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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정답

어바웃 시리즈 2

by 싱가


사람들은 정답을 참 좋아한다. 단순히 수학문제 하나 맞고 틀리는 것 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일까? 사주를 보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통해 정답을 얻기를 원한다.

본인의 길에 대해, 자신도 이 삶은/경험은 처음이니 사실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나도 항상 정답을 묻는 편에 가까웠다. 주변 어른들 선배들 친구들 ..

이 수업은 어땠는지부터 시작해서, 진로의 방향까지 사소한 것부터 인생의 나름 중대한 문제까지 계 ~ 속 묻고 다녔다.

나보다 먼저 경험한 사람들/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은 그래도 나보다는 정답에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막연히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다녔다.



그러다 몇 개월 전 한 고등학교 후배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심리학과에 가고 싶은데, 그렇게 안정적이지는 않은 성적이라는 선생님의 조언과 / 현재 생기부를 보았을 때 지금이라도 바꾸는 게 맞을지에 대한 내 의견을 듣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선백님께서는 어쩌다가 그 어려운 심리학과를 지원하시고 합격하셨는지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다른 학과로 틀어야 할까요? 이 계열이랑 비슷한 학과가 그 학교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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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

막상 내가 그 후배가 생각하는 '정답에 가까운 사람'의 위치가 되니

그 정답이라는 것도 얼마나 불완전하고 개인에 국한된 것인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내가 왜 지원하고 합격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ㅋㅋ.. 이 계열이랑 비슷한 학과가 학교에 있는지는 찾아줄 수 있지만 나는 방향을 틀어야 할 지 답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결국 선택은 그 친구가 하는 거고, 선택에 대한 결과가 어떻든 그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때 내가 좇던 '정답'이라는 게 참 허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대적 객관성이라는 개념이 떠오른다.

이걸 조금 더 현대식으로 말하면 빅데이터로 나타낸 경향성 정도가 되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 선망하는 것들은 얼핏 우리의 눈에 정답처럼 보일 때가 있다.

물론 이런 경향성 "따위" 다 필요 없고 나는 내 삶을 살겠다고 말하는 것도 독선이고 오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절대적인 기준으로 내면화하게 되는 경향성이라는 것 역시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비싼 브랜드의 화장품이어도 내 퍼스널컬러에 맞지 않으면 '톤그로'가 될 수 있다.

웨이브 체형인 사람한테 스트레이트 체형의 옷을 입히면 오히려 이상할 수 있다.

사람마다 그 개성은 너무나 다른 것이어서, 참고할 만한 것들은 있을지언정 무조건적 정답이라고 하는 건 참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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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라는 건 불안한 인간들이 만들어 낸 허상이 아닐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두고, 정답이 아니어서 그렇다며 자신의 행동에 동그라미를 칠 때까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답이라는 건 불안한 인간들이 만들어 낸 허상이 아닐까?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안 읽어 봄) 과 같은 맥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은 절대적인 정답처럼 보이고, 그걸 가져야 내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경향성을 충족했을 때 우리의 삶이 더 나은 모습이 되고, 삶에 만족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꼬 ~ 옥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세상의 가치판단 따위 거부하겠다는 태도가 되는 것도, 비싼 건 다 필요없다는 태도도 현실성은 떨어진다.

비싼 건 아무래도 싼 것보다 좋고

나도 내 주변 사람들도 나름의 고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일하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그걸 유일한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종강한 '고전에 길을 묻다'는 수업에서 한 학우분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고전에 길을 묻다! 우리는 왜 고전에 길을 물어야 하는가?

고전 그 자체가 정답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닌, 그걸 질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해답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 라는 뉘앙스의 말이었다.

정답과 해답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정답은 객관적으로 옳은 답: 문제의 결과나 기준에 따라 평가된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에서 정해진 답을 맞추는 것이 목표이다.

해답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라 전략: 과정이나 정근 방식을 중시한다.

이 둘의 핵심적인 차이는 정답은 결과 중심, 해답은 과정 중심이라는 것

정답은 명확성과 객관성을 제공하지만, 해답은 다양한 해결책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사람들마다 하나하나 너무 다른 각각의 인생의 경우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힘든 정답보다는 해답이 우리의 태도에 더 적합한 키워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정답을 찾기보다는

사람들의 경향성을 충분히 알되 그걸 내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 /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해답을 견지하려는 태도가


제가 생각한 저만의 해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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