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시리즈 2
때때로 사람의 마음이란 자석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나의 반대급부에 있는 것들을 막연히 동경하고 가까워지고자 한다. 건너편의 것들이 나의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런 사람들의 마음은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는 옛날 속담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그 건너편에 닿게 되면? 그때가 좋았다며 이전의 자리를 그리워하는 것도 인간의 한 모습일 것이다.
교환학생의 절반하고도 조금이 더 지난 시기, 나는 가벼운 향수를 겪었다.
미국에 와서 한 번도 한식에 대한 그리움이 일지도 않았던 나는 이 향수의 감정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돌이켜 보면, 이제 교환학생 생활에 나름의 적응도 했겠다 — 이곳에서의 삶이 익숙함과 권태를 넘나들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개강을 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뭘 해야 하나, 라는 특유의 조급함이 맞물려 만들어진 감정이 아닐까 싶다.
현재는 한국으로의 귀국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어쩐지 지금 이곳을 많이 그리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른 한국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는데! 이제 이곳을 떠날 때가 되니, 또 이곳에 마음이 쓰이고 애착이 간다. 물론 끝까지 한국으로 떠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면 그것대로 슬픈 일이겠지만.. 사람은 항상 건너편을 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이룩한 그들의 업적과 안정감을 때로 동경하고,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그 에너지를 동경한다.
또한 우리는 이미 지나 온 과거를 추억하고 회상하다 미래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두려워했던 미래는 곧 다시 과거가 되어 미화되기 시작한다.
인상깊게 보았던 문장이 있다.
“초등학교 때가 좋았어” - ”중학교 떄가 좋았어“ - ”고등학교 때가 좋았어“ - … - ”그때가 좋았어“
라는 사람들의 말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당신의 삶은 항상 좋았다는 것을” 이라고 답한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건너편을 바라보기에 늘 과거를 / 반대를 그리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게 그릴 수 있는 자석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건 그것 또한 꽤나 좋았다는 반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한국을 그리워할 수 있었던 건, 한국에서의 소중한 사람들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고
미국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에 대해 느낄 그리움은 이곳이 줄 수 있는 감정들을 온전히 겪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며
청년들은 빛나는 에너지를, 기성세대는 그들이 착실히 쌓아 온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건너편을 동경하고 그리워한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건 그에 대한 좋은 경험 (인식?) 을 가지고 있다는 감사한 지표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현재의 자신에게도 충실할 수 있어야 미래의 나는 또 다른 건너편에서 지금을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
그리움을 가질 수 있다는 걸 감사히 여기며 현재를 살 때 우리는 비로소 바람직한 건너편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