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선생님께서 박수쳐주신 꿀팁
머릿속에서 불안이라는 벌레들이 꼬물거리면서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건 사실 '바글바글'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정말 많고 어지럽다.
그럴 때 나는 행동패던에 약간의 변화를 준다.
정말 작게는 오른손으로 밥 먹던걸 왼손으로 먹거나, 한쪽으로 씹는 음식을 반대쪽으로 씹거나...부터 큰 범위로는 책을 읽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을 하거나,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는 등등이다. 사실 별거 없는데 상담사 선생님은 내 자존감 지킴이가 되어주시기로 하셨는지 계속 칭찬해 주신다.
심리상담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이야기.
큰 얼음을 깰 때 망치를 사용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 덩어리를 깰 때는 바늘을 사용하는데 바늘로 얼음덩어리를 콕- 콕- 콕- 하고 찍어두면, 몇 분 뒤에 얼음이 쩌저적 하고 갈라지게 되는 것이다.
불안도 그렇게 다스리는 거라고 하셨다.
아예 없애는 것보다 작게 쪼개기에 집중하는 것. 2초 단위로 작게 쪼개는 방식으로 잘라내면 힘없이 풀어져버린다. 내가 운동을 할 때 잡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하는 단어반복, 숫자 세는 방식도 불안을 쪼개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숏츠에 현혹되어 하루 종일 바닥과 합체되고 싶은 유혹은 누구나 있지만 그게 하루, 이틀이 늘어나면 더 자극적인 것들이 보고 싶어 진다. 그럴 때는 그냥 자전거라도 타고 예쁜 하늘을 보여주는 게 더 좋다.
나는 운동하면서 핸드폰을 하지 않는다. 노래도 매일 듣는 운동플리를 만들어서 돌려가면서 듣는다.
그렇게 온전하게 고요한 나만의 고립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포인트는 유산소 할 때 늘어나는 숫자를 30초, 1분 단위로 세는 버릇이 있다.
생각을 하면 잡생각들이 너무 많이 기어 다녀서 차라리 숫자를 세거나, 몇몇 단어들을 골라서 계속 반복해서 말한다. 예를 들면 중심, 집중, 건강 등등 운동과 어울리는 짧은 단어들을 가지고 계속 입과 마음속으로 되뇌는 것이다. 약간 이상한 나만의 습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심리상담 선생님이 이게 명상방법과 똑같은 개념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냥 머리가 시끄럽고 복잡해서 했던 습관들이 마음수행의 방법이었다. 그걸 모르고 했을 땐 왜 운동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졌을까- 싶었는데 이젠 집에서도 생각이 어지러울 때 바로 이 습관을 적용한다. 불안을 자르는 행동인 것이다.
어느 날은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여느 때와 똑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 가까운 옆자리에 여자 두 분이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사람이 귀를 막는 기능은 없는지라 밥을 먹으면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얼핏 듣고 있었는데 그 대화에서 욕이 들렸다. 뭐 욕이야 할 수 있지만 그게 나에게 하는 욕으로 들려서 내 귀를 의심했다. (정말 귀에 속삭이듣이 명확하게 들렸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상황은 욕도 전혀 없던 대화였고, 나에게 그런 욕을 할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명확히 내가 잘못 들은 게 맞다. 근데 왜 나는 그런 잘못된 소리를 들었을까. (며칠간 잠을 못 자고 카페인을 들이부었더니 과부하가 온듯했다.)
드라마나 영화, 무서운 이야기에서만 간접체험을 하던 환청이라는 게 나에게도 들리다니.. 라면서 놀라움, 당황스러움 반이었다.
그때 제일 먼저 했던 건 <알아차림>
"방금 들린 건 사실이 아니야." 라며 짧고 간단한 사실을 내게 말해주기.
나 스스로가 당황하지 않게 진정시키기.
최대한 빠르게 상황을 벗어나기. 심호흡하기. 산책하기.
내가 무게를 실어주지 않으면 연기처럼 사라질 것들임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한 것.
상상과 현실을 확실히 분리시켜 줘야 한다. 그래야 나를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수면은 진짜 중요하다.
주변에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샤워하러 헬스를 가는 것, 혹은 물 마시러 가라는 것이다.
100% 달성할 수밖에 없는 목표치를 설정해 두면 그 이후는 본인의 역량에 맞게 알아서 하게 되어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본인이 30분만 운동을 하기로 했는데 1시간을 했다면 그에 합당한 적절한 휴식과 만족스러운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 더 하면 좋은 거 아니야? 할 수 있지만 나 스스로와 약속을 지켜주는 게 가장 첫 번째다. 여기서 보상이라고 한다고 충동구매를 하면 텅장이 될 수 있다. 보상도 적절하고 만족할만한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따듯한 물로 샤워해 주기. 얼굴 마사지 해주기. 일찍 숙면하기 등등 작지만 아주 강력한 보상이다. 혹은 좋아하는 향기가 나는 샴푸나 로션등을 헬스에 가져다 두고 씻으러 가는 것도 꿀팁이다. 어쨌든 가게 하는 것이 목표니까.
그렇게 일단 갔는데도 하기가 싫다면 과감히 나온다.
사람이 매번, 매일 똑같은 감정에 똑같은 패턴이면 참 좋겠지만 신체는 다양한 호르몬의 변화, 상황의 변화를 직면한다. 그럴 때는 바다(인생)의 흐름에 잠시 잠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달리기가 어렵다면 걷고 걷기가 어렵다면 스트레칭, 그것도 어렵다면 더 작은 것, 아니면 정말 온전한 휴식.
천천히 유영하는 것. 그게 지는 것 같고 느리게 가는 거 같겠지만 오히려 금방 지쳐버리는 걸 방지해 준다.
몇 년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몇십 년이 될 수도 있는. 끝을 알 수 없는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