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다 같이 짖어봅시다 왈왈
어렸을 때부터 ’ 참 어른스럽다 ‘ ‘듬직하다’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들었다
*지금도 엄마 휴대폰에 나는 ‘듬직한 큰딸’로 저장되어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까지 동생의 역할이 컸다
다양한 사건사고로 불규칙적으로 심심하지 않게 이벤트를 가져오는 통에
나는 그 덕분에 엘리트 같은 비슷한 감투를 얻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가 뭘 좋아하는지 보다는, 뭘 좋아해야 어른답다는 말을 들을까_가 더 중요했다
오늘날까지도 좋은 사람, 긍정적인 사람, 행복한 사람, 듬직한 사람, 어른스러운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버리지 못하고 그때 얻었던 모래성 같은 명성을 이어가고자 무단히도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남들과 비교를 참- 많이도 한다
그것도 주변의 사람들과 비교를 자주 하는데
쟤는 저렇게 얌전하고 착한데 너는 왜 그렇게 사고만 치냐
저 사람은 저걸 했는데 너는 왜 못하냐
너는 왜 욕심이 없냐
너는 꿈이 뭐냐
이 나이까지 모아둔 돈이 얼마냐 (또래 사람들은 다 이 정도는 모아둔다더라)
월급이 얼마냐
왜 연애를 안 하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애는 언제 낳을 거냐
살이 왜 이렇게 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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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논점은 이렇게 질문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물어봐놓고 본인들이 예상하는 모범적(으로 들리는) 답안이 아니면
반응이 짜게 식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슬픈 현실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 주변은 여럿 존재한다
왜 남의 인생과 내 인생을 비교해 가면서 살아야 할까
예를 들어
너는 왜 연애를 안 하냐 라는 질문을 할 때
’ 음,, 지금은 딱히 생각이 없어서요 ‘라고 할 경우
낚시를 하는 어부가 쳐둔 미끼에 걸린 물고기를 낚는 것 마냥
‘확-’하고 자신만의 생각이라는 뜰채로 상대방을 낚아챈다
‘“아니 그래도 연애는 해야지”
“지금 나이에는 슬슬 결혼생각도 해야지”
“주변에서 사람 좀 찾아봐”
한술 더뜨는 경우 옆에 있는 사람한테
“얘 얼른 사람 좀 소개해줘 봐”
라고 한다
마치 연애를 안 하는 사람은 팔다 남은 50% 할인 중인 떨이 상품이 된 것 마냥
빨리 치워야 하는 물건처럼 (그렇게 말할 때는 최소한 소개해줄 사람을 데리고 와서 하는 게 예의다)
이렇게 선을 넘는 이야기로
친밀도를 높여보려고 하는 건지, 신경을 긁으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이상행동을 보이는데 진심으로 화가 난다(많이)
근데 바보 같게도 그럴 때 그냥 어색하게 웃으며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상황을 빨리 넘기고 싶어서 , 또는 그 사람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영양가 없는 말에 힘없이 당하고 쓰러지고 만다
그들은 정말 상대방을 위해서 그런 말을 한 걸까
그들 머릿속에 직접 들어가 본 게 아니니 그건 알 수 없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본인이 싫은 건 어떻게든 티를 내야 한다는 것
적절하게 선을 그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외로 선한 악들이 많다
( 그 질문들이 실례이거나, 상대방 마음을 후벼 판다는 그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 )
그 누구도 그런 질문이 무례하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거나,
얘한테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마음을 편히 먹고 있는 것이다
지랄하는 치와와를 함부로 건들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우리 집 똥강아지를 무서워한다)
오히려 내가 이 행동을 하면 불편한지 눈치를 보게 된다
(진짜다)
몸집 작고 조그마한 강아지도 자신이 기분나쁘면 소리낼 줄 안다
나라고 못낼건 뭔가 이말이다
그러니까 올해는 조금 지랄 맞게 내 맘대로 짖어? 보는 걸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