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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Feb 10. 2023

형형색색 속의 황홀함 [Muse]


영국은 음식을 포기하고 노래를 선택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국의 밴드는 그간 음악씬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비틀즈, 오아시스와 같은 세계적인 대형 밴드 외에도 꾸준히 영국의 뮤지션들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정을 받곤 한다. 오늘은 영국 음악의 명물 중 하나, 밴드 Muse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Muse 하면 처음 생각나는 단어는 '화려함' 이다. 다양한 사운드를 이용해서 음악을 끊임없이 화려하게 만든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강물과는 거리가 먼, 신나는 파티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선사하는 밴드다. 신디사이저와 일렉 사운드를 활용한 다채로운 멜로디와 보컬의 청량한 샤우팅은 Muse를 극대화시켜준다.


사실 밴드를 소개할 때 항상 3곡 정도만 소개하는 게 이 블로그의 규칙 아닌 규칙인데, 막상 Muse를 생각해 보니 소개하고 싶은 곡들이 너무 많았다. 처음 이 밴드를 알게 된 Supermassive Black hole, 센세이션했던 Dig Down, 전주부터 사람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Hysteria 등등 Muse는 정말 다채로운 색깔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도! 고심 끝에 추리고 추린 3곡은 '형형색색' 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Muse의 세 가지 모습이 될 것 같다. 그럼 이제부터 Muse의 세 곡을 살펴보자.




1.Plug in Baby

앨범 Origin of Symmetry (2001)

한줄) 현실은 여전하지만 너는 - My plug in baby, crucifies my enemies...


전주 때 강렬한 일렉과 함께 시작하는 노래는 Plug in Baby를 예찬하며 진행된다. 노래는 시끄럽지만 어쩐지 절망적인 분위기가 떠오른다.


사랑하는 이의 거짓말을 알아버린 주인공, 그의 사랑을 잊기 위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만 하는 이때,


'My plug in baby'는 내가 괴로워하던 모든 것들을 무참히 박살내 버린다. 위기에 처한 이를 구해주러 오는 Muse의 plug in baby는 누구보다 멋지게 적들을 휩쓸고 Muse에게 윙크를 건네는 듯하다.



이 곡에서 my plug in baby의 정체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곡을 번역한 여러 글들에서도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는 조금씩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라고, 누군가는 말 그대로 연결된 기타로 여기기도 한다.


내 생각의 plug in baby는 현실도피적 이상이다. 변하지 않는 현실, 초라해져만 가는 자신을 잠깐이나마 영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대상은 사랑하는 사람이건, 기타이건 상관없다. 이 곡을 듣다 보면 이 시끄러움 속에서 Muse의 공허한 외침이 들려오는 듯하다.


Muse가 가진 형형색색 중, My Plug in Baby는 화려함 속의 공허함을 노래하는 것만 같다.




2. Psycho

앨범 Drones (2015)


한줄) 이젠 광기만이 우리를 지배해 - I'm gonna make you a fucking psycho!


노래의 시작은 악기가 아니라 교관과 부하의 샤우팅으로 시작한다. 강압적인 교관과 고함을 지르며 대답하는 병사의 목소리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교관은 이 병사를 살상용 드론으로 만들 계획이다. 계획을 따르지 않으면 죽이겠다, 너를 사이코 킬러로 만들겠다는 교관과 이에 악을 쓰며 대답하는 병사의 모습은 기분을 나쁘게 만든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전쟁에서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 노래는 반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그런 듯하다.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광기 어린 모습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병사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게 만들 수 있는지 강렬한 사운드와 그에 한 술 더 떠 교관과 병사의 대화 내용으로 청자들이 이 노래의 의도를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반전에 대한 노래는 이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1960년대 즈음 히피들이 반전을 노래하기도 했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밥 딜런 역시 반전을 노래했던 가수였다.


전쟁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다. 어떤 이는 전쟁을 '늙은이들의 권력 다툼에 젊은이들이 죽어 나가는 것' 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쟁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핏물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단순히 죽음만이 전쟁이 가진 문제는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 가족들과 헤어져 끊임없는 죽음을 목도하는 장소로 이송되는 병사들은 인간 이하의 삶을 경험한다. Psycho에서 교관과 병사의 대화처럼 말이다. 인간이 아닌 살인 기계로서 살아남아야 하는 전쟁터에서 병사들을 망가져 간다.


요즘 유행처럼 쓰이고 있는 말인 PTSD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용어이다. 전쟁 후에도 후유증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지금은 가볍게 쓰이지만, 사실 이 말이 나온 어원을 살펴보면 결코 가볍게만은 내뱉을 수 없는 단어다.


Muse는 이렇게 자신들의 노래를 통해서 인간의 광기를, 그리고 전쟁이 계속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Muse의 형형색색 중, Psycho는 인간의 처절한 광기를 보여준다.




3. Starlight

앨범 Black Holes and Revelations (2006)

한줄) 넌 날 살아가게 만들어 - My life, you electrify my life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Muse만의 세레나데는 이런 느낌일까? 신디의 멜로디와 보컬의 청량한 목소리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고백을 한층 Muse스럽게 만들어 준다. 


자신을 구속했던 것들을 벗어던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파도를 헤치며 먼 바다로 나아가는 것만 같은 이 노래는 한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음악 영화 연출의 대가로 유명한 존 카니 감독의 'Sing Street'.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두 주인공의 모습에는 Adam Levine의 Go Now 말고도 이 노래도 참 잘 어울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청춘만이 해볼 수 있는 반항 속의 사랑 혹은 사랑 속의 반항을 노래로 나타내면 이럴 것만 같다. 실패냐, 성공이냐는 이들에게 중요치 않다. 길 잃은 삶 속 자신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사랑을 찬양하는 Muse의 노래는 참 매력적이다. 불어넣은 에너지로 딛는 발걸음이 목적지로 가느냐는 이 노래의 논제가 될 수 없다. 걷게 하는 것, 웃게 하는 것이 이들이 찬양하는 유일한 요소인 것만 같다.



Muse의 형형색색 중, Starlight는 청춘만이 노래할 수 있는 파도 속 사랑을 보여준다.




Muse의 노래를 처음 들을 때 '형형색색' 이라고 느낀 것은 Muse가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사운드 때문이었다. 하지만 Muse를 더 잘 알게 되고 곱씹게 될수록 이들의 형형색색은 단순히 화려한 멜로디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들이 노래하는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가 단순한 형형색색에 황홀함을 불어넣어 준다.


단조로운 일상 속, 화려한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면 Muse를 찾아가 보자. 시끄러운 샤우팅도, 광기 어린 기타도, 사랑에 빠진 청춘도...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Muse와 함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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