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봤던 것들 기록
성인이 되어서야 정신건강의학과를 처음 방문해 봤고(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주의력결핍검사 몇 개 항목이 두드러지게 낮은 점수가 나왔지만 정확한 병명을 확정받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본인만의 장치를 이용해서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으니 (약물을 추천하기는 하지만) 먹지 않고 생활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이 있었다. 그 이후로 크고 작은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서 일상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검진을 받은 곳은 일부로 성인대상 병원이 아닌 학생들이 주로 방문하는 병원을 찾았다. 뭔가 조금이라도 따듯하고 친절할 것 같아서 선택했다)
평소에 주의력이 낮다는 걸 실감하는 때는 예를 들어 손톱을 깎을 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가 조금 더 주의를 끌만한 일이 생각나면 곧바로 그 행동으로 의식이 옮겨간다. 초집중을 하지 않으면 손톱을 열개 다 못 깎는 일이 간혹(?) 발생한다. 그러다가 하나에 꽂히거나 특히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어하는 건 무서울 정도로 과몰입을 한다.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힘들고 아직도 공부하는 공이지만 과거보다 성장해 가는 나를 보면서 내 공부법이 효과가 좋았다는 걸 느낀다. (개개인마다 성향이 다르니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상황 만들기
뭔가를 배우기에 제일 중요한 것. 상황/ 명분/ 이유를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단기목표 &장기목표를 각각 정해두면 지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다.
일단 내 목표는 중국어 공부. 5일을 가는 회사에서부터 중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강제 공부가 된다. 여기에 스스로의 의지로 공부까지 더 한다면 실력 향상이 안될 수가 없다. 일단 완벽하지 않아도 작은 시도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만약 내가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말하는 걸 주저하고 두려워했다면 지금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주변에서 중국어를 배워보려고 도전한 분들도 있지만 사용할 환경에 노출이 되지 않고 완벽하게 말하려다가 실패한 경우를 많이 본다.
공부를 하고 싶으면 그 상황에 나를 밀어 넣어야 한다. 잘하는 사람도 계속 공부하는 게 언어라는 것. 우리는 모국어인 한국어를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가. (어릴 때 받아쓰기하면서 손바닥 맞았던 세월이 지금의 한국어 실력을 만든 거다) 실전으로 사용하면서 일정한 강제성(규칙, 꾸준함)도 부여해야만 진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계속 그 환경에 나를 노출시켜야 한다. 자주 사용하는 기기나 핸드폰 언어 설정을 중국어로 해두면 꼼짝없이 강제 공부시작이다. 중국어를 배우는 초반에는 새벽에 한 시간씩 일찍 일어서 나서 공부하고 출근하고, 점심때도 밥 먹으면서 공부했다. 퇴근하면 학원으로 달려갔다. 실제로 이렇게 몰아치기 공부가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하기에는 쉽게 지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지금은 적절하게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서 실천 중이다. 루틴은 주기적으로 바꿔줘야 질리지 않다.
틈새공부
5분, 15분, 30분 등등 진짜 틈틈이 공부한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뽀모도로 타이머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핸드폰도 똑같은 기능 있다. 난 플립기종을 사용하는데 핸드폰 반 접어두고 타이머를 켜두면 점점 줄어드는 시간을 보면 약간 긴장되기까지 한다. 뭔가를 하려면 시간제한을 둬야 더 집중적으로 몰입할 수 있다. 운동도 시간제한이 없으면 노동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동시간이나 틈틈이 비어있는 작은 시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양손이 자유롭다. 추가로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대사를 번역해 봐도 좋고, 요즘은 언어교환 어플이 잘되어있어서 친구를 만들어도 좋다( 대신 목적이 이상한 사람도 끼어있으니 알아서 잘 걸러야 함). 중요한 건 하루에 주어진 24시간 중에 공부할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목표다. 하루를 온종일 생산적으로 움직이는 건 기계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대신 최소한으로 매일 지킬 수 있는 공부시간은 명확하게 확보를 해야 한다는 것. 자잘한 게 귀찮으면 돈을 지불하는 것도 꽤나 큰 원동력이 된다. 학원을 등록해서 강제적으로 동기를 만들어도 좋다. 화장할 때도 유튜브를 틀어두면서 문장을 따라 한다. 어떤 방법이든 본인에게 맞는 걸 찾으면 된다.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사실 지금 회사가 다른 언어를 사용했으면 지금 내가 그 언어를 공부했을까 상상을 해본다. 회사에서 중국어에 흥미를 느끼고 꾸준히 배우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만 다른 분들은 또 다른 영역에서 자신만의 투자를 할 거고 난 이 영역에 투자한 것뿐이다. 물론 퇴근하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는 수업시작 1분 전까지 침울하고 갑자기 공부 따위 하기가 싫다. 근데 하고 나면 어이없게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재미있다. 오늘 배운 표현을 언제, 누구한테 써먹어보지? 라면서 혼자 상상하면서 키득거린다. 이게 나한테는 단기목표이자 작은 도파민이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먼 미래를 위한 큰 목표가 있다는 것.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내가 만드는 굿즈들을 바이어들에게 직접 소개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물론 지금은 중국어에 몰입하고 있지만 이후 배울 언어는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도 관심이 있다. 왜 이렇게 다른 나라 표현을 배우는 게 재미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 언어를 실제로 사용하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뚜렷하게 상상하는 거다. 전시회에서 바이어들에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내 아이템들을 소개하는 게 참 매력적인 상황일 거 같다. 이 글을 쓰면서도 두근거린다. 그날은 반드시 오게 될 거다. 각자 본인만의 상상을 해보자. 여행을 가서 언어를 사용하는 걸 상상해도 좋고, 친구를 사귀어서 소통하는 장면을 그려봐도 좋다. 상상은 자유고 공짜이지만 그 효력은 상당하다.
