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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Feb 10. 2023

비정한 세상, 피 토하는 음악
[Linkin Park]

음악 - 락 - 밴드 소개

70년대 즈음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락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화려한 의상과 조명 속 이게 노래인지 고함인지 모를 보컬과 함께 무대를 장악하는 거친 일렉 기타는 락이 되었다. 부모들은 싫어하고, 반항하는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음악! 이게 락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다.

하지만 오늘 작성할 린킨 파크 (Linkin Park)는 이런 락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비정한 세상 속 피를 토하는 듯한 체스터 베닝턴의 보컬을 필두로 진행되는 그들만의 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처음 Linkin Park의 노래를 접한 건 13살 때이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를 때, 가장 점수가 잘 나오던 곡은 Given Up이었다. 곡 중간 절규하는 부분이 좋아 부르기 시작했던 노래였다.

그 다음으로는 Bleed it Out, Faint ... 다양한 곡을 들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시에 허덕이던 19살, 9월 즈음부터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그들의 노래는 Waiting for the End였다.

락을 듣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나에게 그닥 특별한 밴드는 아니라고 여겼던 Linkin Park가 내 블로그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된 것도 아마 Waiting for the End를 통해서였을 것이다.

그럼 이들의 노래를 감상해보자.


1) Given Up

앨범 Minutes to Midnight (2008) 수록

한줄 ) 자기가 설계한 감옥에 갇힌 자의 외침 - I'm my own worst enemy!


가사는 자신이 겪고 있는 절망 속에서의 괴로움을 토로함과 동시에 신을 찾고 있다. 


대부분의 락밴드는 신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신을 조롱하거나 비웃을지는 몰라도, 힘들 때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저없이 내밀 수 있는 락은 별로 없다.


비정한 세상, 나는 술을 붓고 마실 테니 이 세상과 신은 나의 처절한 몰락을 똑똑히 보아라! 는 태도가 아닌, 


자신은 포기했고, 방법을 모르겠고, 괴로우니 자신을 이런 고통 속에서 구원해 달라는 Linkin Park의 외침은 어쩐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절망 속에서, 될 대로 되라! 라고 외치는 자들이 많을까, 혹은 더 처절히 망가지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까?


락은 후자를 외칠 때가 많지만, Linkin Park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사 속에서 말하고 있는 이들의 고통도 어쩐지 공감이 간다. 외부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점도 있지만, 우리가 겪는 마음의 고통은 대부분 우리로부터 기인하곤 한다.


수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마음의 수양을 이야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만 같다. 자기 자신이 최악의 적이 되는 이 상황! Linkin Park는 자기가 설계한 감옥에 갇혀 버린, 제 덫에 제가 걸린 이의 모습을 하고 도움을 청하고 있다.





2) Faint

앨범 Meteora (2003) 수록

한줄) 난 잊히고 싶지 않아 - I won't be ignored


외롭고 무시당하는 자의 외침이다. 시간은 흐르고,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상처를 깊어졌지만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지는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Linkin Park 특유의 초반 읊조리는 듯한 보컬의 목소리와 도입부의 공허하면서도 강렬한 사운드가 이 노래의 내용을 더 와닿게 한다.


상처를 시간이 치유해 줄 수 없다는 것도, 지금 당장 뚜렷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자신을 이 세상에 외치고 있는 듯한 이 노래는 체스터 베닝턴의 절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노래다.


이들의 노래를 듣다 보면, 흙탕물 속 연꽃을 발견한 기분이다. 


흙탕물 속 하나의 연꽃이 피어 있을 때, 연꽃이 볼 수 있는 건 흙탕물 뿐이다.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연꽃은 자신이 본 것이 흙탕물밖에 없기에, 자신도 똑같은 흙탕물이라고 여기며 절망할 수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흙탕물 속 연꽃의 절규는 묘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노래가 그렇게 다가온다. 자신을 잘 볼 줄 몰라 절규하는 이들의 노래 앞에,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


잊혀지기 싫어 발악하는 그들의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그래서 나는 Linkin Park의 절규가, 그들의 존재 자체가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느낀다.



3) Waiting for the End

앨범 A Thousand Suns (2010) 수록

한줄) 끝을 봐야 한다는 것 - Cause we're living at the mercy of the pain and the fear


다른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Linkin Park의 강하고 난폭한 사운드와는 다소 다르게  느껴지는 Waiting for the End는 오늘 소개하는 마지막 곡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처음에는 역시 일렉 베이스로 노래를 시작하다가, 마지막 부분에서의 솔로가 인상깊은 곡이기도 하다.


끝을 기다리는 이의 심정은 어떨까?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지만, 지금까지 내가 걸어왔던 길의 끝자락에서 돌아보는 내 여정은 애증이다.


경험으로부터 깨지고 상처받은 내 파편들을 보면 괴롭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걸어왔던 이 길들을 떠나려니 마음 한켠이 헛헛하다.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새로운 길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Linkin Park는 말한다. 끝의 가장 어려운 점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달린다. 고등학교 때는 대입을 위해, 대학교에서는 취직을 위해, 취직 후에는 더 높은 사회적 지위와 안정, 사람들의 인정을 위해서 말이다.


하나의 스테이지가 끝나면 완전한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끝에 도달했을 때 우리가 본 유토피아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또다시 저 멀리로 달려오라고 손짓한다.


그래서 Linkin Park는 이건 끝도 아니고, 시작도 아니라고 외친다. 체스터 베닝턴의 시원한 목소리로 하늘을 향해 주먹을 번쩍 움켜쥔다. 수학 문제처럼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세상에서 이들은 방황하지만 이제는 무언가 알게 된 것 같다.


앞 앨범들에 비해 가장 최근에 발매된 이 앨범에서는 시간이 흐르며 얻게 된, Linkin Park가 느낀 점들이 조금씩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원하는대로 되기는커녕 자신이 만든 덫에 걸려 괴로워하고, 답을 찾지 못하겠지만 잊히지 않기를 바라며 절규하던 지난날에서 벗어나 다시 주먹을 번쩍 드는 것 말이다.



이들은 답을 찾았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들이 괴로워하던 문제에 애초에 답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정해지지 않는 세상, 딱 떨어지지 않는 세상 속 절규하던 이들은 이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만 같다. 답을 찾다 자신의 감옥에 들어가 괴로워하기보다, 그냥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 하늘로 높이 치들기도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인생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그저 한 번 절규해 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Linkin Park의 절규는 수많은 이들의 함성과 맞물려 이제는 커다란 외침이 된 것처럼 말이다.



비정한 세상, 피 토하는 이들의 절규는 외침이 되어 간다. Linki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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