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추석, 기념일 등등 양쪽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렇지않다
엄마/아빠
따로 계신 상태이고 각각 연락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명절, 기념일 등등
'어디를 먼저 가야하고, 연락을 드려야하는가'라는 고민을 결혼 하기도 전에 시작하게 되었다
여기에 아주 깊은 속마음속에 실제로 두려운 점은
내가 만약 결혼을 하고 가정을 만들게 된다면
나의 이런 환경을 잘 이해해 줄수있는 사람을 만나야할 뿐더러
계속 된 스트레스를 받을게 분명한 사실이다
그땐 최소 3군데를 방문하고 선물을 준비하고, 인사를 해야한다
벌써부터 기가 빨린다
그래도 그땐 그때의 내가 지혜롭게 잘 해결해 나갈 거라믿고
지금의 내 환경과 부딪혀본다
몇년간 명절을 지나오면서 내가 낸 해결책은
"사랑하는 사람일 수록 감정을 일시불이 아닌 할부로 결제하자"가 결론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을 말하자면 초반에는 정말 미친듯이 모든 관계에 열심히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다음날도 엄마집을 방문하고, 할머니집을 가고, 아빠집을 방문하고
(위치는 지역상 끝과 끝이다)
그렇게 나를 갈아넣듯이
그들에게 애정과 사랑을 쏟아 부었다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했고, 어울려있다는 소속감과 안정감이 주는 느낌에 취해있었다
약간의 만족감도 있었다 내가 이 관계들을 유지하기위해서 이만큼의 시간과 애정을 쏟았다_라는
무엇보다 나도 평범한 가족이 있는 사람이 된거같았다
미친듯이 피곤해도, 힘들어도 가족들이랑 같이 있으면 찾아오는 따듯한 감정에 내 감정을 못본채하고 미뤘다
어느날은 문득 내가 조각 조각 부서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도 아주 산산 조각이 나서 부서져서 가루가 되어있었다
더이상 내가 뭘하고 싶은지, 뭘 보고 싶은지 중요하지가 않았다
내가 열심히 했다는 마음도 내기준의 주관적인 관점이지,
그들이 느끼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목마를 수 있다는걸 몰랐다
사람이라는게 정말 신기한게 한쪽이 득이있으면 한쪽은 실이 있다
그게 티키타가가 되어야하는데 나는 그걸 못했다
그냥 막 퍼다붓는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식물을 키울때 마져도 때와 시간을 맞춰서 물을 주는데
나는 그냥 장마처럼 폭우를 쏟아내렸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사랑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정당한 보상이 올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상대방은 '더'를 원했다
내가 받은만큼 줘야했고, 어쩔때는 내가 준것보다 더 받았다
중요한 점은 좋은것도 내가 소화를 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냥 주는대로 막 받기도 했다
(이미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 다 뜯기도 전에 문앞에 한가득 쌓여서 기다리는 느낌이랄까)
그럴수록 내가 그들에게 뭔가를 빚진 느낌
이걸 언젠가 다시 갚아야할것 같은 초조함들이 마음속에 틈틈히 포인트처럼 적립되었다
부담이 커지고, 내 감정이 한계치에 다달아서 더이상 내어줄 감정이 남지 않았고
결국 전부. 그냥 다 보기가 싫었다
엄마도, 아빠도, 가족이 그냥 싫어져버렸다
"왜 나만? "왜 내가?" 이렇게 물음표가 가득한 의미없는 질문들이 연속으로 머리속에서 휘몰아쳤고
정상적인 가족을 가지고 있는 주변인들을 보자면 속상하고 배가 아팠다
"왜 저사람을 저렇게 좋은 가정에서 저런 행복을 누리지?
그정도의 행복을 누릴만한 사람인가?
그럼 나는? 나는 왜 저사람이 누리는게 없지? 내가 더 못나서?
아닐껄? 저사람은 평소에 인성이 어쩌고,저쩌고....."
나보다 행복한것 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보고있자면 기가죽고 위축되었다
결혼식장을 가도 마음이 시큰하게 시린느낌이 들었다
"내가 결혼할때는 부모님자리를 없에야할까?
