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첫번째]
제목: 심플하게 산다
작가: 도미니크 로로
출판사: 바다출판사
2년 전, 한창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한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아주 너덜너덜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애정하는 책인지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져 지금까지도 주기적으로 찾아보고 있다.
저장강박증이 있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언젠간 여백이 있는 나만의 공간 마련하기를 꿈꾸던 소녀는 스무살이 되자 가족력으로 인해서인지 우울증에 잠식되었다. 그렇게 24살까지 현실에 불평불만만 일삼던 소녀는 무작정 출가를 하여 고시원에 들어갔다. 강제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께서 하나둘씩 주섬주섬 주워온, 나의 취향에서 한참 벗어난 옷, 신발, 가방, 이불 등 나의 것이었지만 나의 것이 아니었던 물건들을 뒤로했다. 그러자 물적으로는 빈곤했지만 조금씩 정신적인 풍요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당시 느끼고 있던 감정들과 가치관들을 세련되게 글로 정리해놓은 듯한 기분이었다.
간혹 너무나도 우아하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들에 부자의 자기성찰이라는 생각이 들어 위화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깊이 있는 철학들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강제적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하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미니멀 라이프를 스스로 선택을 하여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을 하자 또 다른 패러다임이 눈앞에 펼쳐졌다.
작년에 고시원에서 행복주택으로 이사할 때에도 이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극한의 집순이인 나에게 딱 맞는 휴식 공간과 작업 공간을 만들고,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했다. 옷장(작은 행거 하나와 수납침대면 충분하다) 대신 책장을 두고, 6평이라는 작은 공간임에도 여백을 둘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귀걸이나 소장용 소설책과 같이 여전히 집착하는 물건들도 있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부정적인 의식의 흐름도 있다. 그러나 책에서도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삶이란 결국 인식의 문제가 아니겠는가.(p.70) 그리고 심플한 삶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치우는 게 아니라, 우리 행복에 도움이 안되는 것을 치우는 것이라고 했다.(p.92) 아직까진 나의 행복에 도움이 되니 괜찮다고 위안해 본다.
아니, 위안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우선순위 1위는 나의 행복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주객전도인데, 나의 가치관에 맞는 미니멀 라이프를 해서 편안함을 느끼기에 추구하는 것이지,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무엇을 하든 최적의 효율과 편의성을 추구하는 편인데, 미니멀 라이프를 하게 되면 비슷한 결이 있는 반면, 상충되는 면도 있다. 물건이 적을수록 여백은 늘어나지만, 편리한 것 또한 나의 가치관에서 빼놓을 수 없다. 독서를 하는데 빛이 부족하다 싶어 작은 조명을 당근에서 하나 더 구매했고, 허리와 목이 좋지 않은 나의 올바른 자세를 위해 큰 돈 들여 좋은 의자와 좋은 독서대도 구매했다. 이처럼 난 야매 미니멀리스트이다. 하지만 앞서서도 언급했듯이 나의 가치관 일 순위는 ‘행복 추구’이기 때문에 상관없다.
미니멀리스트면 무조건 물건이 아주 적어야한다? 귀걸이는 5개 미만이어야한다? 이런 규칙들을 만드는 순간 우리는 행복에서 멀어진다. 작가 또한 배움의 목적은 좀 더 유연한 삶을 사는 것(P.202)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배울수록 새로운 삶의 철학들을 채우고 비우고 반복하다가 나만의 가치관을 창조하는 것. 그것이 전부다.
그렇지만 물건 이외의 정신적인 가치 면에서는 부정적인 의식의 흐름을 강제적으로 끊고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 책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를 성가시게 만드는 문제나 일에 고집스럽게 매달려 있으면 인생의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놓치게 된다. 부족한 것, 부당한 것, 불행이나 불만, 슬픔을 부르는 것만 보게 된다.(p.165)
20대 초중반에 만성우울증에 사로잡혀 있어 후회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 빠져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것. 우울증의 증상이 이것이긴 하지만, 우울증이 심하지 않았을 때에도 관성적으로 똑같은 생각, 똑같은 행동만 반복했었다. 인생은 아름다운 면만 보기에도 짧은데, 너무 오랜 기간 원망과 상처 때문에 20대를 소진했다. 그 무기력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생각은 하늘의 구름처럼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야한다.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삶으로 존재해야 한다." -일본의 선승 데시마루 타이센 (p.213)
명상을 배우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다. 왜 사는지 자문하지 마라. 그보다는 삶으로 존재하라. 우리는 언젠간 한 명도 빠짐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 운명이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집착하기보단 그저 끝이 다가올 때까지 주어진 길을 즐겁게 갈 뿐이다. 책의 마지막에도 나와 있듯이, 잘 사는 방법은 삶을 즐기는 게 다다.
요약하자면,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이지만, 삶의 철학도 깊게 녹아있어서 인생의 지침서로 보아도 무방하다. 뭐든지 ‘돈’으로 연결되는, 너무나도 획일화된 자본주의 사회에 회의감이 들거나 혹은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절약도 하고 정신적인 풍요도 얻고 싶다 한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