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메시지]
당신의 행복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입니다!
2007년, 당시 신임 장관이 홍보관리관실(현 대변인실)에 “우리 부처를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PT)을 준비하라”라는 지시를 내렸다.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일에 다들 난감해하는 것도 잠시. 내부 논의 끝에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 판단하고 물색하던 중, 장관이 취임 전 몸담았던 기관의 소개 PT를 만들었던 분을 소개받았다. 내가 박해진 커런트코리아 대표님을 처음 만나게 된 순간이다.
한 기관을 소개하는 일은 그 기관의 ‘존재 이유’를 찾는 과정이었다. 그 PT 용역의 담당자가 된 나는 박 대표님이 요청하는 자료들을 전달하고, 문화정책 자문회의를 마련하는 역할을 했는데. 점차 이 기관 정체성 찾기 속으로 함께 빠져들고 있었다. 묘한 전율과 함께 흥미진진하다고 느끼며.
“문화정책은 뭐랄까 인간의 자유에 관한 것 같아요.”
자문회의 날, 쟁쟁한 교수님들 앞에서 결국 한 마디를 보태고야 말았다. 긴 고민 끝에 나온 말이었다. 박 대표님은 장관을 비롯해 많은 상사 앞에서 내 이야기가 큰 시사점을 주었다고 치켜세워 주셨다. 결국 ‘인간의 자유’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던 박 대표님이 꺼낸 부처 소개 PT의 헤드 카피는 이랬다. “당신의 행복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입니다”.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함께 따라 좇던 문화관광부의 존재 이유가 한 문장 안에 쾅 담겨 있었다. PR 메시지가 지닌 그 너른 품을 처음 겪은 순간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임기를 마쳤던 2024년까지, 이 메시지는 내 공직생활의 지표 중 하나가 되었다.
“하나의 키워드, 하나의 문장으로 본인을 소개하라.”
문체부 대변인실은 ‘부처 최초’라는 타이틀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바로 ‘대학생기자단’이다. 2006년 당시 문화관광부 홍보관리관실에서 근무하던 김천수 현 명지대학교 교수가 대학생기자단을 만든 게 처음이었다.
대학생기자단으로 선발되면 문체부의 다양한 정책 현장을 청년세대의 시각으로 취재해 문체부 대표 블로그 ‘도란도란 문화놀이터’를 통해 소개하게 된다. 매년 20여 명을 선발하는데, 서류와 면접 심사로 이어지는 제법 까다로운 선발 과정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올해로 20년째, 내가 면접 심사에 참여한 것만도 그중 열두 기수나 되다 보니 애정이 각별했다.
소위 ‘면접 족보’가 돌면서 근래에는 빠졌지만, 면접 심사에서 내 단골 질문은 늘 이거였다. “하나의 키워드를 넣은 하나의 문장으로 자기 자신을 소개하라. 그리고 그 이유를 두 문장 안으로 설명해보라.”
응시자의 핵심 캐릭터를 파악하고 PR 메시지를 뽑는 감각을 살펴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주변에서 자기소개서를 봐달라거나 자기소개서 잘 쓰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헤드라인과 단락별 소제목을 꼭 쓰라고 당부한다. 나 역시도 채용 공고에 응시할 때마다 자기소개서 맨 앞에 헤드라인을 적는다. 자신을 PR할 때 하나의 핵심(key) 메시지만큼은 기억하고 평가하게 하기 위함이다.
대학교 2학년 가을, 처음으로 ‘출사표’란 걸 쓸 때였다. 뜨거운 포부와 다짐, 결의를 욱여넣은 초안을 읽어 본 한 선배가 말했다. “내용은 좋은데, 사람들 뇌리에 남을 하나의 키워드가 없다”라고. 그 후부터 나의 자기소개는 언제나 헤드라인으로 올릴 ‘핵심 메시지 찾기의 노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좋은 기업, 뛰어난 제품, 훌륭한 인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핵심 메시지 한 줄은 한 끗 차이 이상을 결정한다. 아예 당락과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