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그늘 속에서 사는 이들
부모님의 이혼에 대하여(1)
우리 부모님은 이혼하셨다.
모든 헤어짐에 좋은 헤어짐은 없지만 이건 좋지 않은 헤어짐에는 분명했다.
아버지의 돌발 행동에 우리 가족은 태풍에 나무가 휘어지듯 사정없이 휘청거렸고 그때 이렇게까지 가족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처참하게 땅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모집에서 몇 주간 살았다는데 나는 아직도 그 기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뇌가 제 기능을 하지 않고 잠시 파업이라도 했던 것인지 그 기간 동안 어떤 걸 먹었는지, 뭘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꼼지락 거리는 내 발가락만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는 그 좁은 시야 속 장면이 이미지로 아련하게 기억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멀리 이사를 가게 되고 등본의 내용이 바뀌게 되었다. 아직 미성년자였던 동생의 친권도 포기한 채 아버지는 모든 걸 내려두고 떠나갔다.
그 사이 내 마음은 검은색도 회색도 아닌 마치 담배잿덜이에 받아둔 칙칙한 색의 냄새나는 물처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색의 구정물이 되어버렸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왜 우리에게 이런 상황이.
왜? 왜! 왜...
무한 궁금증. 원망. 분노가 한데 뒤섞였다.
“맞다. 내가 이혼을 등 떠밀었었지. ”라며 나 스스로를 미친 듯이 자책하기도 했다.
아직도 나를 탓하는 마음이 울컥. 하고 속에서 꿈틀거릴 때가 있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진물이 나고 정체불명의 질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살이 10kg 이상 빠지고 매일 새벽 6시 날이 밝으면 그제야 잠에 들었다.
불행이 자랑거리가 안 되는 게 안쓰러울 정도로 나름 종류별로 다양한 불행들이 많았다.
그렇게 나는 내가 만든 심연의 나락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