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 공무원과 입찰 기업 PM, 그 평행선이론

[계약의 체결]

by 오세용

<< 전지적 발주처 시점 >>


발주처의 계약공고 서류는 매번 새로 꾸며야!

사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부 부처에서 진행하는 계약 건들은 연간 단위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계약공고를 낼 때면 이전의 계약 관련 서류를 샘플로 삼아, 체결해야 할 새로운 계약에 맞춰 다시 작성하는 게 당연하듯 되어 있다. 공고 서류의 핵심인 제안요청서와 과업지시서는 대부분 그렇게 작성된다.


하지만 이게 과해서, 기존 계약공고 서류에 날짜와 액수만 바꿔서 다시 내는 경우들도 많다. 매년 계약 체결을 승인하는 조달청조차도 계약 내용에 따라 담당 부서가 다르고 새로운 지침도 해마다 내는데. 오래전 바뀐 규정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숫자만 바꿔서 말이다.


내가 더 큰 문제라고 본 건, 매년 유사하게 발주하는 계약을 마치고 평가하고 결산한 내용을 그다음 해 계약 체결에 반영하지 않는 관행이었다. 특히 SNS 소통 관련 계약은 해마다 시장 트렌드가 바뀌는데, 몇 년 지난 서류로 공고를 내는 건 업계 현장에 불친절하고 게으른 행정을 몸소 보여주는 꼴. 계약을 처음 맡게 되면 규정과 의미, 현장의 상황을 꼼꼼히 확인해 새로 쓰고, 해를 거듭해도 좋은 기업을 고를 수 있는 공고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좀 힘들었겠지만, 문체부 팀원들과도 매년 그렇게 준비했다.


좋은 심사위원이 잘하는 기업을 뽑아준다.

계약이나 채용 심사위원으로 참 많은 부처를 다녔다. 심사 자리에 갈 때마다 심사위원의 전문성, 그리고 공정하고 예의 있는 태도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그런 면에서, 해마다 직접 업데이트했던 ‘문체부 대변인실 심사위원 풀(pool)’은 자부할 만하다. 2024년까지 매년 ▲PR ‘현장의 실무’에 대한 전문성, ▲부처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 이해도, ▲세종 또는 서울에서의 심사 가능 여부 등을 수시로 확인해 명단을 업데이트했다. 심사위원 중 심사를 부실하게 했던 분이 계시면 팀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명단에서 제외한다는 원칙도 유지했다.


실제로 심사위원을 구성할 때는 이렇게 정리한 명단을 바탕으로 위원별 주요 경력을 살펴서 최대한 학연이나 친분 등이 겹치지 않도록 짠다. 입찰에 들어온 기업 관계자들과의 관계를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듯 심사위원 구성도 계약공고 서류만큼 성실하고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원만한 심사 진행 역시, 잘하는 기업을 뽑는 데 중요하다.

자체 필터링을 통해 좋은 심사위원을 모셨다고 마음을 놓으면 안 된다. 꼼꼼한 심사 진행이야말로 좋은 기업을 선정하는 마지막 단계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때 심사위원으로 가서 처음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많은 부처에서 심사 전 심사위원들에게 ‘평가위원 수칙’을 나눠준다. ‘질문을 하면서 본인의 평가내용을 드러내는 일,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짓, 표정 등으로 본인 심사내용을 알 수 있게 하는 일을 삼가라’ 등등 다양한 주문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수칙을 성실하게 읽고 실행하는 위원은 많지 않다. 심지어 혼자서 질의응답 시간을 다 쓰며 야단치는 심사위원도 만난다. 제안 업체의 발표나 제출자료를 보며 궁금한 걸 묻고 채점하면 될 것을, 굳이 한 기업의 제안내용을 대놓고 비판해서 자신의 평가 결과를 알 수 있게 한다든지, 다른 심사위원들에까지 가르치려 드는 분들도 종종 계신다. 입찰에 참여한 모든 기업에 고른 기회를 주는 것은 단순히 시간 배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긴장하며 제안내용을 발표하는 그 어떤 기업도 이런 심사위원을 맞닥뜨리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그리고, 입찰 기업뿐만 아니라 심사위원들에게도 시간을 체크할 수 있도록 타이머를 설치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위원들도 기업별 질의응답 시간을 파악할 수 있고, 질의응답 시간을 혼자 독차지하는 경우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발주처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발표 잘하는 기업 말고 제안서가 충실한 기업을 뽑아달라”고 당부하는 일! 발표자의 언변에 속아 1년 사업 망치지 않는 지름길이니까. 각 심사위원의 채점 가능 구간을 10점이나 15점 등 정하고 모두 같이 준수토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심사위원이 채점 폭을 마구 늘리면 그 심사위원의 채점대로 최종 순위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평가위원 수칙을 핵심 포인트 중심으로 간결하게 작성하되, 심사위원들에게 나눠준 후 꼼꼼히 설명하며 한 번 더 숙지시켜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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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적 제안사 시점 >>

☞ 발주처 마음을 아는 기업이 계약을 따내겠죠?