기록하기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성장을 하기는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과연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을까 생각해 보자.
절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죽을 거같이 힘들고 다 포기하고 싶었고 뭐 하러 이 고생을 사서하고 앉아있나 현타도 많이 왔다. 중국어를 공부할 때나 헬스를 할 때 주변에서(혹은 동료조차) 왜 그렇게 너무 열심히 하냐, 그 시간에 다른 거 하는 게 낫지 않냐 등등 의심의 눈초리를 발사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그렇게 말했던 친구가 대뜸 전화를 걸어서 예전에 너한테 그렇게 말한 걸 반성한다며 지금 네가 혼자 해외 출장을 자유롭게 다니는 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동료들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소통에 불편한 게 있으면 날 먼저 찾고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파파고로 돌릴시간에 타자로 쳐서 직접 소통하는 내용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번역기를 사용해서 발생하는 오역도 줄어들었다.) 내가 성장했다는 뚜렷한 증거다. 헬스도 똑같다. 오늘을 기록하는 한 장 한 장이 모여서 루틴이 되었고, 내 몸과 마음이 변화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지식과 건강이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는 걸 기록을 통해서 깨달아야 한다. 누구나 다 첫걸음은 갓 태어난 망아지 같았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도 해봤잖아
1시간씩 일찍 일어나서 전화수업하고 출근하는 루틴으로 6개월을 지속하다가 4개월을 꼬박 쉬어버렸다. 지쳐버려서 회사 바깥에서는 중국어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쉬는 시간 동안 너무 편했고 매일 유튜브보고 웃는 날이라 행복하다 느꼈다. 그러다가 문득 소름이 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아무 일도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공부도, 쉼도 적절하게 분배하지 않으면 너무 기형적인 루틴이 만들어졌다. 공부를 하면서 고통이 있었지만 버텼더니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는데, 지금은 고통도 없고 얻는 것도 없었다. 근력을 할 때는 찢어지는 고통을 견뎌야 새로운 근육이 붙는 것처럼, 성장하려면 일정양의 고통은 불가피한 거였다. 만약 지금 힘들다면 새로운 근육이 붙는 과정을 통과하고 있어서다. 다만 너무 몰아세우면 이후에 큰 정체기가 오고, 너무 루즈하게 끌면 지루해지는 현상이 생긴다. 결론은 고통을 얼마나 지혜롭게 잘 넘어가느냐가 관건이다. 배움은 고통을 무던하게 즐겨나가는 변태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걸 참으면 더 좋은 게 있다는 걸 나한테 계속 일깨워줘야 한다. 울면서 하는 공부보단, 웃으면서 하는 공부가 몇 배로 효과가 좋다. 스스로 최대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면서 본인만의 적정한 루틴을 찾아내야 한다. 몰입한 만큼 보상으로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 에너지를 충전하고 목적지를 재설정해서 다시 출발한다. 인생은 누군가와 달리기 경주해서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니라는 것 기억하기.
공부를 하면 새로운 나를 알게 된다. 특히 다른 나라 언어를 말할 때면 한국어를 쓸 때와는 다른 톤이 나온다. 디자이너가 왜 중국어를 해야 할까 싶지만 꽤 자잘한 부분에서 발을 걸치고 있다.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를 다니면서 겪는 재미있는 점은 모든 과정을 내가 겪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발주할 제품에 대해 제조공장과 선의의 기싸움을 통한 단가 협상부터 발주, 공장핸들링, 제품검수, 통관/ 납품, 세금계산서 발행 등등 경력이 쌓일수록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된다.
이번에는 막내 직원과 같이 중국출장을 다녀왔고 역시 예상도 못했던 자잘한 사건사고가 있었다. 아주 스펙터클했고 다시 많은 걸 배웠다.
이동할 때 운전을 도와주신 중국인 동료가 나보고 해줬던 말이 인상 깊었다.
“너도 미래에 대표가 될 텐데. 지금 그 연습을 한다고 생각해야 해. 일반 직원처럼 행동하지 말고 대표님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많이 보고 배워야 해. 그 고통이나, 스트레스는 정말 상당할 거야. 그걸 지금 대표님은 이겨내고 있고. 네 업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하직원으로 들어온 사람의 몫까지 챙기는 자세가 중요해. 특히 중국어 공부를 하는 게 다가 아니야. 네가 마주친 그 상황을 진짜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거지. 작업의 흐름을 봐야 해. “
정말 멋진 분이다. (조금 까칠하고 예민하지만) 진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요즘 중국인무비자 이슈가 있어서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일단 우리나라 정부가 더 똑똑하게 일을 했으면 좋겠고, 이왕 무비자가 된 현재로선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고 , 올해도 사건사고가 없이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간혹 일부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 나라전체의 사람들이 같이 욕먹는 행동을 하면 정말 너무 안타깝다. 외국을 나가면 본인나라의 얼굴이 된다는 걸 항상 기억하기.
아무리 세상이 시끄러워도 할 수 있는 영역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 밖에 없다.
준비가 되어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건 명확한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