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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가는 법

지름길이 있을지도

by poppy


대지는 평탄하고

거울처럼 맑고 깨끗하다


곡식이 풍족할 뿐만 아니라

인구가 번창하고

갖가지 보배가 수없이 많으며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도 마음 깊이 있을 뿐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도 어긋남 없이 평화롭다


그래서 만나면 즐거워하고 착하고 고운 말만 주고받으니

뜻이 틀리거나 어긋나는 말이 없다


<미륵하생경>





며칠 전에 유튜브에서 봤던 인상 깊은 내용을 메모해 두었다.


천국이라고 하는 곳을 글로 표현한 거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이 아예 없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마음 깊이 있을 뿐이란다.


그 외에도 하늘을 날 수 있다거나, 순간이동이나,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온다거나 하는 천국만의 기막힌 특이점은 없다.


곡식이 풍족하고, 갖가지 보배가 많다.

서로 만나면 즐겁고 고운 말을 주고받는다.

이건 현실에서도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다. (쉽지는 않다)


이게 천국이라면 지옥은 어떤 곳일까.



타인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틀렸다고 말하며 하대하는 태도.

내가 우월해야만 하고, 그보다 더 많이 가져야만 안심이 되는 마음.

좋은 일, 기쁜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옹졸함.


지옥은 두려워하면서도 코앞에 있는 현실을 지옥처럼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천국 가려고 착한 짓 할게 아니라, 지금 여기를 천국으로 가꾸기 위해서 실전의 노력을 하는 삶.

두 번, 세 번은 없고 지금만 있는 삶.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주변 사람들에게 한번 미소 지을 거 두 번 미소 지어 주고, 그들의 크고 작은 실수에 연민을 느끼는 삶. (이것 역시 쉽지는 않다)



그래도 지금 살고 있는 현생을 천국으로 바꾸는 방법을 발견한 듯하다.


나는 지금 천국을 살기 위해 어떤 노력하는가.



다시 중국출장을 다녀왔고 주말에는 곰처럼 숙면했다.


오늘 정말 피곤한 날이었는데 예상외로 업무가 잘 풀리지 않아서 연장 근무도 있었다.


그런데 막내 직원이 바이어와 소통하다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폭주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당혹감, 불쾌감, 언짢음이 섞여서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생각정리를 짧고 굵게 마친 뒤, 미팅룸에서 이야기를 했다.


나도 사수가 된 적은 처음이라 이럴 때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확한 답은 모르겠다만

그냥 정말 내 생각을 말했다.


오늘 내가 이야기했던 게 상대방 마음에 잘 와닿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혹시라도 이런 일이 있을 때 다시 이렇게 말해주려면 기록이 필요할 거 같다.

그 친구는 이런 곳에서 글을 읽는 취미는 없을 거 같으므로 편하게 기록하겠다.



"그렇게 모두가 있는 사무실에서 본인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건 거기 있는 모두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이었다.

나는 ○○씨를 프로답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의 행동은 분명히 그렇지 못했다. 바이어가 그렇게 말한 건 OO 씨를 괴롭히려고 했을 가능성보단, 소통의 오해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 있으니 다시 침착하게 바이어와 소통해 봤으면 좋겠다." 지금 현실은 왜 세상이 나를 괴롭히지? 이 사람이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지?' 싶을 수 있다. 저도 물론 다양한 바이어를 만나면서 억울하고 분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났을 때 대처법을 익혀놓으면 다음에는 조금 더 수월하게 이런 상황을 넘어갈 수 있다.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다시 소통해 달라."


라고 말했고 그분도 오후 내내 곰곰이 생각하고 나중에는 본인이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걸 솔직하게 고백했다.


나는 그분의말을 듣고 추가로 말했다.

"당신을 마음속으로 정말 아낀다고. 다른 직원들에게 흉이 잡히거나 밉보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좋은 말, 칭찬을 들었으면 좋겠다. 정말 더 멋지게 성장할 거라고 믿는다." 라고. (그건 정말 사실이었으므로)


동생과 비슷한 나이라 애정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고 내 과거를 보는 거 같아서 더 신경이 쓰인다.


이렇게 사람을 배우는 것 또한 나에게 큰 재산이 되겠지.

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그치고 화내고 충격요법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상대에게 진심으로 닿는 대화법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본인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하고 다시 그 상황에 닥쳤을 때 트라우마처럼 안 좋은 기억이 올라오는 게 아니라 나는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내 윗분들에게 배웠고 부모님께(특히 엄마에게) 배웠다. ( 이와 정반대 사람을 만나면서도, 저런 식으로 살면 안 된다라는 것도 배웠다. 찾아보면 어디서든 배움은 존재한다. )


믿어 준다는 게 쉽지 않지만.
믿음을 받은 사람이 그 믿음을 배신하기도 쉽지 않다.

나는 그분이 자신의 앞가림을 잘하고 크게 성장할 거라 믿는다.


오늘 내 나름대로 천국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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