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ppy Feb 10. 2023

찐한 아이라인이 그립다 [Amy Winehouse]


평소 재즈나 R&B풍의 음악을 즐겨듣는 편은 아니다. 솔직히 젊은 세대에게 이들은 그닥 주류 장르로 다가오지 않기도 하다. 끈적한 목소리과 함께 울려퍼지는 색소폰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마땅한 뮤지션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바 같은 곳에서 나올 것만 같은 음악은 모두 잔잔한 배경음악 같은 느낌이었다. 시끄럽고 둥둥 울리는 음악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그래서 이 가수가 더욱 기억에 남는다. 듣지 않겠다고 고집하던 내게 아빠가 틀어 준 You Know I'm No Good을 듣고 바로 뇌리에 박힌 Amy Winehouse. '27의 법칙'을 대표하는 유명인 중 하나인 Amy Winehouse는 27세에 요절해 많은 노래를 선보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곡 하나하나가 깊은 임팩트를 주었던 뮤지션이었기에 오늘은 에이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You Know I'm No Good


앨범 Back to Black (2006)

한줄) 나쁜 여자와 더 나쁜 남자 - You tear me down like Roger Moore


처음으로 Amy Winehouse를 알게 되었던 곡. 도입부의 드럼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재즈 드럼이란 이런 바이브인가! 2절의 하이라이트가 끝나고 나오는 드럼과 색소폰의 합도 환상적이다.


그녀의 인생사를 아는 사람들은 이 노래가 누굴 말하는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음악에 정말 재능이 있었던 뮤지션이 한 남자를 만나고 스타덤에 오르며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통과 방황들 중 남편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듯 하다. 


Amy Winehouse를 보면 딱 봐도 예술가일 것 같다. 짙은 아이라인에 개성있는 스타일링, 수많은 타투들이 그녀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그리고 그녀도 이를 잘 아는 듯, 이 노래에서는 이 예술가의 나쁜 여자 바이브를 아낌없이 녹여낸 것만 같다. 다른 남자와 만나고 있지만 그 끝에는 언제나 '그 사람'만이 자신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으며, '그 남자'는 로저 무어마냥 잔혹하게 자신의 마음을 찢어놓는다는 가사는 Amy가 어떤 사랑을 해 왔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상호파괴적인 관계, 끊임없이 상처입히면서도 사랑하기에 놓을 수 없는 관계. 이 관계 속에서 느끼는 심정을 블루스와 재즈를 절묘하게 섞어 풀어낸 곡이다.





2. Rehab

앨범 Back to Black (2006)

한줄) 고혹적인 자조를 듣고 싶다면 - It's not just my pride, It's just 'til these tears have dried


생전 Amy가 남긴 앨범은 단 두 개뿐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엄청난 고통과 성공을 동시에 안겨 준 이 두 앨범 속에서 그녀는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으로 방황하게 된다.


이 곡은 재활원에 Amy를 보내려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그녀만의 대답이다. 70일 동안이나 재활원에 갇혀 있을 바엔 Ray(R&B의 거장 레이 찰스라고 한다)의 노래를 들으며 집에 있겠다는 대답은 유쾌하면서도 자조적인 멜로디와 함께 나타난다.


사람들은 한순간에 성공하거나 스타덤에 오르는 것을 희망하곤 한다. 가령 내일 아침 일어났는데 엄청난 금액의 복권에 당첨된다거나, 주식이 갑자기 올라 주식부자가 된다거나, 부동산 값이 오른다던가... 희망하는 길은 다양하다. Amy Winehouse는 이런 케이스였다. 생전 발매한 단 두 장의 앨범만으로도 엄청난 유명세를 얻었으니, 27세에 요절한 것을 비추어 보아 기껏해봐야 20대 초중반에 세계의 관심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성공은 결국 약이었을까, 독이었을까. 수많은 파파라치들이 그녀를 따라다니기 시작했고, 남편과의 불화에 대해서는 온몸이 발가벗겨진 양 가십으로 소비되어야 했다. 갑작스레 바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그녀는 술과 약물에 과하게 의존하기 시작했고, 결국 2011년 27세의 젊은 나이에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채 발견된다.


만약에 Amy Winehouse가 주변의 말대로 재활원에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그게 그녀에겐 더 큰 고통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망가져가고 있는 그녀가 재활원에 들어가길 거부하며 불렀던 이 노래에는 왠지 모르게 자조섞인 웃음이 담겨 있는 것만 같다.


재활원에 가고 말고는 어쩌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세계와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기분이 좋지 않거나, 반항심이 생겼을 때 상대가 제안하는 내용에 관계없이 우선 거부를 하는 경향이 크다. 어쩌면 그녀도 그랬을지 모른다. 물론 내가 내막을 알 수는 없다.


어쨌든 아직 완전히 망가지기 전의 그녀가 망가져가며 부른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유쾌한 멜로디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잠시, 어쩐지 마음이 한 구석이 찝찝해진다.




3. Valerie

리메이크곡

한줄) 해질녘 세느 강에서 와인 한 잔 홀짝이며 - Why don't you come on over, Valerie?


이 노래는 Amy Winehouse가 처음 발매한 노래는 아니라고 한다. 리메이크곡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처음 이 노래를 들은 게 어쿠스틱 버전이었다. 그래서 만약 이 노래를 듣고 싶다면 어쿠스틱으로 듣는 걸 더 추천한다. 그게 더 Amy Winehouse만의 색깔이 짙은 것 같다.


이 곡은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 'Valerie'가 어서 자신의 곁으로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라고 한다.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을 상상하고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은 Valerie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이건 특히 어쿠스틱 버전을 들으며 떠오르는 생각이지만, 이 노래는 정말 유럽스럽다. 유럽 특유의 잔잔하고 센치한 그 감성이 자꾸만 떠오른다.


하루종일 일을 마치고 돌아온 뒤, 해질녘 세느 강을 바라보며 와인 한 잔 홀짝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떠오르곤 한다. 언제나 당신을 생각하고 있으며 어서 내게 넘어오라는 깜찍한 가사와 멋스러운 멜로디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딜콤하고 시큰한 이 노래는 달큰하게 다가온다. 이 노래 감상평 적다가 든 생각인데, 한여름 해질녘에 세느 강 앞에 있는 집에서 세느 강 바라보며 이 노래를 틀고 와인 한 잔 하고 싶다. 와인은 꼭 레드 와인이어야만 할 것 같다.





찐한 아이라인, 몸 곳곳에 있는 타투, 어딘가 몽롱해 보이기도 하는 눈빛 이 세 가지는 Amy Winehouse를 잘 나타내 준다. 내가 어디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던,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 이미지가 떠오르곤 한다. 젊음의 R&B를 누가 가장 잘 나타내느냐고 묻는다면 Amy Winehouse가 아닐까.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까 찐한 아이라인을 그리고 바에 혼자 분위기 있게 칵테일이나 홀짝거려야 할 것만 같다. 바에 가 본 적도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더 아쉬운 뮤지션이다. 노래를 들을 때 자신만의 분위기로 그림을 그려내는 뮤지션이 얼마나 될까? 이런 능력을 가졌던 그녀가 27세에 요절한 유명인 클럽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알 때마다 가슴이 아리다. 살아있었다면 40대가 되어 40대의 Amy Winehouse를 보여 줄 것만 같은 그녀가 남긴 두 앨범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하나하나가 명반이기에 더 곱씹어 음미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형형색색 속의 황홀함 [Mus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