아니면 식장을 가지말고 간단한 식사자리만 해야하나
이런 사정을 상대방이 이해해줄 수 있을까"
(아주 혼자 결혼을 200번은 다녀온거 같다)
그렇게 내가 나를 갉아먹는 게임을 하는동안 시간이 흘렀다
1년을 그렇게 보냈다
나를 미세하게 갉아먹는 좀벌레들이 머리속을 기어다니고, 피부위를 걷는것 처럼 간지럽게 느껴졌다
지루한 인생이지만 살기 싫다는 생각은 든적이 없었는데
작년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렇게 지겹고, 재미없고 답없는 인생
그냥 아무도 없는곳으로 떠나고 싶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떠나고 싶다
이런생각으로 눈을 뜰때부터, 눈을 감을때까지 24시간이 모자라도록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를 돌보기도 싫어지고 말하기도 싫었다
그러다보니 구체적으로 상황을 생각하는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집세는 내야하니까 또 직장에 가서는 비정상적으로 밝은척을 하면서 웃고, 떠들고, 어울렸다
내 인생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어떤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왜 모두를 보고싶지 않고 혼자 있고 싶을까
왜 가진것을 다 포기해버리고 싶을까
밖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그들이 행복하지 못할 이유를 찾던 의미없던 물음표를 내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나를 타인으로 생각하면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싶다" 라는 욕망은 강렬하다
살고싶다의 반대로 죽고싶다라는 말도 강렬하다
절대 의욕없고, 무기력한 사람이 낼수있는 결론이 아니다
지금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재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 소원, 에너지, 생각들이 모여서 그 결론을 만든다
그런데 죽으려고 했으면 망설일 틈도 주지않고 진작 죽었다
(죽으면 다 끝인데 뭐하러 남좋은 직장생활 열심히하며, 가족한테 잘해서 뭔 의미가 있겠나)
이 마음을 깊게들어가 해석해보자면
(이대로) 살고 싶지 않다 < 앞에 '이대로'라는 단어가 붙어있었다
어떤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 나를 몰아치듯이 감정을 다 소모해버릴 때 그런 감정이 든다
감정도 한계가있는데 나는 신이 된것처럼 상대방을 위해서 내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무한대로 사용했었다
다쓰면 그만큼 더 많이 생긴다_는 나만의 논리로 쉴틈없이 감정을 결제했다 할부도 아니고 일시불로..내게 사용할 마음은 남기지도 않고 다 퍼주다가 본인 스스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무시하기 바빳다
왜 모두를 보고싶지 않고 혼자 있고 싶을까
> 내 마음속의 울타리를 침범해도 그대로 방치할때 그런 마음이 들었다
선을 넘는말이나, 필요이상의 관심을 보일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그냥 대충 웃음으로 상황을 넘길때
속이 뒤틀리고 숨이 막혔다 이럴바에는 차라리 혼자있는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왜 가진것을 다 포기해버리고 싶을까
> 내가 가진게 별거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인디언 속담중에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오랫동안 걸어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타인의 삶도 내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그들이 나보다 더 좋은 상황에 있다
나는 그들에 비해서 불행하다_라는 내멋대로의 결론으로 타인을 판단해 버리고 혼자 슬퍼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위하는 사람은 ( 너무 진부하지만 ) 나다
나아주신 분들도 내가 필요한 만큼의 관심과 애정, 시간을 쏟아줄 수 없다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에서 나는 아직도 머물러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서 세상이 변하고 상황이 바뀌었다
나만 과거에 멈춰서 계속 '반복재생'을 누르면서 아픔을 곱씹고 울고있었다
이렇게 아파하는것도 살아있기 때문에, 살고 싶기 때문에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 이런 생각들을 버티고 이겨내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틈틈히 심리상담센터를 찾아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방법을 토론한다
그러다보면 정말 예상치도 못한곳에서 답을 찾을때가 있다
▶명절= 가족과 보내는 시간?
이런 틀을 깨고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한다거나, 가족 이외에 다른 사람들과 모임시간을 가지면서
뇌와 마음에 신선한 바람이 통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강연, 전시, 모임, 운동 등등 내 취향에 맞는것들을 찾는 중이다
▶정상적인 가족의 정의?
나 혼자만 생각했던 정상적인 가족의 정의로 보자면 현재 내 상태는 아주 엉망진창이다
그런데 그 정의는 누가 정하냔 말이다
엄마, 아빠, 자식들이 있어야만 화목하고 행복한 가족이라는 것은 너무 고지식하고 진부한 발상이다
내 현재가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생각을 하는게 중요하다
그렇게 보자면 나는 엄마, 아빠외에도 나를 위해주는 어른이 있고, 더 많은 가족들이 생겼다
각자 본인들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중요 포인트: 가족중에 한명이 나와 맞지않아도 어쩔 수 없다. 가족의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할때도 있다)
▶올해의 과제
*무리하지 말고 적절하게 잘 버티기
*타인에게 신경쓸 시간을 조금씩 모아서 내 감정을 이해해 주는것에 에너지 사용하기
*내 전부를 오픈하지 말고, 약간의 신비로움을 위해 간직하기/ 전혀상관없는 다른사람한테만 말하기
*열심히 하는것은 주관적인거니까 적당히 잘해주고, 바라지 말기
*내 울타리를 넘어오는 사람에게 주의주기/ 싫은감정 부드럽게+솔찍하게 표현하기
내 상황을 바꿀수없다면 나를 바꾸는게 제일 빠르고 효력이 강력하다
올해는 타인보다는 나를 위해서 이것 저것 해볼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