들어오라고 하셨잖아요. 나올 때 제 친구가 물건 들고 나오면 될 줄 알았는데 결제가 안 되서 다시 왔어요. 현금으로 계산할께요.”
하니 “No problem.” 그냥 가란다.
이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인지.
어리둥절해서
“아니 전 돈 내러 왔다니까요!”하니
옆에 그 무리들은
“괜찮어 나도 어렸을 적에 캔디같은 거 몰래 훔친 적 있어~!”
진짜 직원 할아버지는 “진짜 괜찮아. 그냥 가도 돼.”
그 와중에 나 혼자 발끈
“아니 난 전혀 훔칠 의도 없고 여기 돈 내러 온 거거든.”

순간 이 몇달러 때문에 공항에서 출국금지되어 있는 거 아니야 하는 오만생각이 머리를 스쳐간다. 더 당황스러운 건 ‘뭘 그런 걸 가지고 다시 오기까지 했니’ 하는 반응들. 왜 돈을 내겠다는 데 계속 말리는 거지? 아마존에서 고객 반응을 연구하는 테스트 스팟인건가? 별별 생각이 머리를 휘감는다.

결론은 그래서 돈 안 내고 나왔다. 우선 직원 할아버지와 정체 모를 무리들이 “진짜 돈 내러 다시 온 사람이 있다”며 수다를 떨다 각자 해산하는 것을 보고 혼자만 심각해졌다. 이거 몰래 카메라인가? 커피랑 요거트 째문에 철컹철컹 감옥가는 거 아니야? 갑자기 <장발장>의 한 장면이 머리를 스쳐가며 나만 혼자 세상 심각하다.

나름 우리의 결론은 아마존고의 무인결제시스템에서 중요한 건 물건을 먼저 고른 사람이지 나중에 물건을 가지고 나온 사람이 아니라는 추측. 내 케이스는 인간의 신뢰도 실험일지도. 관계자가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그 알고리즘을 귀띔해주기를.

어쨌든 아마존고를 들어가는 이상 당신의 모든 행동은 관찰단하고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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