입찰 공고문, 혼자 끙끙대지 말고 발주처에 물어보기

발주 공무원들이 얼마나 계약 공고문에 신경 안 쓰는지 위에서 얘기했지만. 반대로 입찰에 참여하려는 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PM)가 공고문의 자구마다 얼마나 많은 의미를 찾으려 고민하는지도 나는 PR 기업 임원 시절 봤다. 특히 예년과 다른 문장이나 조건이 하나라도 들어가 있으면 대개 그 조항을 ‘내정 업체를 위한 것’으로 짐작하기도 했다.


공고문에 적힌 발주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해보시라. ‘이번 사업의 중점사항이 무엇인지’, ‘새로 바뀐 문장은 무슨 의미로 넣은 건지’ 등등 궁금한 건 다 물어보시라. 대다수 공무원은 이렇게 문의해오는 모든 기업에 유사한 정보를 주려고 하는데, 그들도 사람인지라 질문이 잦지만 수준이 높고 사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문의 전화에는 ‘어느 기업이었더라’ 하면서 관심을 더 두게 된다.


제안서엔 상황 분석, 핵심 메시지, 정량 목표, 타깃을 꼭 담기

공고문 내용의 꼼꼼한 독해와 담당 공무원과의 진지한 소통이 이뤄지면 앞서 내가 강조했던 제안서의 ‘상황 분석’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간혹 제안서에 상황 분석이라 해놓고 당대의 트렌드만 나열해 놓는 기업을 본다. 그런 상황 분석은 기관명만 바꿔놓으면 다른 기관 입찰 제안서로 쓸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내가 심사위원일 때 가장 점수 낮게 주는 무성의한 기업이다. 만약에 발주 기관에 딱 맞는 홍보 트렌드가 있다면 ‘왜 이 트렌드가 이 기관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PR 전략과 홍보 콘텐츠가 되는가’를 밝혀야 한다.


최근 브랜딩 전략을 강조하는데 ‘핵심(key) 홍보 메시지’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된다. 핵심 공중과 타깃에 전달한 내용을 메시지나 브랜드로 잘 고민해서 만들어 오는 기업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또한, 정부 광고의 도움 없이 ‘오가닉’(광고 없는 반응 지수)을 얼마나 목표로 정했는지, 왜 그 수치가 현실적인지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승진 얘기, 정부평가 우수, 외부수상 실적을 약속할 정도로 준비하세요.

발주 공무원들이 가장 좋아할 용역 목표는 무엇일까? 앞서 4화 ‘홍보 목표’ 장에서도 알려드렸듯 담당 공직자를 승진시킨다면 가장 좋아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는 내부 평가 요소가 작용하는 일이라 장담하긴 어렵다.


만약 대변인실 용역이라면 ‘중앙행정기관 정책소통 평가’ A그룹(우수 부처) 진출에 관심을 보일 거다. 그리고 발주처가 어느 부서든 국내외 광고 또는 PR 시상식 수상에 목표를 두면 좋을 듯하다. 이 목표를 위해서는 매우 어려운 사전 준비를 계약 초기부터 챙겨야 한다. 평가 지표를 미리 확인하고 역대 수상작들에 대해 분석도 해야 한다. 하지만 발주처의 마음을 읽고 얻는 제안서를 원한다면 꼭 고려해 보기 바란다.


계약으로 만나 기억에 남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었던 제안사들을 떠올려 봤다.


[2019 주간문화예보] 문화소식지 (0620)

홍보자문회의 아이디어를 참고했던 파일럿이 세 시즌까지 이어졌던 ‘에이포 커뮤니케이션’의 ‘주간문화예보’


[웹드라마] 책방 판타지 로맨스 인생책다방 감독판 대공개! (k-drama)

제가 ‘정책PPL’를 표방하며 작품성에 집중했던, 최초 시도 SNS 영화 ‘인생 책다방’.

‘INMD’는 이때 너무 고생하셨는지 다시는 문체부 용역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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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이 찾아낸 당시 신생 기업 ‘디마이너스원’은 금세 업계를 호령할 정도로 성장했다.

기획이 항상 창의적이고 대표님들부터 직접 현장 프로모션에 진심이라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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